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잠자는 숲속의 도서한
“강제로 깨우는 게 나을 것 같아.”
약 한 시간 뒤, 강시우가 내린 결론이었다.
일단 멀쩡한지 확인을 해둬야 병원을 데려가든, 쉬게 내버려 두든 조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응, 그럴 것 같아.”
결국 깨우기로 했다.
룸메이트 서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 젖혔다.
“서한아, 자?”
깊은 잠에 빠진 듯, 들어오는 인기척도 눈치채지 못한 서한이 아예 골아 떨어져 있었다.
“도서한, 일어나봐.”
강시우가 짧게 혀를 차면서 침대 옆에 앉았다. 이마에 손을 얹었는데 특별히 뜨겁지는 않았다.
“열은 안 나는 것 같은데.”
“그럼 깨워요.”
따라 들어온 진세현이 서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반응이 없길래 흔들었더니, 잠에 잠긴 목소리가 돌아왔다.
“…으음. 10분만.”
“잠에 취했네.”
아프지는 않은 것 같다.
상태를 확인하고 나니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미치겠다.
강시우는 혀를 내두르며 나직한 목소리로 서한을 불렀다.
“서한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서한이 자퇴했잖아요.”
“앗.”
강시우가 머쓱하게 웃으며 망설이는 사이, 서한이 다시 작게 웅얼거렸다.
“…15분만.”
“시간이 계속 늘어난다?”
“야, 진짜 일어나. 너 너무 오래 잤다.”
흔들흔들-.
보다 못한 진세현이 서한의 몸을 잡고 들어 올리자, 그제야 몽롱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
여전히 정신은 꿈나라에 가 있는 것 같다. 진세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삼켰다.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네가 취함?”
“서한아, 피곤해?”
“…으응.”
풀썩.
그리고는 다시 드러눕는다.
저번에도 이러길래 내버려 두고 나왔는데, 오늘은 확실히 깨우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뱉었다.
“그냥 강제로 일으키자.”
“네.”
그렇게 진세현과 서이안이 양팔을 끼고 서한을 일으켰다.
“자, 일어나세요!”
“우음…”
억지로 앉혀놨지만 잠이 제대로 깬 얼굴은 아니다.
이래도 정신 못 차리네.
강시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큰일났다. 저녁에 라디오 스케 있는데.”
“…뭐?”
“응?”
그 한 마디에, 아까까지 잠에 취해 있던 녀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졸았냐는 듯 똘망똘망한 눈빛이었다.
“너… 깼냐?”
“잠이 확 달아나서요.”
서한은 마른 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신력 무슨 일이야.
스케줄 한 마디에 그렇게 꾸벅꾸벅 졸던 녀석이 바로 정신을 차렸다.
심지어 비틀거리면서도 스케줄을 가겠다며 발걸음을 떼는 중이다.
휘청.
“야!”
“지금 새벽 1시예요…?”
“오후 1시야.”
“아.”
강시우는 혀를 차며 말을 더했다.
“서한아, 밥은 먹고 가라…”
참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 * *
라디오 스케줄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때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계속 꾸벅꾸벅 졸고 있었으면 현장에 가서도 잠에 취해 있을 것이 뻔했다.
사실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혼자와의 싸움을 하느라 힘들었다.
어쨌든 무사히 라디오 스케줄은 끝냈고, 지금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다.
차창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서한아, 몸은 괜찮아?”
“아, 네.”
이재윤 매니저가 던진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구석은 있었다.
컴백 직후에 정신없이 피곤했던 스케줄이었던 건 맞지만, 이렇게 기절에 가까운 잠을 잔 경험이… 인생을 통틀어봐도 거의 없었다.
아니,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무려 이틀을 골골댔던 것 같은데.
“으음…”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때는 첫 단독 콘서트를 끝낸 직후였지.
“서한이는 큰 일을 치루면 긴장이 탁 풀려서 급격히 피곤해지는 것 같아.”
서이안의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리 있는 말에 싱긋 웃으며 인정했지만, 사실 그 때문은 아닐 것이다.
뭐랄까.
외부적인 요인이 엮여 있는 것 같거든.
단순히 아, 피곤하다… 이런 느낌이 아니다.
아예 몸 자체가 행동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랄까.
경사가 하나씩 있을 때마다 그런 일을 경험하는 것 같긴 한데, 자연스레 김우찬이 던졌던 말이 떠오르는 것이다.
‘위대한 업적.’
업적을 하나씩 달성할 때마다 그 대가로 일정기간 동안 행동 불능의 상태에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특히 빌보드는 김우찬이 대놓고 언급한 ‘업적’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우선 그렇게 짐작해두자.
“후우…”
특별히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지는 않으니 문제가 될 건 없으나, 그래도 앞으로는 스케줄에 신경을 써둬야 할 것 같았다.
팬싸 당일에 행동 불능 상태가 된다면?
로 실시간 인기글에 올라도 할 말이 없다.
조심하자.
“매니저님.”
“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이재윤 매니저에게 물었다.
“저 내일은 스케줄 없죠?”
“응, 그렇지.”
“그러면 저 종일 자고 있을게요.”
“…그래. 좀 쉬어라.”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졸음이 몰려온다.
아무래도 라디오 스케줄은 정말 기적적인 정신력으로 이겨낸 게 맞는 것 같다.
“하아…”
김우찬을 찾아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답을 받고 싶지만, 우선 너무 졸리니까…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하자.
“저 잘게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후회했다.
