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619
제 619화
619. 외전, 미궁의 마법사 (2)
순환의 신. 아릴난.
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신 중 하나. 그 힘은 두 가지 개념을 지배하는 라키라타스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날 때부터 초월자였던 이들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된 신 중 하나기도 했다. 적어도 그가 알기로는 그랬다.
남자도 예를 표해야 할만한 존재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릴난은 쿡쿡 웃었다.
“없지는 않죠.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까.”
남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초월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아릴난이시여. 당신은 제가 어떤 상태인지 아십니까?”
그리 물으면서도 남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릴난이라도 지금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릴난의 대답에 남자의 눈이 커졌다.
“……네? 보셨다고요?”
아릴난은 쿡쿡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남자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저를 만난 그 어떠한 초월자도 제 상태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니까요.”
“데르샤는 모르던 모양이던데요.”
그들은 필멸의 존재였다.
무언가를 바라고 바란 끝에 그 개념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아릴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건 무엇이지요.”
아릴난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답을 주었다.
“병입니까?”
남자의 얼굴이 의아해졌다.
“초월자란 건 그런 문제에서 해결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남자는 조용히 아릴난의 말을 들었다.
아릴난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모험을 위하여.”
그는 미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는 만물을 알고 싶었다. 그는 신비를 알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들을 알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다.
우주를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알기 위한 모험을 떠났다. 그 누구와도 연을 맺지 않았다. 오로지 모험. 그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 끝에 그는 마침내 도달했다.
미지를 알고, 만물을 알고, 신비를 깨달았다.
그의 모험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 또한 깨달았다.
그가 바라던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이 초월자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
남자 또한 그런 방식으로 도달했다.
“……저와 같은 경우군요.”
“이유는 알 수 없는 겁니까?”
남자는 공허함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모험을 바랐다.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모험의 끝에 도달한 순간, 더 이상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남자는 깨달았다.
이 문제에 해결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초월자들은 어떻게 해결하였지요?”
“그렇습니까.”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해결법은 없다는 뜻이었다.
“아니요. 이유는 알았으니 충분합니다. 병이라. 확실히 그리 부를 만하군요.”
초월자가 도달하였기에 생기는 공허함. 병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병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답은 나오지 않았다.
* * *
이 공허함은 그가 모험의 신이 되었기 때문.
역설적이게도 일평생 그가 바랐던 것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잃었기에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사도들을 지켜보는 것. 그도 사도를 몇 구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모험을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아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모험의 신이다. 그의 사도들이 행하는 모험이 어떤 형태이고 무슨 결말을 맞이할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 모험이란 것은 미지에 대한 탐구이니.
고민하고 고민한다.
그 끝에 그는 별개의 존재를 떠올렸다.
“고신이라.”
우주가 존재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자들.
고신.
그들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미지수였다.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바라는지, 그 힘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고신들에게 간다면 그의 모험심을 다시금 얻을 수 있으리라.
문제가 있다면, 고신들은 초월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사실상 자살 행위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형태의.
하지만 남자는 웃었다.
자살 행위라. 그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애초에 그의 모험은 자살 행위 그 자체였다.
미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위해 제 목숨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별로 당기지는 않는군.”
고신들은 싫다. 그냥 본능적인 혐오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는 멍하니 고민했다.
고민의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 * *
그가 바라는 것은 모험.
미지에 대한 탐구다.
하지만 그는 모험의 신이다. 이 우주에 있어서 그의 모험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누군가가 그의 신전에 온 것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려 확인하자 어린아이가 그의 신전에 찾아온 상태였다.
할 것도 없겠다 직접 강림했다. 두리번거리며 신전을 살피던 아이가 강림한 존재감에 벌벌 떨며 주저앉는다.
“시, 신이시여!”
“무슨 일이지.”
“시, 신께서 말씀하신 의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
그는 이전에 필멸자들에게 자신의 의문을 풀어 주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했었다.
그러곤 그 자신도 잊고 있었다. 그런 것이 있었지.
아이는 벌벌 떨면서도 입을 열었다.
“그, 자세히는 모르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떤가요?”
“처음이라. 하지만 그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금의 나에겐 너무 작은 일에 불과하다.”
“그럼 그 스케일을 키우는 건 어때요?”
남자가 멈칫했다.
아이는 기회라는 듯이 빠르게 말했다.
“엄청! 엄청 크게 하는 거예요! 그 처음을! 그러면 뭔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말고요.”
아이는 갑자기 자신감을 잃고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남자는 아이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재미는 있겠구나.”
“그, 그렇죠!”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겠어.”
남자의 눈이 조용히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소망은 간단했다.
가족의 행복.
그렇기에 남자는 자신의 권능으로 그 행복을 빌어 주었다.
아이의 가족은 모든 모험에서 성공하며, 스스로 바라는 것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 뒤로 남자는 자신의 영역에 돌아와 생각했다.
“최초.”
그가 처음으로 모험을 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집 근처에 있던 던전이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그는 호기심에 집 근처 동굴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곳에 갇혔다.
그곳은 동굴이란 이름의 함정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한 흑마법사가 악의를 품고 만들어 둔 지옥의 구렁텅이였다.
그를 가로막는 수많은 몬스터와 함정들.
그 속에서 남자는 살아남았다.
삼 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 던전의 끝을 주파하여 정복에 성공했다.
그 뒤로부터 그는 모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되었다.
그가 모험의 신이 된 시초였다.
너무나도 까마득한 기억이지만 마치 어제처럼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던전.”
미궁, 미로. 폐쇄된 공간.
그곳이 바로 그의 모험의 시작.
‘던전 마스터.’
그리고 그러한 던전의 주인. 던전 마스터.
그가 직접 던전을 만들어 본다.
당연히 공허함을 느낄 때 해 본 적이 있었다.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바로 그만두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정말로. 전심전력으로 만들어 볼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말이다.
여태까지처럼 조금 해 보다가 재미가 없다고 그만두지 않으리라.
남자는 아주 오랜만에 흥미가 생기는 걸 느꼈다.
무엇을 만들까.
그리고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그는 모험의 신.
그가 모든 것을 바쳐 만들 수 있는 던전은 과연 무엇일까.
이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장의 공허함을 지울 정도는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