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98)
특성 쌓는 김전사 298화
옛 아버지 –3-
world, せかい, mundus, 世界, мир, दुनिया……
이것과는 다르다.
세계 특성의 [세계]는 차원계를 지칭하지 않는다.
진짜로 의미하는 것은…….
‘소우주.’
어디에서 들었더라?
게임에서?
원래 세계에서 읽었던 무협 소설에서?
아니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겠다고 발악하면서?
어쨌든 들어 보았다.
인간은 소우주.
세계는 대우주.
그래서 인간과 세계는 서로 통한다는 개념이 있었지.
세계 특성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면 세계와 특성에 무슨 관련이 있겠어.
세계 특성이 다른 특성을 옮기고 베끼고 합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나는 천천히 눈을 끔벅거렸다.
‘사람은 우주.’
그리고…….
‘인생은 세계.’
그랬다.
내 인생이 하나의 세계였다.
이 막장 세상에 떨어진 후, 내 인생은 오로지 특성을 모으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시작도 특성을 모으면서 시작했고, 지금 이때까지 단 한 순간도 특성에서 눈을 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세계 특성이 특성 관련 능력으로 발현된 것.
특성을 쌓는 것이 내 인생이었으니까.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게 다는 아니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특성만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특성이 다가 아니다.
세계 특성이 반영하는 건 육하원칙 중 무엇(what)과 어떻게(how) 둘에 불과하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원래 세계와 이 세상에서, 왜 특성을 수집했는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전부 들어가야 인생.
인생을 설명할 수 있어야 세계.
비로소 정신이 화악 트였다.
머리가 맑게 깨는 느낌과 함께 마력이 치솟는다.
“건…… 방…… 진…….”
옛 아버지가 노호하지만 의미 없다.
미칠 듯이 폭증하는 감각이 시간선을 헝클어뜨리고 있었다.
가속될 대로 가속한 오감은, 옛 아버지가 주먹을 당기고 내뻗는 것을 정지된 시간처럼 느긋이 관조할 뿐이다.
파아앗!
마력이 빛나며 뇌를 관통했다.
장면이 보인다.
내가 여태 겪어 왔던 경험이, 기억이 역재생된 영화처럼 떠오른다.
신국 전쟁.
천마신검.
초월.
망령왕 전투.
서울 테러.
제자들.
강제 세례.
사라진 국민건강보험.
SSR급 천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억이 두 갈래로 분할되어 뇌에 꽂힌다.
김전사의 기억.
김준수의 기억.
고아 출신에 겨우겨우 살아온 김전사.
어릴 때는 유복했지만 모든 걸 잃은 김준수.
두 개의 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둘로 끝이 아니었다.
뇌와 정신을 함께 관통한 마력이, 혹은 급속 생장한 세계 특성이 육체적 제약마저 꿰뚫는다.
뇌 가장 깊은 곳.
질량도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까지 도달했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세 번째 기억.
투쟁과 도전의 연속.
특성 전환.
세계대전.
마왕과의 전쟁.
신격과 벌인 결투.
마지막, 승천도 등선도 포기하고 인간으로 죽는 장면까지.
‘그래.’
나는 담담하게 속으로 뇌까렸다.
‘나는 천마였어.’
생각해 보면 단서는 몇 개나 있었다.
성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날렸던 이유.
또, 내 육체가, 김전사의 육체가 하필 만 22세였던 원인.
광주의 검은 돔이 유독 내게만 자신을 허락했던 까닭.
모두 내 전생과 연관이 있었다.
상파울루에서 성녀가 이런 말을 했지.
앞뒤 사정을 꿰어 보면 상황은 명백하다.
전생의 내가, 천마가 인간으로 죽고 원래 세계에서 환생한 후, 수십 년을 살고 나서야 성녀의 의식이 발동한 것.
그래서 성녀는 처음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왜?
나는 천마가 아니니까.
단지 전생이 천마일 뿐.
초월 직전.
8레벨이 되려고 용을 쓰던 때.
하늘강의 여신이 내게 했던 조언.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재생되던 기억이 끝났다.
김전사의 인생.
김준수의 인생.
천마의 인생.
느릿느릿 눈을 떴다.
광속처럼 가속된 뇌가 외부 세계를 인지한다.
옛 아버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신력이 나를 뭉개 버리려는 듯이 찾아온다.
광폭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까.
‘사람은 우주.’
다시 한번 되뇌인다.
‘인생은 세계.’
그리고 세계 특성은 융합과 조화, 총체의 힘.
