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나를 위해 살라고
한치우의 수상 소감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파리 시민은 한치우의 수상 소감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와 혁명가를 부르며 한치우를 환영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됐어! 됐다고! 지난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우리가 월드컵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어!”
“젠장! 왜 발롱도르 시상식은 겨울에 하는 거야! 그냥 시즌이 끝나는 여름에 하면 안 돼? 몇 개월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다음 주에 크로아티아를 잡으면, 우리는 월드컵 본선 직행이라고! 그리고 아마 우리 성적이 더 아슬아슬했다면, 한은 지난여름에 바로 이민을 결정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한도 대단하지. 발롱도르를 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걸 기다리다니!”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지난 시즌 한이 제일 잘했고, 한이 제일 칭찬 많이 받았어. 그럼 된 거야! 솔직히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뭐라고 하지 못할걸? 대한민국 국적으로 발롱도르를 받아 준 것만 해도 대단한데!”
혁명가 사이사이로 보이는 시민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들은 월드컵 본선 직행은 물론, 100주년을 맞이하는 영광스런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곳곳의 반응이 전부 파리와 같을 수만은 없었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한치우의 귀화를 반겼지만, 강해질 수밖에 없는 뢰블레를 상대해야 하는 나라들의 처지에서는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었으니까.
* * *
잉글랜드 런던.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루이스 왕자가 따뜻한 김이 피어나는 홍차를 살짝 삼키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솔직히 회장님께서 그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감옥에 있는 전 대한민국 축구 협회장에게 프랑스 이민을 막아 달라고 하셨다는 내용도 알고 있고요.”
“!”
“아, 아. 긴장하시지 마세요. 잘못했다는 게 아니니까.”
“죄, 죄송합니다! 저, 저는 축구의 종주국인 우리 대영제국 삼사자 군단에 아시아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딸각 –
테이번 회장의 떨리는 눈동자 안으로 루이스 왕자의 손에 들린 찻잔이 내려앉았다.
축구 협회 본부에서 보였던 둘의 모습과는 전혀 반대로 테이번 회장은 계속 루이스 왕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제 좀 쉬셔야죠?”
“예?”
“너무 오래 고생하셨다는 거 잘 알아요. 이제는 쉬셔야죠. 연세도 많으신데.”
“와, 왕자님…….”
“제가 좀 더 일찍 축구 협회의 일을 봐야 했어요. 군사 교육 때문에 늦어졌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묠니르를 더 일찍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요.”
“…….”
“왜 리그 수준이 우리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프랑스가 최근에는 독일을 넘어 월드컵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지 아십니까?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자유와 평등, 그리고 관용은 그들을 계속 강하게 합니다. 지금도 보세요. 물론, 전부가 한을 환영하지는 않지만, 국민 대부분이 그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어요. 그의 이모부가 대통령이라서? 절대 아닙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죠. 이러다 그가 동런던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될 정도로요.”
“고, 고작 아시아 작은 나라 출신의…….”
“회장님. 아시아 작은 나라 출신의 남자가 웨스트햄을 프리미어 리그 강팀으로 만들고, PSG는 트레블을 달성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했죠. 대, 한, 민, 국, 국적으로. 뭐, 좋습니다. 그 자리에 미련이 있으시다면 계속 수고해 주세요. 하지만 100주년 월드컵을 유치하려고 대영제국이 뭉쳤습니다. 우승 트로피는 반드시 우리가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마시기를.”
“…….”
리치몬드 테이번은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큭! 절대, 절대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 어차피 지금 물러나나, 나중에 쫓겨나나 불명예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월드컵 준비 제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어야 할 겁니다.”
* * *
2029년 12월 7일 금요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는 뢰블레와 프랑스 럭비 국가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국립 경기장의 이름이다.
그리고 오늘은 유럽 예선 11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고,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에 직행할 여섯 개의 나라와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여섯 개의 나라가 모두 정해지는 날이기도 했다.
이미 개최국의 자격으로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아일랜드가 본선에 진출한 상태에서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가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 지으며 본선에 직행했고,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터키가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그리고 크로아티아가 각 조에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며 마지막 경기 결과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이 가운데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경기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치우가 뢰블레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가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한치우는 발롱도르 시상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바로 프랑스 시민권 취득 신청을 했다.
프랑스는 기다리는 처지였고,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단숨에 한치우에게 프랑스 시민권 자격을 부여했다.
