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진정한 챔피언(THE REAL CHAMPION)
턱! 턱!
‘윽!’
예전에 러시 그린 훈련장에서도 수도 없이 부딪쳐 봤지만, 오랜만에 등으로 느껴지는 맥스의 힘이 예전 같지 않았다.
팍! 촤악 –
무너지려는 균형을 허리 밑에 억지로 힘을 밀어 넣으며 자세를 다시 잡고, 공을 잡아당기며 몸을 뒤로 돌렸다.
파박!
하지만 이쪽에는 내 움직임을 예상하고, 페트릭이 이미 막아서고 있었다.
“감싸! 감싸! 뒤에 준비하고!”
러셀의 외침이 고막을 울릴 정도로 왼쪽에서 울려 대고 있었고,
왼쪽 미드필더인 리스가 시야 안으로 들어오며 마치 리버풀의 사면 압박처럼,
내 사방을 삼사자 군단의 미드필더 라인이 포위하는 모양을 갖추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한! 한!”
“빨리! 빨리 넘겨!”
“우물쭈물하지 말고, 빈 곳을 찾아 뛰어!
티에리와 디디에의 외침, 그리고 그래도 나를 믿고 있는 알렝의 외침이 막힌 사방의 틈에서 응원처럼 들려왔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화 – 악 – !!!
오랜만이었다.
지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도 터지지 않은 내 적안이 드디어 월드컵 결승전에서 터지는 순간이었다.
두근! 두 – 근 – 두 – 우 – 근 –
천천히 주위 시계가 느려지며 내 심장 박동 역시 그에 따라 느려지기 시작했다.
스윽 – 스윽 – 스윽 – 스윽 –
그리고 느려진 세상에서 내 시선을 따라 주위에 달라붙은 네 명의 사이로 네 개의 선이 그어졌다.
내가 적안을 뜨지 않았어도 이미 내 시선은 수비 사이사이 틈으로 연결한 곳을 찾아냈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나오는데, 나도 제대로 상대해 줘야지!’
퉁 – 탓!
카메라에 담길 내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사이 틈이 가장 넓게 벌어진 페트릭과 리스의 가운데를 향해 한 발자국을 움직였다.
‘오랜만인데도 한 발자국 정도는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구나!’
적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훈련의 강도를 높인 것도 사실이지만, 적안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 더 악착같이 땀을 흘렸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데이비드가 나를 향해 감정을 표출하며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듯이 노력만큼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팟!
타다닥!
“이런!”
“젠장! 뒤에 조심해!”
“이, 이게 도대체!”
“맥스! 정신 차려!”
순식간에 돌아온 원래의 시계 속에서 놀란 상대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고,
내 적안을 처음 마주하는 맥스가 놀랐는지, 러셀의 경고가 등 뒤로 크게 울렸다.
‘미안.’
파바바바 –
“제임스! 뒤를 지켜!”
질주하는 내 앞으로 데이비드가 제임스에게 티에리를 맡기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역시 수비하는 판단력 하니만큼은 기가 막혔다.
지금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바로 중거리 슛을 차려고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녀석도 아닌 데이비드가 내 앞을 막아섰기 때문에 왼쪽의 조르당, 오른쪽에 앙투안을 향해 뻗은 시선을 지워 버렸다.
‘그래. 덤벼! 데이브!’
파바바바바 –
내 뒤를 쫓는 페트릭이 분명한 발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조금, 조금 더, 조금만!’
오히려 나는 공을 발바닥으로 굴리며 왼쪽으로 끌고 가 페트릭이 가까이 붙기를 기다렸다.
“한! 빨리! 수비가 붙어요!”
“빨리 줘!”
앞에서 티에리와 앙투안의 외침이 조급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상대의 수비가 다 자리를 잡아도 상관없었다.
파박!
‘지금!’
마침내 페트릭의 긴 다리가 내 오른쪽 옆으로 들어오고,
턱!
데이비드의 어깨가 내 가슴을 짓누르는 순간,
촤악 –
드래그 백의 첫 번째 동작인 공을 밟으며 뒤로 당기는 움직임을 살짝 대각선으로 바꾸어 데이비드의 수비 범위에서 뒤로 멀어짐과 동시에,
오른쪽에서 달라붙는 페트릭의 긴 다리에서 벗어났다.
“끝까지! 끝까지!”
파박!
데이비드의 부릅떠진 눈에서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새끼! 무게 중심이 완벽하게 잡혔구나!’
