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09)
1109화 황제의 우울.(3)
향이 이런 말까지 한 것은 물리학과 산학, 특히, 산학의 특징 때문이었다.
-다른 학문들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지만, 돈은 안 되는 학문.
때문에, 향이 나서서 미리 잡도리한 것이었다. 덕분에 물리학과 산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생활이나 연구에서 곤란을 겪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이들 가운데 신입으로 들어온 이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지적하는 이들이 흔했다.
“이건 차별 아닙니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참들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가서 도전록이나 살펴 봐.”
“예?”
“도전록의 우공이산과 마부작침 등급에 있는 난제들 가운데 물리학과 산학에 직접 배당된 것이 몇 개나 있는지, 물리학과 산학의 뒷받침이 없어도 응전이 가능한 난제가 몇이나 있는지 네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오라고!”
그렇게 해서 실제 도전록을 살핀 신입들은 두 번 다시 불평을 입에 담지 못하게 되었다.
* * *
연구소에서 날아온 추가 지원 요청 때문에 우와 재정 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향과 완은 장인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푸드드등! 부드드등!
“잘 돌아갑니다!”
“그렇소이다!”
새롭게 만든 동력기관이 요란한 폭음을 내며 이상 없이 돌아가자, 향과 완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 정지!”
완의 수신호에 장인들은 실험작의 운전을 중지했다.
“좀 더 식은 다음에 분해해서 내부를 확인해 봅시다.”
“예!”
뜨겁게 달아오른 실험작이 충분히 식자, 장인들이 달라붙어 분해를 시작했다. 분해를 끝낸 실험작의 내외부와 구성품을 꼼꼼하게 살핀 장인들은 환한 얼굴이 되어 향과 완에게 보고했다.
“드디어 과열을 잡았습니다!”
장인들의 보고에 향과 완의 얼굴도 환해졌다.
* * *
완과 강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회심의 신형 동력기관-이후, 내연기관-은 큰 잠재력을 가진 물건이 확실 했다. 이는 개발자인 완과 장인들만의 주장이 아니었다. 처음 나온 시제품을 본 다른 장인들과 이후 이어진 만방(萬邦) 순회에서 이를 본 타국의 학자들과 장인들도 인정한 것이었다.
-덩치는 작지만,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다.
기존의 증기기관이 가진 단점을 해결한 것이 내연기관이었다. 하지만, 내연기관은 외연기관에 비해 불리한 점도 있었다. 가장 큰문제가 ‘과열’이었다.
-과열과 출력 강화 문제만 해결한다면 세상은 내연기관 이 지배할 것이다!
-제일 급한 것은 과열이다! 과열만 잡으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이런 결론을 내린 제국과 만방의 학자들과 장인들은 연구에 매달렸다.
“아오! 입이 근질근질해 미치겠다!”
완과 장인들이 벌이는 시행착오를 보며 몸이 근질근질해진 향은 끊임없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향은 참지 못했다.
“더이상은 못 참겠다! 나중에 외계인 소리를 듣더라도 하고 싶은 것은 해야지 !”
결국, 향은 난입해 버렸다. 그런 난입의 결과가 기관의 기통 외부에 방열판을 추가 하는 것 이었다. 향의 제안을 받아들인 완과 장인들은 새로운 실험기관을 만들어 결과를 확인했다.
“확실히 과열의 위험은 줄었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군.”
과열의 위험은 줄였지만,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완과 장인들의 발목을 다시 잡아버린 문제는 ‘수율’과 ‘채산성’이었다.
-기통의 바깥쪽에 십여 겹의 방열판을 추가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주물로 찍는 것, 다른 하나는 깎아내는 것.
-둘다 일장일단이 있다.
주물로 찍으면 빠르고 쉽게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모양 때문에 수율이 낮아진다. 깎아내서 만들면 확실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주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든다.
“흐음….. 난제로고……”
“난형난제? 막상막하?”
“막하막하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둘 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적절한 답을 찾기 위해 완과 장인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에 향이 무엇인가 아쉬운 표정이 되어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로망도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돈보다 성능이 우선’이라며 난리를 치던 예전 장인들이 그립네…..”
결국, 여전히 헤매고 있던 완과 장인들의 모습에 향이 다시 끼어들었다.
“방열판과 기통을 따로 만들어 결합하는 것은 어떠한가?”
“따로요?”
“그렇다네.”
향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기통의 크기보다 살짝 큰 구멍이 뚫린 얇은 두께의 방열판을 만든다.
-저렇게 만들면 주물을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다.
-그렇게 만든 방열판들을 기통에 층층이 끼워 넣는다.
-기통과 방열판의 구멍 사이에 생긴 틈은 구리판을 끼워 넣는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일세.”
“기통에서 발생한 열이 방열판으로 잘 전달이 될까요?”
“그래서 구리판을 끼워 넣는 것이지.”
“흐음…..”
잠시 고민하던 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잘 될 걸세.”
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장담했다.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냉식 CPU 쿨러가 이런 식이었지!’
향이 애용했던 타워형 공랭 쿨러가 이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고, 발군의 성능을 자랑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의 제안에 따라 만든 새로운 시험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새로운 시험작이 시운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좋소! 이제는 출력을 높이는 방향을 궁리해봅시다!”
