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116)
10. 과거와 마주하는 방법 (2)
“음? 모르고 있었나? 요새 인원이 부족해서 2학년으로도 모자라 1학년도 끌어다 쓸까 하고 논의 중이라는구려.”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내가 마지막에 읽었던 부근에 등장했던 에피소드였다.
나는 슬슬 내가 읽었던 최신 부분까지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곧 훈장 수여식이 있고, 현장 실습의 탈을 쓴 징집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이 세계에서 헌터란 직업은 돈도 많이 벌지만, 그만큼 고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헌터가 될 바에야 연구원이 되지.’
이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비유하자면, 의대가 인기 있지만 의대 내부에서도 사람이 쏠리는 과와 아닌 과가 있는 것과 같다.
뭐 드라마나 영화에서야 헌터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긴 하지.
그렇지만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히트치고 거기에 감명받는다 해서, 실제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현장에 투신하겠다! 하고 마음먹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군다나 얼마 없는 각성자들 중에서.
설사 그런 마음을 먹고 왔다고 해도 이 헌터 아카데미에서 거친 실습을 거치며 마음이 변하기 일쑤다.
그러니 사람이 적을 수밖에.
목숨을 걸고 싸울 바에야 좀 덜 벌더라도 연구원이 되겠다는 거다.
유사시에는 연구원들도 헌터로 징집되겠지만, 그건 정말 최후의 최후라는 느낌이니.
연구원이 되더라도 각성자 연구원이면 일반 전문직보다는 더 큰 돈을 벌기도 하고.
…나 자신은 연구원만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래서 헌터들은 꼭 필요한 직업임에도 만년 인원 부족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학생인 아카데미 헌터 전공생들을 징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하긴 이 세계는 반쯤 아포칼립스니까 엄격하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뭐하지만.
그보다 징집의 탈을 쓴 현장 실습 에피소드가 끝나면 내가 아는 원작 지식도 전부 바닥이 난다. 이제 소설 지식에 의존하는 것도 힘들어지는 걸까.
앞으로는 메타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욱 중요해지겠지.
“현장이 정말 난리인가 보네요.”
“난리도 아닐세!”
시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강유가 실습을 나가지 않게 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욱 험해질 현장에 벌써부터 강유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최보림은 제 잘못을 알긴 아는지 힐끔힐끔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웃기는 건, 그러면서도 우리에게서 떨어지고 싶지는 않은지 슬슬 말을 건다는 거였다.
“이그드라실 님을 만난다니, 기대된다!”
“아, 너는 처음 만나는 건가?”
“직접 대화하는 건 처음이야! 디저트 사가야 하나?”
“그럴 필요는 없어. 훈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상.”
신바란이 묘하게 쌀쌀맞은 태도로 최보림에게 답했다.
아까부터 민재윤을 살피는 걸 보아하니 민재윤의 상태가 안 좋아진 것과 최보림이 연관있다는 걸 파악한 듯했다.
“재윤아, 오늘은-”
“훈련 많이 힘들까? 힘든 건 질색인데!”
최보림은 신바란이 민재윤에게 신경 쓰는 게 싫은지 신바란이 민재윤에게 말을 걸려 할 때마다 묘하게 말을 잘랐다.
신바란도 이를 눈치채지 못할 애가 아니다. 그녀는 그저 입을 다물곤 눈썹을 까딱해 보였다.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보잔 심정 아닐까?
그 후로 신바란은 최보림이 하는 말에 계속 단답으로 답했다.
‘너와 대화하기 싫다!’ 대놓고 티를 내는 거였지만 최보림은 정말…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편한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수련실에 도착했다.
“음! 왔느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드그라실이 우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이그드라실을 보자마자 최보림은 참 예의 바르게 배꼽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최보림이라고 합니다!”
“음, 아까 전해 들었다! 너는 우선 체력테스트부터 하자꾸나! 너희들은 단체 모의전투다!”
“네!”
“어… 체력 테스트요? 저도 모의 전투에 참여하면 안 될까요? 다 같이 하면 좋잖아요!”
최보림의 말에 이그드라실이 의아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먼저 알아야 그에 맞는 파티를 짝지어 줄 것 아니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 녀석들은 이 이그드라실의 수제자들이다. 보통 학생들 수준으로는 쉬이 합을 맞추기 힘들 거다. 힘을 내봤자 서포트하는 게 고작이겠지.”
“에엥….”
당연히 함께하며 하하호호 떠드는 그림을 꿈꿨을 최보림이 아쉽다는 듯 말을 질질 끌었다.