솔직히 일분일초가 아쉬운 쪽에서 온 힘을 다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치우가 대통령의 조카라서가 아니라 혁명가가 보여 주게 될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어때?”
“뭐가?”
“아니, 뭐 새로운 기분이 든다거나, 꼭 설명해야 알아?”
“줄줄이 떠드는 게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잖아.”
“이 자식이!”
“하하하! 알렝. 생각해 봐. 아무리 내가 뢰블레의 신입이라 해도 발을 맞추는 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어. 감독님을 비롯해서 여기 선수 모두 나와 같은 팀이었거나, 한 번씩은 상대한 녀석들이니까. 그리고 너처럼 지금 같은 팀의 동료도 있고.”
한치우가 달라붙는 알렝을 귀찮게 쳐다보며 축구화 끈을 조였다.
“알렝! 그만 좀 괴롭혀요!”
“저 자식이 또!”
“진짜, 한! 도대체 어떻게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거죠?”
티에리가 라커룸으로 들어오다가 또 한치우 옆에 달라붙은 알렝의 모습에 기겁하며 둘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 진짜! 괜히 들어왔나?’
한치우에게 귀찮기로 따지면 티에리 역시 알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MA 소속이 된 그 날부터 날마다 전화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경기 후에는 꼭 시청했는지 물어보며 한치우를 귀찮게 했으니 말이다.
“야, 야! 조용! 티에리! 알렝! 이제 한에게서 떨어져! 오늘 중요한 경기라는 거 모르지는 않겠지?”
위고 바르테즈.
맨시티의 GK이며 뢰블레의 주장이었다.
솔직히 위고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치우에게 당한 적이 많아 처음에는 크게 반기지 않았지만,
‘알렝의 수다를 전담으로 견뎌내 줄 녀석도 필요하기는 하지.’
이런 이유에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티에리까지 합세하며 조금 시끄러워진 점은 있지만, 팀 분위기를 헤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역시 시끄러워.”
“알렝의 목소리만 듣지 않아도 많이 나아질 텐데.”
“난 어떤 날은 자면서도 환청이 들린다니까.”
“오늘만 참으면 된다고. 난 경기가 끝나면 씻고, 바로 마드리드로 날아갈 거야.”
“하하하! 가는 김에 티에리도 데리고 가지?”
“야! 저 녀석과 앙투안이 마드리드에 함께 모습을 보이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라커룸이 금방 소란해졌다.
몸을 덥힌 선수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맨시티의 오른쪽 풀백 조르주와 이제는 ATM의 선수가 된 앙투안, 한치우의 팀 동료인 쥐스트와 릴리앙이 들어오고,
“후! 감독님은 아직 인가?”
“긴장할 것 없어. 지난 원정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오늘은 다를 테니까. 파올로 너도 긴장 풀어!”
“예, 예!”
그리고 들어오는 세 명으로 라커룸 안이 오늘 경기에 출전할 열한 명의 선수가 모두 모였다.
날렵한 몸집에 머리가 번들거리는 흑인이 마르세유의 포워드인 조르당 로지에.
PSG의 공격 라인에 묻혀서 그렇지, 매 시즌 리그 앙 득점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의 공, 수 조율을 담당하는 디디에 갈라스.
알렝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수비형 미드필더.
마지막으로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덩치가 큰 녀석은 리옹의 센터백 파올로 게예.
루이 조레스가 감독으로 부임하며 뢰블레의 센터백으로 점찍은 유망주였다.
그리고 파올로는 긴장한 표정으로 한치우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드,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 내가! 내가 지휘자와 함께 그라운드를 뛰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어!’
셋이 각자의 로커 앞에 자리하고,
“자! 모두 모였나?”
“예 – !!!!!”
루이 조레스 감독이 코칭스태프, 그리고 후보 선수들을 데리고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후보 선수 중에는 아스날의 장 페리나 리버풀로 이적한 줄리앙, PSG의 어린 미드필더 제라르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 * *
〈아……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솔직히 이 경기 중계방송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중요한 것은 한치우 선수의 뿌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한치우 선수가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한치우 선수의 팬으로서 응원할 것이니까요.〉
〈맞습니다. 한치우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분이 분명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잘못한 사람과 잘못된 과정은 모두 드러났지만, 솔직히 우리가 한치우를 더 믿었고, 그에게 필요했던 위로와 응원을 보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먼저 그를 비난하기 전에 왜 그가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그에게 계란을 던지고, 비난을 쏟아 낸다면 우리는 보물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예! 지금 영국의 분위기를 보십시오. 한치우 선수가 프랑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영국 축구 협회의 보수적인 부분에 관한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맹목적인 비난보다는 먼저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지금! 지금! 양국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아, 아! 하…… 한치우…… 한치우 선수 프랑스의 상징! 뢰블레의 상징인 파란색의 유니폼을 입고 가장 선두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 우와아아아아 – !!! 우와아아아아 – !!
