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세론 언데드 군단과 마왕은 분명 나보다 강하다.
저쪽은 마왕과의 상잔을 유도했음에도 결전 병기 둘이 건재한 반면 내 쪽은 울트라 베어 하나뿐인 데다, 군단의 질과 규모 모두 이쪽이 더 처지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다르다.
이곳은 내가 세론 언데드 군단과의 최후 결전을 상정해 두고 수년에 걸쳐 보완하고 또 보완해 온 내 전장이니까.
쿠왕!
정확한 궤적을 계산해 쉴 새 없이 하늘에서 내리꽂는 궤도 폭격 철제 공에 박살 나는 세론 언데드들.
세론 언데드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그런 궤도 폭격을 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그런 세론 언데드 군단을 기다리고 있는 건 내가 사방에 설치해 둔 함정이었다.
세론 언데드 군단이 접근하자 땅에서 검은빛이 쏟아지며 폭발음과 함께 세론 언데드 군단을 그대로 집어삼킨다.
그리고 이건 결전 병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쿠어어!”
세론 언데드 군단을 향해 쇄도하던 결전 병기가 함정에 발을 딛자 그대로 푹 꺼져 버리는 땅.
그렇게 갑자기 만들어진 구덩이에 빠진 결전 병기가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는 그 순간.
구덩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던 뼈와 인공 정수가 빛을 내뿜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결전 병기를 속박해 버린다.
“말했지? 준비 많이 했다고.”
결전 병기를 비롯한 세론 언데드 군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내가 만든 내 작품이다.
당연히 결전 병기의 위력과 한계를 가장 잘 아는 나이기에 그런 결전 병기조차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피해를 입을 만한 수준으로 함정을 여러 개 준비해 뒀지.
그렇게 결전 병기 하나가 속박되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결전 병기도 함정에 빠졌고, 그 순간 함정에서 어마어마한 사기가 폭발하며 결전 병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그리고 그렇게 치명적인 일격을 맞은 결전 병기에게 달려드는 울트라 베어.
“하나는 속박당했고 하나는 피해 입은 채 울트라 베어랑 붙고. 이러면 대충 쪽수가 맞잖아?”
나는 마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내가 너랑 세론 언데드 군단을 위해서 준비한 것들인데.”
그러자 방금까지 내 도발로 인해 분노하던 마왕이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했는지 냉정함을 되찾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 대규모 함정과 메테오까지 준비하다니······.”
“네가 도발해 준 덕분이지, 뭐. 네가 오자마자 세론 언데드랑 나를 싸우게 하고 싶었던 것처럼 나도 네가 이쪽에 바로 나타나길 원했었거든. 함정이 가득 설치된 이 불지옥에 말이야.”
그러자 침묵하던 마왕이 말했다.
“괜찮은 후원 국가라도 얻었나 보군. 새로 만든 언데드 군단이나 저 함정에 설치된 마정석을 생각하면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후원자?”
나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노노. 나 후원자 없는데?”
“후원자가 없다고? 후원자가 없는 네크로맨서가 어떻게 저만한 규모의······.”
나는 마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장사했지.”
내 말에 마왕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장사? 네크로맨서인 네가?”
“어.”
나는 그간 해 왔던 사업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스켈레톤으로 물건 만들어 팔고, 농사 지어서 팔고. 그것 말고도 상점에 종업원 대신 스켈레톤 배치해서 돈을 벌었지. 아! 그것도 했다. 군인 스켈레톤. 그리고······.”
그렇게 줄줄이 이야기를 늘어놓자 마왕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기를 풀풀 내뿜는 저 불경한 존재들이 만든 물건과 농사지은 걸 인간이 먹고 사용한다고?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사고의 틀을 좀 벗어나 봐. 이 동네는 세론이랑 다르다고. 나도 처음엔 좀 걱정했는데,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좋아하던데?”
네크로맨서로서 힘을 얻은 건 세론이지만 그 힘을 활용해 진짜 꽃을 피운 건 지구다.
세론에서 혐오받던 언데드는 지구에서 소중한 노동력으로 대우를 받았으니까.
그 덕분에 세론 그룹이란 글로벌 대기업을 만들어 지금 여기까지 온 거고.
그래서 더욱더 소중히 지켜야 한다.