무엇을 융합시키고 조화롭게 만들고 총체로 빚어낸단 뜻일까?
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가만히 손을 뻗었다.
내 몸 전체를 장악한 세계 특성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수처럼.
아홉 세상을 잇는다는 그 우주수처럼.
공간도 육신도 넘어 세 세계를 연결한다!
김전사의 육신.
김준수의 정신.
천마의 영혼.
이 세 세계를.
콰직.
뭔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력 회로 하나가 두둥실 떠오른다.
뭔지 안다.
내가 이 세상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만든, 볼펜을 손등에 찍어서 얻었던 [상처 회복]이었다.
뒤를 이어 활기, 근력, 보물찾기, 오염 저항, 추출, 합성이 줄을 지어 비상한다.
내가 획득했던 순서대로.
다른 특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수백 개. 아니 수천 개.
내가 얻은 모든 특성이 튀어나와 밤하늘 은하수를 만들었다.
여기에 세계 특성 발동.
특성이 강화된다.
상처 회복은 상처 수복으로.
활기는 대활력으로.
근력은 강화근으로.
보물찾기는 보물 사냥꾼으로.
모든 특성이 진화하며 한 단계씩 강해진다.
‘아…….’
여기에 서로 융합까지.
이종 융합 삼종 융합 사종 융합 오종 융합…….
상위 특성으로 조합되고, 거기서 또 진화되기까지 한다.
말 그대로 신의 용광로에 집어넣고 용융시키는 광경.
마지막으로 세계수가 된 세계 특성이 그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촉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씨앗?
혹은 중심점?
세계 특성이 특성의 은하수를 끌어당기고 일점으로 응축시켰다.
그리고 폭발.
빅뱅!
파아앗!
태초에 빛이 있었다.
섬광이 폭발적으로 세계를 밀어내며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
나라는 소우주 안에 새겨진 작은 세계.
하늘이 있었다.
땅이 있었다.
바다와 숲이 있었다.
인간의 문명이 존재하고 시간이 흘렀으며 공간의 축이 존재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특성의 진면목.
나무처럼 키웠던 세계 특성은, 세계수처럼 삼생을 연결했던 세계 특성은.
그저 씨앗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계를 들여다본다.
세계 또한 나를 올려다본다.
새삼스레 예전에 깨달았던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특성은 인생.’
초월을 위해 신위를 고찰하며 가졌던 생각.
특성은 인생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세계 또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특성은 인생. 인생은 세계. 세계는 특성.
돌고 도는 깨달음.
그 거대한 순환이 내 뇌에 화인처럼 박혔다.
번쩍!
그와 함께 증발하는 내 작은 세계.
대신 마력 회로가 남았다.
육체 전체를 꼼꼼하게 지배한.
심지어 정신과 영혼까지 새겨진.
물질적이고 마력적인 회로를 넘어선.
차라리 영혼 회로라고 불러야 할 초거대 응축 회로가.
이런 조악한 단어로는 이 영혼 회로를 표기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글자로 옮겨 보자면.
이 정도쯤 될 것이다.
특성 쌓은 김전사!
내 인생의 결과물.
내 여정의 완결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옛 아버지의 주먹.
별빛 포효가 잔뜩 맺혀 있는 것이 보인다.
몇 초 전이었다면 저거 맞으면 그대로 죽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척.
왼손으로 주먹을 받아 냈다.
아무 방어구 없이, 아무 방어 동작을 취하지 않고.
그저 손바닥만 펼쳐서.
어린아이가 던진 야구공을 잡을 때처럼.
옛 아버지의 마력 파장이 흔들렸다.
“아니?”
깔깔 웃던 성녀도 피 눈물 흘리는 눈을 부릅떴다.
“어?”
잠깐 보다가 주먹을 내질렀다.
장난하듯이 찌른 주먹.
가벼운 한수지만 영혼 회로가 번쩍이고 있었다.
내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특성 쌓은 김전사]가 발동되는 것.
꽈아아앙!
폭발이 폭주한다.
막강한 힘이 옛 아버지를 터뜨린다.
혼돈의 방어막을 간단히 뚫고 성녀의 얼굴에 격중한다.
가슴 부위가 뻥 뚫리고, 공허와 샛별이 함께 넘실거리고, 내게 잡힌 왼팔이 부우욱 찢어진다.
“끄어억!”
옛 아버지가 급히 몸을 뺐다.
흩어진 혼돈이 꾸물거리며 흡수되지만, 그 위세는 전과 같을 수 없었다.
확연히 작아진 몸.
수백 미터 거인 같던 옛 아버지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너, 너!”