스타드 드 프랑스가 팔만 명이 넘는 관중의 함성이 메아리가 되고, 다시 그 위를 함성이 덮으며 울어 대고 있었다.
‘나도 이곳은 처음이지?’
솔직히 리옹의 선수 시절에도 파리지앵이 되어서도 이 경기장에서 뛸 일은 없었다.
이 경기장은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전용 경기장이었으니까.
“한. 너무 건방 떨지 마라. 본선으로 직행하는 것은 우리가 될 테니까.”
뭐래?
그리고 왜 이 녀석은 내 줄 옆에 있는 거야?
위고와 함께 나오지 않고.
안드레아가 뭐라고 으르렁거리는데, 솔직히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뢰블레가 예선 초반 고전을 거듭하며 한때는 3위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레고리, 피에르 요망 등이 국가대표를 은퇴하며 생긴 공백을 여러 선수를 시험하며 생긴 과도기에 불과하다.
난 옆에서 떠드는 안드레아를 깔끔하게 무시해 주고는 프랑스 국기가 펼쳐진 그라운드 위로 올라섰다.
청, 백, 적의 삼색기가 묘하게 내 가슴을 두드렸다.
솔직히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프랑스 시민권을 얻는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아직도 내가 국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이틀 동안 훈련하면서도 다 안면이 있던 녀석들이라 그런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아웃라인 앞에 줄을 맞춰 섰을 때였다.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관중의 함성을 이끌어 내며 크게 울렸고, 조금 전 내가 나온 통로를 통해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이모부와 이모가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바쁘신 분들이다.
그리고 프랑스가 예선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경기장을 찾은 적이 없으신 분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굳이 오늘 이곳에?
본선 직행과 플레이오프가 걸려 있는 경기라서?
예선 마지막 경기라서?
아니, 누가 봐도 이건 조카인 나를 위해 일부러 오신 거였다.
내게 쏟아지는 비난을 어느 정도 막아 주시겠다는 의도이다.
“바쁘신데 뭐하러 나오셨어요. 축구 경기 좋아하지도 않으시면서.”
나는 이모부와 볼을 맞대며 농담을 건넸다.
이모부는 축구 경기보다 사이클 경기의 광팬이신 분이다.
그래서 쉰 살이 다 되어 가는 나이임에도 배가 전혀 나오지 않으셨다.
“하하! 네 덕분에 관심이 많이 생겼지. 혹시 아니? 네가 멋진 모습을 보여 주면 내가 축구에 푹 빠지게 될지.”
“그러면 보여 드릴게요. 제가 왜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되었는지.”
이모부께서는 내게 멋진 미소를 보여 주시고는 내 옆에 선 알렝에게 자리를 옮겼고, 그리고 내 앞으로 이모가 오셨다.
“왜 울어요?”
이모의 고운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었다.
나는 이모를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울지 말라고 말했다.
“그, 그냥, 그냥 미안해서. 미안해서 그래. 너를 뺏어 온 것만 같아서…….”
언제나 내게는 멋지고 강한 이모였다.
늘 당당했고, 자신이 넘쳤으며, 엄마의 빈자리를 다른 의미의 사랑으로 채워 주신 분.
“제가 선택한 거예요. 이미 할아버지와 아빠, 엄마께 인사했고요.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그러셨어요. 나를 위해 살라고, 이제는 나를 위해서 내가 원하는 걸 하라고.”
“뭐, 뭐……!?”
이모는 엄마의 유언을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기신 말씀이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
“그냥, 그렇게 느꼈어요. 충분히 남을 배려하며 살았어요. 이모. 저 행복해요. 그러니 옆에 수다쟁이 녀석에게 가요.”
나는 이모를 가슴에서 떼어 내고는 알렝에게 밀었다.
알렝의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이모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그 얼굴 위로 엄마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