순식간에 내가 벌여 놓은 공간을 지우며 달라붙는 데이비드의 상체가 아름답게 보였다.
마치 커다란 망치가 나를 찍어 내리려고 떨어지는 느낌!
툭! 투웅 –
“아, 아!”
하지만 나는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령이 되어 데이비드의 상체에서 빠져나왔다.
퍼벅!
그리고 드래그 백에서 바로 이어진 내 라 크로케타는 페트릭의 다리가 데이비드의 다리를 엉키게 하였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
내가 데이비드가 튀어나오는 것을 봤을 때, 동료에게 패스를 주지 않고 페트릭이 붙는 것을 기다린 이유!
툭, 뻐! 엉 – !
왼발로 앞을 향해 밀어낸 공을 오른발 바깥으로 젖히며 바로 골대를 향해 때려 버렸다.
왜?
스티브가 보는 쪽에서는 내 모습이 데이비드와 페트릭의 덩치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쓰화아아아아아아아아 –
“안 돼!”
데이비드의 처절한 외침이 귀에 꽂혔고,
그 순간!
“!”
“헉!”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 *
“헉! 헉! 헉! 허 – 억!”
‘뭐, 뭐야!? 또!?’
어두워진 시야 안에서도 내 손바닥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멍해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나는 침대 위에서 상체만 일으킨 채로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슥 – 스륵 –
샤락 –
“어……?”
“뭐야? 또 꿈을 꾼 거예요? 설마, 월드컵? 왜? 내일 런던으로 돌아갈 생각 하니 잠이 잘 오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분명하다.
나 때문에 잠이 깼음이 분명했지만, 퓨어의 목소리는 잠기운이 묻어 있었어도 내게는 축복과 같았다.
“미안. 그런 거 같기도 하네. 진짜 그때 데이브의 목소리는 처절했거든.”
“내일 만나게 되면, 한 소리 해야겠네요. 내 신랑의 잠을 방해한 죄를 물어야겠어요.”
“하하하! 그래. 부탁할게. 나, 잠깐 물 좀 마시고 올게.”
“같이 가요.”
“아니. 어서 자. 내일 또 공항을 빠져나가고, 다시 히스로 공항에 입국할 때 피곤한 일이 분명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하 – 아! 그래요. 잘게요.”
퓨어가 다시 이불을 끌어당기며 몸을 감췄다.
낮에 에어컨을 쌩쌩 틀어 놔서 그런지, 아니면 새벽의 공기가 시원해서 그런지 여름이어도 약간 싸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탁!
잠을 다시 청하는 퓨어를 깨고 싶지 않아서 나는 방에서 나와 거실의 불을 켰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지만, 주방은 2층에도 있었다.
그리고 거실의 벽에는 할아버지의 사진, 부모님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 파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내 사진이 함께 걸려 있었다.
‘진짜 저 사진을 볼 때마다 왠지 불효하는 느낌이라니까. 양 이사님은 왜 저 사진을 함께 거셔서.’
솔직히 대한민국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었다면 할아버지와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냉정한 현실이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2030 월드컵에서도 조별 리그를 넘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일에 실패했으니까.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었다.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국가대표팀이 귀국하는 인천 국제공항에서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계란을 던지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혹시 몰라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입국장으로 나온 병석이를 무안하게 하면서 말이다.
옆에서 창피해 죽겠다는 얼굴의 남다른도 잊을 수 없었다.
‘진짜로 끼고 입국할 줄은 몰랐지만.’
나는 방송으로 본 둘의 입국 장면을 떠올리며 물을 찾아 마셨다.
내일은 중요한 날이었기에 나도 얼른 자야 했다.
“잘 잤어?”
“예. 이사님도 편안히 주무셨어요?”
이제는 우성 그룹의 이사 자리에 오른 양 기사님이 내려오는 퓨어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퓨어 역시 능숙한 한국어로 답하며 양 이사님의 팔에 안겼다.
내가 프랑스 국적을 선택했어도 휴가 때마다 남성시의 집을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퓨어는 양 이사님을 세상에서 가장 친한 시아버지 모시듯이 대했다.
“민석이 형은요?”
“밖에서 경호원들의 동선을 체크하고 있어. 정말 부지런하지.”
“원래 잠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제가 뽑았지만. 지각하는 것은 정말 싫거든요.”
“하하하! 그런데 정말 이번 여름에는 서우가 들어오지 못하는 거야?”
“국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요.”
