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45)
나는 귀족이다 1447화
[헬조선 편]
83장 듬직한 후손(5)
“조상님,이제 집에 왔어요. 근데 여기가 조상님 집이 맞나요? 알아볼 수 있겠어요?”
“맞아! 집과 거리가 다 없어지긴 했지만 분명히 내가 뛰놀며 봤던 그 풍경들이 맞아! 드디어 집에 온 거
라고!”
유령은 주변을 둘러보며 흐느꼈다.
수십 년의 세월과 생사를 뛰어넘은 환향의 감격은,보는 이들의 눈시울 을 젖게 만들었다.
정효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을 글씽거렸고,니트로 교수도 눈 근처가 붉어져 있었다.
“집이야! 드디어 집에 왔어!”
“아무것도 모른 채 점령국 탄광에 끌려가 고생을 하다가 67년 만에 죽은 몸으로 돌아온 고향은 우주기 지가 되어 있다라…… 무슨 영화 같 은 이야기로군요.”
“아,맞다. 조상님. 여기에 우주기 지가 생겼거든요?”
“우주기지?”
“네,지난 일주일 동안 영상기록물 보면서 인공위성 발사 같은 것 많이 보신 거 기억나시죠?”
“기억나.”
“여기서 그런 로켓 같은 것을 만들 어서 우주로 발사하는 겁니다. 우리 나라가 보유한 우주기지예요.”
“우리나라가 그런 것도 만들어서 쏘아 올리는 거야?”
그럼요. 이제 우주여행도 가능한
나라가 됐어요. 모두 조상님들 희생 덕분이죠. 항상 잊지 않고 있습니 다.”
유령의 얼굴에서 이제 검댕은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피부가 검게 그을려 있어,검댕이 지워져도 큰 이미지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고향에 돌아오시니 이제 만족하세 요?”
“기뻐. 아주 기뻐.”
“이 듬직한 후손이 조상님을 위해 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면서 노력했다 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 * *
군함도를 통째로 파내서 옮겨온 것 덕분에 전 세계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특히 이번 일은 일본의 황거,프랑 스의 루브르,영국의 대영박물관을 옮겨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임팩트 가 있었다.
저 셋은 옮겨올 때 지반을 그리 깊이 파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십 미터 정도 깊이로
지반을 파냈을 뿐이다.
하지만 군함도의 경우는 완전히 달 탔다.
채굴을 위한 수직 갱도가 1,000미 터 이상 아래 뻗어 들어가 있다 보 니,그 부분까지 전부 온전하게 도 려내야만 했다.
또한 외나로도에 군함도를 이식하 는 과정에서,수직으로 길게 뻗은 지반 부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과정을 진행했다. 유지웅은 마음이 뿌듯했다.
“이번 군함도 원정에서 건진 컨텐 츠가 너무 많아. 대부분은 미공개로
오래 묵혀놔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야. 빨리 내 애청자들에게 몽땅 다 풀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풀면 되잖아.”
“안 돼. 너무 한꺼번에 풀어버리면 나중에는 방송에 내보낼 컨텐츠가 떨어진단 말이야.”
“내 생각엔 지응이 네 인생에서 방 송 컨텐츠가 떨어질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봐. 자신할 수 있어.”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 아.”
“뭘 그렇게 컨텐츠 떨어질 걱정을 해. 그럴 일은 없지만 나중에 진짜
방송 컨텐츠 없어지면…… 우리가 사실은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라고 밝혀도 방송거리가 될 거 같은데. 아마 1년은 우려먹을 수 있을걸?”
유지웅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자 정 효주는 당황했다.
“지응아?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야? 난 그냥 농담이었는데.”
“……확실히,그것 이상으로 뛰어 난 방송 컨텐츠는 지금으로써는 생 각나지 않아. 앞으로도 없을 거 같 고.”
“지응아? 정말 그럴 건 아니지? 세상이 받게 될 혼란의 크기를 생각 해 줘.”
“무슨 상관이야. 내 방송만 알차고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진실 때문에 혼란을 겪는 게 뭐가 어때서? 그건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니까 괜찮아. 얼마든지 장 려해도 돼.”
“참아 줘. 나중에 정 방송 컨텐츠 가 떨어지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조달해 줄 테니까, 제발 그 카드만 큼은 최후의 조커로 남겨놔 줘.”