그런 최보림에게 신바란이 톡 쏘듯 말했다.
“아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고, 너는 좀 덜 성급할 필요가 있는 것 같네. 차근차근 필요한 단계를 밟아가면서 해.”
“으- 바란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할 수 없지! 열심히 할게!”
나는 찡긋 윙크를 하는 최보림에게 마주 웃어주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나는 햇살캐다… 햇살캐다….
먹고살기 힘들다 진짜.
그렇게 최보림은 이그드라실과 함께 체력테스트를 위해 수련장 안 체육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최보림을 보내고 평소대로의 루틴대로 모의 전투를 준비했다.
이그드라실이 준비해준 계획표를 기반으로 시뮬레이터를 조작하는 나유한이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며 말했다.
그나저나 최보림이 사라진 후 민재윤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행이었다.
“그… 상태 괜찮아? 그 애랑 있을 때마다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았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까부터 민재윤의 상태를 신경 쓰던 신바란이 조심조심 재윤이에게 다가갔다.
민재윤은 멍하니 있더니 신바란의 손이 제 등에 닿자 흠칫 몸을 떨었다.
“아, 아니! 아냐! 그냥…! 오늘 속이 안 좋아서…!”
“네가 불편하면 따로 수련하자고 하자.”
“응. 재윤이가 먼저야.”
박시우와 이하나의 말에 민재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하지만… 편지 때문에 우리가 신세를 진 거니까 잘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 혼자만의 문제기도 하고….”
“최보림에겐 미안하지만 은혜는 다른 수단으로도 갚을 수 있어.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애가 좀 불편하기도 해.”
“저도 조금… 저희와 서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대화하기가 힘들어요.”
특히 최보림에게 시달리던 신바란과 나유리가 곧장 불편함을 호소했다.
아까부터 말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강유가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있지, 단체생활을 하려면 물을 흐리는 사람은 꼭 단속하고 가야 해.”
“냐하하, 강유 말이 맞아~ 게다가 계속 재윤이랑 나현이를 따돌리던걸? 그런 아첨쟁이는 필요 없어.”
“수정 선배의 말이 맞아. 기존 멤버들이 굳이 참으면서 그 아이를 품고 갈 메리트도 없고.”
나유한이 시뮬레이터를 조작하며 가차 없는 최수정의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네 편을 들 거야.”
…나유한도 변했구나.
나는 새삼스러운 감상을 느꼈다.
나는 작게 미소지으며 민재윤을 위한, 민재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말을 함께 더해 주었다.
“맞아. 우리에게는 재윤이 네가 더 소중해. 그걸 잊지 말아줘. 우린 친구잖아.”
“…다들 고마워.”
우리의 말에 민재윤은 그제야 안심한 듯 밝게 웃었다.
얼마 후 시작된 모의전투에서 민재윤은 제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듯 날아다녔다.
* * *
모의전투 후 영상을 돌려보며 우리끼리 피드백을 진행하던 중, 예상보다 이르게 이그드라실과 최보림이 우리가 있는 수련실에 왔다.
이그드라실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꼬리를 내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최보림은 그런 이그드라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문을 걷어차듯 연 이그드라실이 투덜거렸다.
“으음- 이 아이, 정말 수련이 하고 싶은 게 맞느냐? 그런 것치고는 영 근성이….”
“글쎄요~ 제보다 젯밥에 진심인데 생각보다 제가 힘들었다던가?”
최수정이 능청스레 답했다.
대충 최수정이 무어라 하는지 알아먹은 듯한 이그드라실이 최보림을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열심히 수련하겠다며 스스로 온 학생을 내치는 건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이그드라실은 좀 포기한 A반 학생들도 기본적인 훈련은 따라갈 수 있도록 챙겨줬지.
그 정도는 해줄 거다. 최보림이 그 정도의 훈련도 따라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너희 헌터 전공 학생들이 치르는 2학기 중간 평가 전공실기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겠지?”
“네. 헌터로서의 기본 전투 및 생존능력평가로 아이템을 사용 가능한 몬스터와의 1대1 전투… 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서포터나 힐러는 생존능력을, 탱커와 딜러는 전투능력을 평가받지. 다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전공 실기 뒤에 치러지는 특수평가 때문이다.”
“특수평가라면 신청자만 받는 평가 말인가요? 중간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도 만회할 수 있는 평가이자 만회하다 못해 단번에 A반으로 승급 가능한 평가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 특수평가 말이다. 특수 평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겠지? 해당 학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대표 평가자로 선발되고, 승급 신청을 한 도전자들이 평가자들과 겨뤄서 이기면 도전자가 승급되는 거지.”