* * *
궤도에 올라선 내연기관 개발은 순조롭게 속도를 올려 나갔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향과 완은 현이 개발하고 있는 날틀 모함에 어울리는 날틀 개발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2명은 타는 것이 좋을 듯하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배에 실어야 하니 날개는 접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하오.”
향의 제안에 완은 턱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으로 셈을 해보기 시작했다.
“흐음…. 확실히….. 하지만, 그러면 날틀의 강도가….. 강도를 잡으려면 무게는….. 출력은…… 가능할까?”
이런저런 문제점을 꼽아가며 가능성을 점쳐보던 완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만들고 있는 시제품이 예상대로만 나오면 될 것 같습니다.”
“좋소. 해 봅시다!”
* * *
‘원조 덕후’와 ‘1세대 덕후’가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날틀, 아니, ‘진정한’ 날틀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중간에 한 명이 끼어들면서 일은 조금 더 복잡해 졌다.
“폐하! 이 설계는 아니 되옵니다!”
“왜?”
“아름답지가 않사옵니다! 저 하늘의 새를 보시옵소서! 크건 작건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러하니, 새로운 날틀도 아름다워야 하옵니다!”
“하아〜.”
‘아름다움’을 목놓아 외치는 다빈치의 모습에 향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름다움만 찾다가 성능을 손해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향을 대신해 완이 나서 지적하자, 다빈치는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성능과 아름다움은 같이할 수 있사옵니다! 제가 증명해 보이겠사옵니다!”
다빈치의 제안에 향과 완은 눈빛을 교환했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향과 완은 다빈치를 돌아봤다.
“좋아.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단, 제시된 요구 조건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네.”
“반드시 성공시키겠사옵니다!”
“반년의 시간을 주겠네.”
“석 달이면 충분하옵니다!”
“석 달?”
다빈치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향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석 달이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약속이란 신중해야 하 네.”
“충분하옵니다!”
“태태상황인 나와 태상황에게 하는 약속일세.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다빈치의 모습에 향이 결론을 내렸다.
“넉 달을 주겠네. 대신 제대로 된 결과물을 가지고 오도록!”
“예, 폐하!”
그리고 넉 달 뒤, 다빈치는 두 종류의 설계도를 향과 완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요구 조건에 맞춰 한 설계이옵고, 이것은 제가 나름대로 설계한 것이옵니다.”
“흐음……”
다빈치의 설계도를 받아든 완은 곧 눈이 반짝이기 시작 했다.
“이거 재미있습니다.”
“동감이오. 기관 두 개를 이어붙이다니….”
향과 완이 감탄한 것은 다빈치가 설계한 기관부였다. 내연기관은 지금까지 계속 출력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남아있었다.
-자항화탄을 달고 날틀모함의 짧은 갑판에서 날아올라야 한다.
바로 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때문에, 적선-그것도 철갑선-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로 줄인 자항화탄이 완성되었지만, 지금까지 나온 동력기관의 출력으로는 여전히 탑재와 이륙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빈치는 가장 최신의 기관 두 개를 결합하는 것으로 해결한 것이었다. 향과 완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다빈치는 환한 얼굴로 설명을 추가했다.
“동력기관 두 개를 단순히 결합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회전축과 몸통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부품들은 공유하도록 설계를 바꾼다면 불필요한 무게를 줄일 수 있사옵니다.”
“그렇군.”
다빈치의 설명에 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향은 살짝 묘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인데…. 뭐였더라…..’
자신의 기억을 더듬던 향은 곧 가장 비슷하게 생긴 비행기를 찾아냈다.
‘페어리 소드피시!’
3인승이 아니라 2인승으로 바뀌면서 덩치도 좀 줄었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2차대전 당시 영국 해군의 뇌격기인 페어리 소드피시와 닮아있었다.
‘뭐, 지금까지 나온 날틀보다는 좀 더 다듬어진 것이 맞기는 하군.’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향은 다빈치의 또 다른 설계안을 펼쳤다.
“응? 이것은 또 무엇인가?”
향의 질문에 다빈치는 바로 대답했다.
“지금 완성된 기관을 그대로 사용하는 날틀이옵니다. 대신 자항화탄의 사용을 포기하고 화차만 얹었사옵니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을 생각한 것인가?”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 상용하는 것이옵니다. 하늘에서 적의 비구를 격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옵니다.”
다빈치의 설명에 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구 격퇴라….. 당연히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 이미 자력 비행비구끼리 공중전도 벌어지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말일세.”
완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향은 다시 한 번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야 했다.
‘전투기가 필요하기는 하지. 그런데 모양이….. 이거 혼종 인데?’
다빈치의 설계도를 보면 기관부는 스패드를 닮아있었고, 동체 부분은 독일의 알바트로스를 닮아있었다.
‘모양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과연 필요하냐의 문제인데…..’
“흐음……”
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생각 같아서는 둘 다 만들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완 의 말처럼 적절한 썰을 풀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고민을 거듭하던 향은 완을 바라봤다.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도 동의합니다.”
“그럼 황제께 보고서를 써야겠군.”
완의 동의를 얻은 향은 다빈치를 돌아봤다.
“이 설계대로 진행해보도록 하세.”
“감사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