“서우라면 한 번에 붙을 것 같은데?”
“그러면 여름이 끝나기 전에는 들어올 수 있겠죠. 프랑스 대통령께서 가장 사랑하는 조카가 쪽팔리지 않으려면 뭐, 한 번에 합격할지도 모르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서우가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서우는 똑똑했고, 무엇보다 노력할 줄 아는 동생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경영과 경제를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지만, 이유는 퓨어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어? 몰랐어요? 아가씨가 관심이 있는 쪽은 EMA에요.”
“응? 우성 그룹이 아니고?”
“한국의 일은 재미가 없다고 했어요. 어차피 유선 아가씨가 잘하고 있으니까.”
서우가 법학에 목을 매는 이유는 EMA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퓨어의 말대로 우성의 일은 유선이가 진짜 잘해 주고 있었다.
“흥! 내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야.”
“잘 차려 놓은 밥을 맛있게 먹어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요.”
한국어가 갈수록 늘어가는 퓨어였다.
생각난 김에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번호 하나를 검색했다.
사람의 이름이 아닌 이상한 말이 액정 화면으로 보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 여보세요! 지금! 세수를 마치고, 막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참입니다!”
아직도 군기가 바짝 든 김유성의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야, 시끄럽게 소리치지 말고, 적당히 조절해라.”
“예! 아! 예.”
“양 전무님 입에서 안 된다는 말씀이 나오는 순간, 너의 미래는 정해져 있어. 알지?”
“힉! 예, 예. 지, 진심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벽돌 하나도 소중하게 나르고, 시멘트도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좋아. 형이 지켜본다. 잘하지 않으면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서 내 슛을 막아야 할 거야.”
“어……. 어!? 지, 지금, 지금 형이라고 하셨습니까……?”
“왜? 이상해?”
“큭! 아, 아닙니다! 흑!”
“새끼가 예비군이나 된 게, 설마, 우는 건 아니지?”
“…….”
“우냐? 김유성? 김유성?…… 김유성? 나 지금 세 번이나 불렀다. 아니면 지금 짐 싸서 런던으로 갈래?”
“흑, 흑흑흑!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야. 전역한 지도 오래된 놈이 제발 말투 좀 고쳐라. 그리고 그게 그렇게 감동이야. 자식이, 내가 네 형이지, 그럼 친구야?”
“죄, 죄송합니다.”
“네 형이 맞아.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할아버지의 손자들이니까. 그러니까, 열심히 잘 배워. 나중에 건설 쪽의 일을 제대로 맡으려면 말이야.”
“큭! 예! 알겠습니다!”
“아, 진짜. 짬밥이 전부 목소리로 갔나? 그리고 고모 자주 찾아뵙고, 못 알아보신다고 해서 섭섭해하지도 말고.”
“예!”
“고모부께…… 안부 전해 주고…….”
“예!”
되었다.
병원에서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환자로 죄를 갚고 있는 고모도, 감옥에서 죄인으로 죄를 갚고 있는 고모부도, 우성 물산을 다시 우성 물류와 우성 쇼핑으로 분류해서 회사를 더 키우고 있는 유선이도, 군대에서 제대한 다음 제대로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유성이도 이것이면 되었다.
* * *
2032년 7월 15일 목요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한치우 선수.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아니, 왜 입국할 때는 웨스트햄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숨겼습니까?”
“예? 저는 숨긴 적이 없는데요. 아무도 묻지 않길래, 다 아시고 있는 줄 알았죠.”
하하하하하 –
긴장이 가득해야 할 출국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월드컵 이후, 바뀐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기자들의 태도였다.
서로 자기 말만 쏟아내려고 하지도 않았고, 질서를 지키며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도 않았다.
보안 직원들이 가이드라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 배려했고, 마이크를 들이밀지 않아도 자유롭게 묻고 답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 팀장. 자네는 알고 있었지?”
“예.”
“아! 배신자!”
“아니, 꼭 치우가 이야기해야 압니까? 런던과 파리의 일간지만 검색했어도 다 아는 내용인데요. 검색 잘하시잖아요? 그리고 파리지앵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티에리를 영입했기 때문에 어차피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요.”
“진짜일 줄 몰랐지! 하템 회장이 순순히 놓아 줄지 누가 알았겠어! 세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리그 앙 우승을 이끈 혁명가를 말이야!”
이제는 스포츠 내일의 팀장 자리에 오른 최재영이 주위 기자들과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제법 경력을 뽐내고 있었다.