“대표 평가자….”
나유한의 말에 이그드라실이 긍정했다.
“그래. 대표 평가자를 A반 중에서 뽑아야 했거든. 기존 학생들과 큰 차이가 안 나는 녀석들을 뽑기도 좀 그래서 말이다? 내 귀여운 수제자들 중에서 뽑게 됐지!”
“그렇군요.”
나유한이 무덤덤하게 답했다. 아마 나유한은 대표 평가자로 선발된 사람들이 누군지 짐작하고 있을 거다.
소설에 나오기로는-
“그래서 나유리! 민재윤! 박시우! 수고해줘야겠다!”
저 셋이었으니까.
원작 소설에서 민재윤이 뽑혔던 것은 당시 나유한이 민재윤을 키워주면서 그녀의 자존감과 스펙이 동시에 향상되었던 덕이다.
지금은 원작 소설 때보다도 훨씬 성장했고, 저주 통제까지 완벽하게 할 줄 알게 되었으니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이하나와 최수정도 강하지만 이들은 유급생이니까 그 점을 고려해 뽑히지 않았겠지.
신바란이 뽑히지 않은 이유는 근거리 전투에서 셋에게 다소 밀리기 때문일 거다. 보통 특수평가에 도전하는 전투계 학생들은 근거리가 많다.
…나야 뭐, 아직 부족하니까 그렇겠지.
좀 아쉽다.
“우와…. 대표자로 뽑혔다는 건 말 그대로 일학년 최강이라는 거 아니야? 축하해!”
“최, 최강이라니! 아니에요!”
“나, 나도 꽤 강해졌으니까 그럴지도 몰라…!”
쑥쓰러워하며 부정하는 나유리와 다르게 민재윤은 나름 자신감을 드러냈다.
처음 만났을 무렵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던 모습과 다르게, 이젠 스스로가 강하다고 믿을 수 있게 된 민재윤이 대견했다.
“맞아! 이 최강자들을 넘어서라! 이거잖아! 최고!”
“고마워.”
나는 햇살캐답게 나유리와 민재윤, 박시우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들이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도 각자 축하의 말을 보탰다.
최보림조차 이럴 때 민재윤에게 말을 안 걸면 너무 티가 날까 걱정되었는지, 어설프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다들 축하해~”
“으, 응….”
참으로 어색한 광경이었다.
이그드라실은 우리의 대화를 잠시 기다려주더니 이내 다음 화제를 입에 올렸다.
“음! 그리고 곧 훈장 수여식이 있을 거다! 현장 실습 때의 활약을 치하하기 위해 받게 될 거라는 건 안내받았겠지?
수여식 장소는 각성자 관리 본부라더구나! 교장과 함께 가겠군!”
교장, 훈장이라는 말에 최보림이 눈을 빛냈다.
“와! 훈장! 저도 견학하러 갈 수 있을까요?!”
“그건 곤란하겠군. 훈장을 수여 받는 장본인만 갈 수 있어서 말이다. 수업 시간 중이기도 하고.”
이그드라실의 말에 최보림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가 돌아왔다. 아쉽나 보지.
그러나 훈장 수여식에도 같이 가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그녀의 열등감을 돋구었는지, 최보림은 새된 목소리로 화살을 돌렸다.
“훈장은 누구누구 받는 거죠? 판교 요새에 갔던 친구들이랑, 또… 시우랑 바란이도 경인 요새에서 엄청나게 활약했다고 들었는데. 그럼 재윤이랑 나현이, 저만 빼고 다 가는 건가요? 우린 낙오자 팟인가 봐! 너무해~”
“응? 아, 보림이는 모르겠구나? 재윤이랑 나도 훈장 받아.”
나는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최보림의 착각을 정정해주었다.
최보림이 모를 만도 하다.
민재윤도 나도 스스로를 어필하며 떠들고 다니는 타입은 전혀 아니니까.
학교 측에서도 집중 감시 감찰반에 있던 우리 둘보다는 A반 학생들의 활약에 집중 조명했으니, 사실상 나와 재윤이의 활약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
그러나 그렇다 해서 민재윤과 내가 훈장을 받는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나는 살짝 고개를 틀며 그녀를 바라봤다.
“어쩌다 보니 보림이만 내버려 두고 가게 됐네… 아쉽다.”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촉촉한 눈빛으로!
내 햇살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