지구는 내 은퇴 예정지임과 동시에 세론과 달리 나와 언데드를 인정해 준 곳이니까.
“아무튼 이건 전부 후원자 없이 내가 직접 준비한 거라 이거야. 대단하지?”
“믿을 수 없군. 고작 장사 좀 한 걸로 이 정도 규모의 언데드 군단과 대규모 함정을 만들 만큼 재화를 쌓다니.”
“고작 장사라 표현하기엔 내가 제법 크게 장사를 하고 있어서 말이지. 아무튼 믿을지 말지는 너 알아서 해. 아. 참고로 아직 안 끝났어, 내가 준비한 게 아직 더 남았거든.”
“뭐?”
그때 마침 내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회장님! 곧 도착입니다!
“왔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섬의 코너 쪽에서 스켈레톤 무리가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스켈레톤 리그의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개조 해 둔 스켈레톤들의 강화 버전.
저 스켈레톤들이야말로 세론에서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세론 언데드 군단에게 있어서 쥐약이지.
오직 승리만을 위해 오만 잡가지 파츠를 가져다 마개조 한 스켈레톤의 전투 방식은 세론 언데드 군단이 겪어 본 적 없는 유형이니까.
“저, 저게 무슨······?”
“마개조 스켈레톤. 강화 버전에 알고리즘 적용했는데 세부 조율에 시간이 걸리더라고. 그래서 조금 늦었지.”
그 괴랄한 외형에 마왕이 당황해하는 사이 전장에 도착한 마개조 스켈레톤들이 세론 언데드 군단을 공격한다.
그러자 그 기상천외한 공격 방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줄줄이 쓰려져 가는 세론 언데드 군단.
그렇게 내가 준비한 것들에 의해 처리되어 가는 세론 언데드 군단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그때, 이번엔 바다 위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배가 하나 눈에 띈다.
“세론 길드도 왔네.”
그간 게이트 안에 소환수를 집어넣으며 마왕을 무던히도 괴롭히던 세론 길드.
그동안은 섬에서 작전을 펼쳤지만, 임계점이 다가오자 언제든 도주가 가능하도록 고속정에 탑승한 채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소환수만 동원하기로 작전을 짰지.
나는 고속정들 위에서 소환되어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소환수들을 보며 말했다.
“저쪽은 소환수. 모두 내 부하들이지. 친숙하지 않아? 게이트 안에서 자주 봤지?”
나는 입술을 깨물고 있는 마왕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전부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것들이야. 그러니 마음껏 만끽하도록 해.”
*
함정과 궤도 폭격에 당하고, 마개조 스켈레톤과 처리해도 처리해도 계속 다시 재소환되는 소환수 러시.
그간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대응책들이 효과적으로 먹히며 지구 언데드 군단과 세론 언데드 군단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넘어, 오히려 밀어붙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마왕이 게이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론 언데드 군단은 군단대로 싸우게 두고 나만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이미 내 주변은 수많은 고위급 언데드로 가득한 상황.
마왕이 나를 향해 연신 공격을 퍼부으며 외쳤다.
“언데드 뒤에 숨지 말고 남자답게 덤벼라, 네크로맨서!”
나는 마왕의 공격을 고위급 언데드가 대신 받도록 만들며 말했다.
“애초에 내가 네크로맨서를 고른 이유가 뒤에 숨어서 안전하게 싸우려고 그런 건데 뭔 개소리?”
“으으!”
“그러지 말고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냥 좀 죽어 주면 안 되냐? 딱 봐도 승산이 없어 보이잖아?”
그러자 마왕이 멈춰 서며 말했다.
“승산이 없다고?”
“그렇잖아. 소환수는 계속 소환되고 함정은 펑펑 터져 나가며, 궤도 폭격도 계속 날아오고 있고, 거기에 마개조 스켈레톤까지 난장을 치고 있는데 날 어떻게 이기려고? 뭐,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즉석에서 언데드 군단 알고리즘을 수정해 마개조 스켈레톤을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든 다음 직접 통제해서 함정을 최대한 피하게 만들면 되지. 너 마력 감응력 최상이니까 함정 탐지 정도는 가능하잖아? 그런데 이걸 어쩌나. 통제를 못 하네? 알고리즘 수정도 못 하고.”