“음, 그럼 제가 선물 하나를 드릴까요?”
그런 모습을 즐겁게 보던 한치우가 씩 웃으며 분위기를 확 끌어왔다.
“흠, 흠! 다시 한국인으로 살겠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출국하는 중이에요.”
“!”
팟! 파바바바바바 – 파바바바바바박!
한치우의 발언에 순식간에 자유롭던 분위기가 긴장으로 물들었지만, 질서를 무너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며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아시겠지만, UEFA는 FIFA의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프랑스 국가대표를 은퇴했죠. 어차피 유로에 나가지도 못하니까요. 솔직히 제가 오래 있을 자리도 아니었고. 그리고 FIFA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어요. 물론, 개정안은 계속 효력을 발휘하겠지만, 아마 이 개정안에 따라 이민을 선택하는 선수는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실제로 중국부터 귀화 선수의 숫자를 통제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아! 누구 장하이동의 소식을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뭐,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지 않는 한, 감옥에서 썩고 있겠죠? 살은 좀 빠졌으려나?”
하하하하하하하하 –
“예. 그리고 중동에서도 카타르를 시작으로 자국의 선수 이외 국외에서 들어온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안유헌 회장님께서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계시는 중이죠. 아!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고 말았네요. 어차피 이제 뢰블레도 알아서 잘하지 않겠어요? 다음에 입국할 때는 온전한 한국인으로 들어오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짝짝짝짝짝 – !!!!!
기자들은 한치우의 반가운 말에 환호와 박수로 보답해 주었다.
“그, 그럼 대한민국 국가대표 복귀는……?”
“누구야!?”
“어떤 자식이야!? 눈치 없이!”
“헉! 죄,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그만!”
“하하하! 에이, 국가대표에 저 같은 고인물이 들어가서 오염시키면 안 되죠. 그리고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치우 한 명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을 아이들을 잘 지켜 주고, 잘 가르쳐야 해요. 대한민국에서 저 같은 선수가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닙니다! 선수를 보호해 주세요! 돈과 백이 없어서, 다쳐서, 주위의 따돌림으로 소중한 선수가 자기 뜻과 다르게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감시해 주세요. 이것이 여러분께서 해 주실 일이니까요.”
* * *
2032년 7월 25일 일요일 런던 스타디움.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씨발! 더 크게 질러! 이까짓 목소리 따위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잖아! 으아아아아 – ! 묠 – 니르 이즈 배 – 애애애 – !!!”
“칼튼! 칼튼! 목에서 피 나와요! 그만! 그만!”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Mjolnir is back!!!
지미가 칼튼을 붙잡으며 외쳤지만, 구만 아이언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함성에 묻혀 버릴 뿐이었다.
하지만 지미는 상관없었다.
이미 그의 목소리도 칼튼의 목소리처럼 쇳소리를 내고 있었고, 양쪽 볼 위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그라운드로 쏟아지는 함성 사이로 휴 실버가 한치우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전광판의 화면에 웨스트햄의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한치우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촤롸라라라라라라라 –
칼튼과 지미가 있는 골대 뒤의 관중석에서 대형 배너가 펼쳐졌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쑥스럽네요.”
조금은 나이가 든 듯한 휴 실버가 웃으며 묻자, 한치우가 다시 입은 웨스트햄의 유니폼 안에 그려진 망치 엠블럼을 바라보았다.
둘이 그렇게 사이좋게 걸으며 하프 라인에 서자, 런던 스타디움의 진행 요원이 재빨리 마이크를 휴 실버에게 건네주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휴 실버입니다. 음, 솔직히 많은 말을 전하고 싶은데, 제 옆에 우리의 영웅께서 함께하고 있으니 빨리 마이크를 넘기도록 할게요. 솔직히 제 목소리가 많이 나와서 여러분께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그 사이 나이는 더 먹었을지 몰라도 그의 재치는 여전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은 한치우의 모습이 다시 전광판에 크게 잡히자, 휴의 재치에 웃음을 터트리던 구만 아이언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어……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었는데, 지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어요. 저기 VIP룸에서 지켜보고 있을 내 아내와 여동생, 그리고 내 소중한 친구 존과 토마스, 마리아, 김경대 이사님을 비롯한 EMA 직원들, 박용우 박사님, 김한식 부장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고민으로 시간을 소비했는지 잘 아시고 있으리라 여겨요. 음, 여기는 쓰러져 울고 있던 제 손을 잡아 준 곳이죠. 그리고 아이언들은 제가 프랑스 국적을 선택했을 때도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이십니다.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해요. 사랑합니다! 아 – 이 – 언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한치우의 부름에 답하는 아이언들의 함성이 다시 쏟아졌다.