“너무 걱정하지 마. 정 방송할 거 리가 떨어지면 그때 가서 꺼내면 되 지. 지금으로써는 10년 치는 족히 축적해 둔 거 같아서 마음이 아주 든든해.”
* ♦ ♦
어마어마한 인파가 외나로도를 찾 기 시작했다.
본래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곳인지 라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폭증
하는 방문객 교통량을 소화하는 것 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남해 끄트머리에 있는 외나로도에 는 첫날에만 100만 명이 넘어가는 인파가 몰렸다.
이미 군함도가 도려내진 채 남해를 날아오는 과정이 SNS를 통해 낱낱 이 생중계되었기에,많은 이들이 군 함도를 보기 위해 외나로도를 찾은 것이다.
덕분에 군함도 견학 프로그램 일정 을 담당했던 부서는 더욱 바빠지게 되었다. 업무 자체가 아예 달라져 버렸으니.
“이거 이러면 크루즈 선박을 운용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 아닙니까? 육로로 얼마든지 올 수 있으니 선박 은 쓸모가 없죠.”
“조금 아쉽긴 하네요. 신수가 차라 리 군함도를 바다에 놔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다도해 쪽은 수심도 비교적 얕은 편이라서 충분히 가능 했을 거 같은데.”
“대신 접근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 죠. 어차피 군함도는 그 내부의 모 습이 중요하지,바다에 떠 있느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일본은 군함도를 감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까 지 했었다는군요. 그 전에 우리나라 가 가져올 수 있어서 다행이죠.”
“근데 지금 외나로도에 100만 명 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서 큰일입 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머무를 곳 이 전혀 없어요.”
“사람들도 참 대책 없이 밀려들었 군요.”
“그 사람들도 100만 명이 한 번에 몰릴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 을 겁니다.”
일단 숙식은 둘째 치고, 100만 명 의 인파가 이용할 화장실 등 기본적
인 편의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했 다.
군함도 견학 관리부서는 급한 대로 간이 화장실을 최대한 긁어모아 외 나로도 이곳저곳에 넓게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팀 상주,기본적 인 음식물과 음료를 구매할 수 있게 끔 이동식 편의점을 배치했다.
방송국은 앞을 다투어 군함도의 모 습을 방영해서 내보내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섬 하나 를 보겠다고 몰려든 것 자체가 이미 굉장한 볼거리였다.
“섬 내부 시설이 너무 노후화돼서 위험합니다. 섬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은 한 번에 최대 100명까지입 니다. 통제 요원의 동행 없이는 절 대로 섬에 들어가셔서는 안 됩니 다.”
“순번표를 받고 기다려주세요!”
100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일일이 순번표를 나눠주는 거 자체도 고역 이었다.
그래서 제니스 컴퍼니에 근무하는 앱 엔지니어들이 즉석에서 엡을 만 들어서 배포했다.
신분을 인증하고 대기 신청을 하면
대기표를 어플에서 나눠주는 방식이 었다.
이 방식은 꽤 호평을 받았다.
100만 명이 일시에 몰린 터라 어 떤 순서로 출입해야 할지 난감했는 데,적절하게 대처를 한 것이다.
내친김에 유지웅은 브라우니가 섬 내부를 수색하다가 찾아낸 백골들을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성인 방문객에 한해서 사전에 설명을 한 뒤에 공개를 하기로 했 다.
“보십시오. 이것은 우리 제니스그 룹이 군함도를 매입한 이후,갱도
수색을 하다가 찾아낸 강제 징용자 들의 시신입니다.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시신이 수백 미터 아래 갱도에 파묻혀 있을지,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십 구가 넘는 백골 더미는 군함 도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백골 더미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일제시대의 만행 을 널리 알렸다.
“저 백골들은 근데 언제까지 저렇 게 둘 겁니까? 저렇게 방치하는 것 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 아닐지.”
“찾아낸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 서 그렇습니다. 아직 어떻게 처리해 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고인께 예를 갖추는 선에서 처분이 될 겁니다.”
그동안은 극비인 유령 문제를 처리 해야 했기에,백골들을 어떻게 취급 해야 할지 논의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제니스그룹은 급히 사람을 동원해 서 대량의 나무관을 준비했다.