그렇게 마왕을 놀리자 잠시 침묵하던 마왕이 말했다.
“그래. 나는 언데드 군단을 통제할 수 없지.”
“이제 인정하는 거야?”
“하지만 나에겐 나만의 방법이 있다. 지금 저 배들에 소환수를 소환하는 소환사들이 있는 거겠지?”
그러곤 마왕이 기습적으로 마력탄을 만들어 소환 계열 각성자들이 타고 있는 고속정들 쪽으로 날려 보내며 말했다.
“어차피 소환사가 사라지면 소환수는 무용지물이 되는 법! 이걸 시작으로 하나하나 전부 파훼해 주마!”
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고속정을 향해 공격을 날린 마왕.
하지만 이 정도도 예상 못 할 내가 아니지.
마왕의 마력탄이 고속정으로 날아가자 선두에 있던 고속정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사람들은 바로 박인귀를 비롯해 내가 의족을 만들어 준 나카무라 등등, 내가 인연을 맺은 SS급 각성자들.
SS급 각성자들은 배를 향해 날아가는 마력탄 쪽으로 각자가 준비한 최고의 위력을 가진 기술을 날렸고, 그렇게 마왕이 기습적으로 쏘아 보낸 마력탄은 바다 위에서 허무하게 막혀 버린다.
“···마스터급?”
“어, 마스터급. 조금 다르긴 한데 비슷해.”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각 잡고 제대로 공격하는 거라면 모를까, 기습적으로 날린 원거리 공격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준비 시간이 필요한 강력한 공격은 내가 막고 약한 공격은 각성자들이 막고.
이러면 세론 길드의 안전 확보 정도는 일도 아니지.
나는 마왕을 향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떡하냐, 기껏 기습한 게 실패해 버렸는데.”
“······.”
그런데 그 순간.
마왕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뭐?”
“멀리서 처리가 안 되면 가까이 가서 처리하면 그만이지.”
그러더니 갑자기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마왕.
“어?”
세론 언데드 군단이 고전하고는 있지만, 그런 세론 언데드 군단이 있기에 내 전력의 상당 부분이 그쪽으로 투입되어 그나마 마왕이 나를 직접 상대할 기회를 잡은 상황.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준비한 여러 전력 중 하나에 불과한 소환수를 잡겠다며 본인이 직접 움직인다고?
심지어 일부러 작은 고속정을 잔뜩 동원한 덕분에 전부 처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고, 그사이 세론 언데드 군단이 모두 전멸하면 마왕은 나에게 복수할 마지막 기회를 잃는 거나 다름없는데?
당황한 나는 말했다.
“야! 너 뭐 하냐? 나한테 복수하려던 것 아니었어?”
“그래. 복수할 생각이다. 단지 첫 타깃을 저 배들로 잡은 것뿐이지.”
그러곤 배 쪽을 향해 날아가려 하자 나는 다급히 마왕에게 마법을 무차별로 난사하며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당장 산개해서 이탈해!”
-예?
“지금 이놈 그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내가 막는 사이에 당장 도망치라고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마왕을 저지하는 사이 각성자들이 타고 있는 고속정들이 빠른 속도로 사방에 흩어지며 도주한다.
나는 고속정들이 떠나가는 걸 확인하고 마왕에게 말했다.
“야야, 갑자기 이게 웬 뻘짓이야.”
그러자 마왕이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로 더욱 확실해졌군. 넌 내가 알던 세론의 한지혁이 아니야.”
“뭐?”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상했지. 내가 아는 네크로맨서 한지혁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아군을 언데드로 만들 만큼 잔혹한 성격을 지녔기에 당연히 이곳 지구의 동족들도 전투에 동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섬엔 너와 나를 제외하면 생명체가 단 하나도 없더군.”
마왕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던 중 그나마 나타난 동족들이 저 소환사들인데, 저 소환사들을 지키기 위해 즉시 전력감인 마스터까지 대거 배치하는 것은 물론 내가 공격하는 시늉을 보이자마자 바로 대피하게 만들어? 이건 절대 내가 알던 네 전투 스타일이 아니야. 내가 아는 너라면 소환사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저 마스터들을 저곳이 아닌 이곳에 배치해 죽을 때까지 싸우도록 만든 다음 죽어서도 언데드로 부활시켜 계속 싸우게 만들었을 테니까.”