* * *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예?”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이상한 별명이 생겼다. 서하임이 생글거리며 말을 더했다.
“너 자는 동안 세현이가 지어줬어.”
“어…”
그런데.
왜 하필 공주야?
미간을 찌푸리자 서하임이 깔깔대며 웃었다.
“아니면 잠자는 숲속의 햄스터 하던가.”
“둘 다 최악인데요.”
“하긴 숲속의 햄스터는… 뭔가 곧 잡아먹힐 것 같다.”
“도서한 먹이사슬 최하층이라 그러면 안돼~.”
차성빈이 작곡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능글맞은 얼굴이 건수를 잡은 듯 반들거렸다.
“일어나셨어요, 공주님?”
“하지마.”
“공주님, 지난밤은 강녕하셨을까요~.”
“…하지 말라고.”
한 일주일은 놀려 먹을 것이 분명했다. 형들이 하이에나처럼 다가왔다. 차성빈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야, 도서한 반응이 좋아.”
“맞아. 아주 잘 먹히는데?”
“이…이…사악한 사람들…!”
벌써 2년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너무 잘 알아버렸다.
내가 정확히 어떤 놀림에 타격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제 말이 맞죠? 타격감 장난 아닐 거라고.”
진세현이 뿌듯한 얼굴로 말을 얹었다. 저 형이 악의 근원이다.
파르르 몸을 떨며 노려보는데, 하준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어디 아픈 애 마냥 쓰러져 자니까 그렇지.”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도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버렸으니 말이다.
하준서는 잠깐 혀를 차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괜히 내가 걱정할까봐 나름 태연하게 말하는 눈치였다.
“우리가 어젯밤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거든. 서한이는 잠을 몰아서 자는 타입인거야.”
“그럴 수 있지. 업어가도 모를 것처럼 자더라…”
그때, 강시우가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말을 얹었다.
“근데 기면증일 수도 있으니까 병원은 가보래. 회사에서.”
“…가볼게요.”
아마도 병적인 문제는 아닐 것 같긴 한데, 대놓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
병원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형들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던 바로 그 순간.
“아, 그리고.”
강시우가 뒤늦게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
“너 자는 사이에 우리 빌보드 50위까지 올라갔어.”
예?
“깨웠어야죠!”
“안 일어났잖아.”
“…미친.”
이걸 못 보고 자고 있었네.
“다음에는 물을 끼얹어 버려요.”
“걱정마. 1위하는 날이 오면 욕조에 담궈서라도 깨울게.”
“제발요…”
또 놓치면 나 억울해 죽는다…
* * *
빌보드 47위 미친 기록이다
심지어 2주째 차트인 중임 ㅋㅋㅋㅋㅋ 신인 남돌 성적 맞냐고 그저 감격스럽다
-제가 국내 음원 차트 1위, 공중파 음방 3관왕, 2년차에 빌보드 입성한 갓 우주먼지 팬으로 보이시나요?
ㄴ더스티들 어깨 올라간다 ㅋㅋㅋㅋㅋㅋㅋ
ㄴ본격 팬들 기 살려 주는 아이돌
ㄴ성적으로 기 살려줌 ㅠㅠ 존나 좋아
-어제 서한이 직캠 보는데 빛밖에 안 보이더라 그게 우리 애들 미래인듯 ㅠㅠㅠㅠ
ㄴㅇㅈ 어제 도서한 직캠 보는데 햄스터밖에 안 보이더라
ㄴ이건 또 뭐임
ㄴ미친 놈아
ㄴㅈㄴ 해바라기씨 소매 넣기 해주고 싶음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스티들 부심 생기는 이유: 애들이 성적으로 증명함, 본업도 존나 잘함, 팬 서비스도 완벽함 쉬지 않고 컴백해줌 이런 우주먼지 어케 입덕 안해 ㅠㅠㅠㅠ
ㄴ인정… 바쁜 거 뻔히 아는데 매일 프라이빗 메시지 와서 종알대는 우리 애들 귀여워
ㄴ종알종알… 혹시 우리 병아리인가요?
ㄴ쉬지않고 종알대는 초코하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즈가 또 해외 스케 엄청 돌리겠네 국내도 와줘 ㅠㅠㅠㅠ
ㄴ해외에서 입질오는 중이라 왠지 조만간 해투 돌러 갈듯…
ㄴ우리 애들 유명해지는 거 너무 좋은데 서이안 복근은 국내에서만 보고 싶음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해외에서 까지 말라고…
ㄴ이안아 감춰;;;
ㄴ두부이안 절대 지켜
.
.
.
걱정이 없었다.
그나마 사건사고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잠자는 숲속의 도서한 정도랄까.
막내가 너무 자길래 걱정했지만 병원까지 가봤더니 문제는 없다더라.
평상시에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자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잠이 유난히도 적은 편이라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행복하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분명 몸은 피곤했지만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은 복이니까.
진세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평화로운 나날들을 즐겼다.
위이이잉.
아까부터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소리에, 진세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
세상에는 애써 무시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것들이 있다.
그저 차단을 박아버리면 될 뿐인데.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미지의 불안감이, 극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진세현을 혼란스럽게 한다.
결국, 그는 마지 못해 전화를 받았다. 길게 이어지던 진동이 마침내 끊겼다.
“……”
들려온 첫 마디는 간단했다.
-야, 너 잘 나가더라?
레블의 최호성.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목소리가 나직이 말을 뱉었다.
-빌보드 입성 축하한다.
그 말에, 진세현은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네.”
결코 축하로 들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