나무관 하나마다 백골들을 정중히 눕히고,임시로 뚜껑을 닫은 뒤 군 함도 외부 광장에 질서정연하게 늘
어놓았다.
백골 중에는 조선인 징용자도 있을 것이고,일본이나 다른 국적의 징용 자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단 유전자 감식 등의 다 양한 절차를 통해 국적을 가려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개별 신원을 가릴 수 있다면 좋겠 지만,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군함도는 한순간에 대한민국 최고 의 방문지로 떠올랐다.
국내 여행을 계획하던 이들은 난데 없이 불어 닥친 뜨거운 군함도 열풍
에 휩쓸려,제니스타운으로 발길을 향했다.
군함도를 찾은 방문자들은 섬 내부 를 둘러보고 과거 그 참혹하고 열악 한 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좁디좁은 수백 미터 아래 갱도에서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고 죽어간 무수한 징용자들을 애도했다.
“일제시대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 니,정말 상상도 못 했어.”
“자책할 일은 아니야. 나도 전혀 몰랐으니까. 군함도란 이름은 들어
보지도 못했어.
“지응이 형님이 군함도를 빼앗아오 지 않으셨다면 아마 잘 모르고 지나 갔겠지. 일본 애들이 이거 유네스코 에 등재하려고 했다던데,아마 그때 쯤 돼서야 이름 주워듣고 그랬을 거 같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지응이 형님 이 있는 한 일본 애들이 우리 민족 에 더 이상 치욕을 줄 수 있는 일 은 없을 거야.”
* * *
“나 요즘 들어 일본이 좋아질 거 같애.”
“갈 때마다 방송 컨텐츠거리를 주 니까?”
“아니,매번 나에게 뭔가 즐거움을 주잖아. 좋은 것도 많이 주고. 그래 서 그런지 그러면 안 되는 걸 아는 데도 자꾸만 일본이 좋아질 것만 같 애.”
일본이 너무 좋아서, 일본이 많았 으면 좋겠다.
세 개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인데?
“서일본과 중일본은 그런대로 추스 르는 분위기인데,동일본은 이제 혼
란이 시작인가 봐.”
“원래 치정 싸움만큼 지저분한 게 없으니까.”
카오리 총리를 마음에 두고 있던 신카이 고로 부총리의 반란은 동일 본에 큰 분열을 야기하고 있었다.
동일본이 맞이하게 될 혼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일본과 서일본도 추스르 기 작업이 끝나면 그 혼란에 가담할 것이다.
과거 일본 열도를 휩쓸었던 전국시 대의 혼란이 현대에 재림하는 것이 다.
“그나저나 우리 조상님은 요즘 뭐 하시는데 이렇게 모습을 안 보이실 까?”
“나도 전혀 못 본 거 같아.”
“아직 조상님의 존재가 들킨 건 아 니지?”
“SNS에서 귀신같은 존재를 봤다는 괴담이 올라오긴 하는데…… 읽어보 면 그냥 헛것을 보고 올린 거 같아. 조상 유령 이야기는 아닌 거 같더라 고.”
“조상님,조상님. 오늘은 또 어디 가셨어요? 저와 같이 일본을 언빌드 하지 않을래요?”
유지응은 정효주와 손을 잡고 군함 도 내부 거리를 이리저리 거닐며 노 래를 흥얼거렸다.
“블랭,조상님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니?”
一에너지 반응이 잡히지 않습니다. 형체화를 풀고 잠들어 있는 게 아닐 까요?
“그렇게 오고 싶었던 집에 기껏 돌 아왔는데 잠드시다니.”
유령은 첫날 오열을 한 뒤,다음 날부터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 다.
그때 였다.
유지웅은 군함도 가장 높은 건축물 천장에 유령이 홀로 서 있는 걸 발 견했다.
“앗,조상님이 저기 있다!”
유지웅은 얼른 훌쩍 뛰어 유령을 향해 다가갔다.
유령은 우두커니 선 채 우주기지가 있는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 었다.
“조상님,여기서 뭐 하시는…… 어 라? 조상님,왜 이래요?”
유지웅은 그제야 유령의 몸이 이전
보다 투명해져 있는 걸 깨달았다.
유령은 천천히 유지웅을 돌아본 뒤 입을 열었다.
“이상해. 너무 졸려. 자꾸만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