마왕의 정확한 지적에 당황한 내가 말했다.
“그, 그거야 최대한 피해를 덜 입기 위해서······.”
“그래서 너는 내가 알던 한지혁이 아니라는 거다. 너는 단 한 번도 세론 인류 연합군의 피해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죽어도 언데드의 재료로 활용했을 뿐.”
마왕이 하늘로 떠오르며 말했다.
“너는 늘 상대하기 곤란한 적수였다. 언데드 군단이 강해서? 아니다. 네가 곤란한 적수였던 건 세론의 너에겐 지켜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인류 연합군이 피해를 입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늘 언데드 군단에 둘러싸인 안전한 곳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히던 너는 그야말로 끔찍한 상대였지. 하지만 이곳에서의 너는 다르군.”
마왕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동족이 없는 이 섬을 전장으로 삼은 것도, 그리고 너 혼자 모든 걸 준비한 것도 전부 동족을 지키기 위해서였어. 즉, 이곳의 너에겐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소리지,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약점이 되는 법. 정말 놀라워, 그 잔악무도한 네크로맨서도 자신의 동족만큼은 소중했다니.”
“자, 잠깐만. 너 설마······?”
“그러니 나도 똑같이 해 주지. 내 동족들이 네 언데드에 무더기로 죽어 나갈 때 느꼈던 그 절망감, 너도 똑같이 느끼게 해 주마.”
“야이 미친 새끼야!”
“배들은 이미 사라졌지만 상관없다, 지금부터 내 눈에 띄는 모든 생명체를 모조리 말살할 테니까. 그간 너에게 목숨을 잃은 내 동족들의 원한을 네 동족들의 목숨으로 갚겠다.”
“야! 네 상대는 나잖아!”
“상대가 지키고자 하는 걸 파괴하는 것도 좋은 전략임과 동시에 가장 확실한 복수 방법이지. 하물며 이곳은 네가 만든 전장 아닌가? 적이 모든 걸 준비해 둔 전장에서 싸우는 거야말로 멍청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러니 나는 반대로 움직여 주마. 기대해라, 네크로맨서, 네가 지키고자 하는 모든 걸 파괴해 줄 테니까.”
그러곤 정말로 세론 언데드 군단을 내버려 둔 채 엄청난 속도로 어디론가 날아가는 마왕.
“자, 잠깐, 저쪽으로 가면 일본인데?!”
이곳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마음 내키는 방향으로 날아간 걸 텐데 그게 하필 일본이라니.
“일본을 지나면 바로 한국··· 이 개 같은 새끼가! 너 거기 안 서?!”
나는 일단 세론 언데드 군단과 싸우던 지구 언데드 군단부터 모조리 회수했다.
어차피 세론 언데드 군단은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인 데다 어차피 섬에 봉쇄되어 있어 나중에 처리해도 되니까.
아무튼 그렇게 언데드 군단을 회수하고 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따라붙었지만, 마왕과의 거리는 좁혀지긴거녕 오히려 멀어만 진다.
“뭐 저렇게 빨라?!”
저쪽 세상에서 언데드 군단 피해 다니며 도주의 달인이라도 됐는지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마왕.
나는 혹시 몰라 챙겨 온 위성 전화로 김덕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
“지금 당장 일본 정부에 연락해서 사람들 피신시켜요! 지금 이 미치광이가 나 피해서 사람들 학살하겠다며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예!? 저, 정확히 어디······?!
“내 GPS 보면 이동 방향 나올 것 아닙니까! 그걸로 방향 특정해서 그 라인에 있는 사람 모조리 대피시키세요! 아마 몇 시간 안에 도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덕배에게 지시를 내린 나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아가는 마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 자존심 강한 마왕이 원수인 나를 눈앞에 두고도 전장을 이탈해 다른 식으로 복수를 하려 할 줄이야.
문제는 이런 마왕의 복수 방식이 나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치명적이라는 거다.
“안 돼. 절대 안 돼. 무조건 막는다.”
마왕이 이곳에 온 것도, 그리고 사람들을 학살하려 하는 것도 전부 나 때문 아닌가.
이대로 마왕이 사람들을 학살하다 한국까지 건너가게 되면 내가 염원해 온 완벽한 은퇴는 무너진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어떻게든 막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