“많은 말은 필요 없어요! 자! 기다리기 심심했지!? 다 나와!”
마이크를 통해 한치우가 누군가를 부르자, 함성을 지르던 아이언들은 다시 조용해졌고, 선수들이 입장하는 통로를 통해 해머스의 선수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상당히 요란한데?”
“그러게, 이런 것은 우리 전문인데.”
“너희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 얼마나 다행인지!”
“흥! 시끄러워. 하!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로빈. 한이 원하잖아. 오늘만 참아.”
데릭이 릴과 함께 설레는 표정으로 가장 앞에 섰고, 마이크의 옆에서 로빈의 투덜거림이 들렸다.
그리고 ATT에서 돌아온 필립이 로빈을 달래며 함께 입장하고 있었다.
“와! 진짜 꽉 찼네요!”
“나도 뮌헨에서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하! 영웅의 귀환이다!”
“페어도 뮌헨에서 은퇴했다면, 이보다 더했을 거예요.”
“맞아. 페어도 뮌헨에서는 전설이니까.”
그 뒤를 레온과 페어, 그리고 폴과 리치가 함께 따라 나왔고,
“월드컵 결승전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야. 역시 한은 대단해!”
“저기 배너를 봐! 우리는 세계 챔피언이 된 묠니르의 동료라고! 정말 가슴이 두근거려!”
찰스와 조나단, 맥스가 함께 모습을 보였다.
“아쉬! 오늘 행사가 끝나면, 쉽에서 모이는 거 맞지?”
“응. 한스 박사님께서 오늘만큼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했어.”
“빨리 나가자! 저기 한의 얼굴이 쪽팔림으로 떨리고 있는 게 보이니까! 갱! 너도 어서!”
“알았어! 그리고 갱이 아니라 캉이야! 캉! 시아카! 이 새끼를!”
“예 – !”
레이와 아슈르가 벌써 오랜만에 마음껏 먹을 생각으로 들떠 있었고, 데이비드가 이번 시즌에 새로 1군에 합류하게 된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입장했다.
무엇보다 웨스트햄의 유니폼을 입은 강병석의 모습도 함께 보이고 있었다.
“하하하! 런던 스타디움에 이런 날도 오게 될 줄이야!”
“생각해 보면, 오래전에 해야 했을 일이었지. 솔직히 한은 처음에 입단식도 제대로 못 했지 않았는가?”
“그때는 어쩔 수 없었죠. 거너스의 커맨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고장 난 커맨더는 이곳에서 묠니르가 되어 세계를 정복했지.”
마지막으로 코칭스태프들을 앞세워 모리슨 영과 릭 그랜트, 그리고 시어 감독과 한스 박사가 나오며 오늘 행사를 함께해 줄 사람들이 전부 그라운드 위로 모였다.
그들은 하프 서클을 기준으로 동그랗게 원을 따라 서며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줬고,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치우가 마이크를 다시 입에 갖다 대며 멘트를 이어 나갔다.
“아마 관중석 어딘가에는 여기에 설 수 없지만, 제 복귀를 환영하기 위해 친구들이 와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음, 항상 부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에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많은 것을 보여 드리지 않으려고 해요. 함께 불러 주세요.”
한치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런던 스타디움 곳곳에서 비눗방울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I’m forever blowing bubbles.”
한치우의 입에서 버블송이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버블송을 따라 부르는 구만 아이언들의 목소리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한치우는 웨스트햄의 꿈을 이루어주었고, 웨스트햄은 한치우의 행운이 되어 주었는지 모른다.
버블송의 가사처럼.
I’m forever blowing bubbles.
나는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 거야.
Pretty bubbles in the air. They fly so high, Nearly reach the sky.
예쁜 비눗방울은 높이 날아, 하늘 가까이 닿겠지.
Then like my dreams, they fade and die.
그리고는 내 꿈처럼, 사라지고 터질 거야.
Fortune’s always hiding, I’ve looked everywhere.
행운은 항상 숨어 있기에, 난 어디든 찾아다니지.
I’m forever blowing bubbles, pretty bubbles in the air.
나는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 거야, 예쁜 비눗방울이 가득하게.
그들이 부르는 노랫말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서로의 꿈과 행운이 되어 주기를.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