분노하며 나를 보는 옛 아버지.
그러나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없이 작아 보일 뿐.
실제로도 그랬다.
이미 힘의 격차는 역전되었다.
“훗.”
나는 관조하듯 옛 아버지를 주시했다.
선이 보인다.
흑백 세상에 죽죽 그어진 운명선이 아니다.
굵고 짙은 황금빛 선이 나에게서 시작하여 옛 아버지를 이어 주고 있었다.
이게 그거구나.
옛 아버지가 말하던 숙명.
“그릇이여!”
옛 아버지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네가 아무리 발악하더라도 네 숙명은 나에게 있다! 너는 나로서 끝날 것이다!”
“어, 동의해.”
“뭐, 뭐라고?”
“동의한다고.”
사실 그게 맞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
옛 아버지의 마력 파장이 기쁨으로 출렁였다.
“드디어 네가 숙명을 깨달았구나! 어서 나에게로 오라! 나와 하나가 되고, 신세계를 열어 새로운 차원계로 나아가자꾸나!”
“어, 그래야지.”
주먹을 당겼다.
의식적으로 힘을 집중시켰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신국에 분포된 혼돈의 힘마저 내 의지에 반응하고 있었다.
콸콸콸 폭포수처럼 달려와서 파괴력을 더해 준다.
옛 아버지의 마력 파장이 파르르 떨렸다.
“왜, 왜 그러는 것이냐? 나와 하나가 되어야 함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안다니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난 너와 하나가 될 거다.”
하지만 네 생각과는 다를 거다.
꼭 내가 잡아 먹혀야 되냐?
내가 네 그릇이 되어야 해?
반대로 하면 안 돼?
내가 너를 잡아먹고 신격이 되면 안 되냐, 이 말이야!
“신성의 조각을 내놔!”
몸을 던졌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
앗, 하는 순간 옛 아버지를 관통한 다음이었다.
꽈과광!
시간과 공간이 나란히 붕괴한다.
내 잔영이 엿가락처럼 내 뒤에 이어져 있었다.
“커허억!”
옛 아버지가 끔찍한 굉음을 낸다.
어느새 재생된 양팔을 휘젓자 혼돈이 우수수 쏟아졌다.
별빛 포효가 교차하며 심연의 그림자가 치솟았다.
무시.
즉사기건 뭐건 맞아 주었다.
피할 필요도 막을 필요도 없었다.
옛 아버지의 공격 따위, 내 피부는커녕 터럭 한 오라기도 침범하지 못했으니까.
“이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불가능해! 인간 주제에! 어찌 인간 주제에 이런 힘을 손에 넣었단 말이냐!”
옛 아버지가 부르짖는다.
겁먹은 하룻강아지가 되어 울부짖는다.
인간이 쌓은 신의 무예가 천마신공이라면 내 힘은 그 이상.
9레벨을 초월해 버렸다.
전투력만으로 따지자면 9.5레벨을 넘어 9.9레벨은 되지 않을까?
‘신성의 조각을 모으고 또 모은다면, 어쩌면…….’
10레벨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인 신격의 경지를 넘어선.
토르나 가이아 같은 주신의 위계로.
뻐어억!
옛 아버지를 후려쳤다.
꽈앙!
발차기를 날렸다.
콰콰쾅!
무릎으로 찍고 어깨로 들이받았다.
“컥! 커허억! 컥!”
옛 아버지가 허수아비처럼 흔들린다.
그때마다 혼돈의 몸체 곳곳이 터져 나갔다.
빛과 어둠이 빠져나가며 작아지고 작아진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혼돈의 힘이 재흡수되는 까닭.
나도 혼돈의 힘을 잡아먹고는 있지만 본질이 혼돈인 옛 아버지만은 못했다.
“내가, 내가 이대로 끝날 것 같으냐!”
옛 아버지가 악을 썼다.
“어디 한번 무한의 전쟁을 벌여 보자꾸나! 이 세계에서, 내 신국에서 나는 불사신이다! 이미 죽은 나는 고통받고 고통받을지언정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는, 내 세 번째 신좌가 될 너는, 소화되고 소화된 끝에 내 그릇이 되고야 말 것이다!”
이래도 포기를 안 해?
사실 저 말이 맞다.
혼돈의 몸체는 어디까지나 제물을 근원으로 삼아 구축한 임시 육체에 불과하다.
저걸 공격한다고 옛 아버지가 죽지는 않는다.
혼돈의 힘을 전부 강탈하거나 신국을 소멸시켜야만 한다.
“흐하하하! 흐하하!”
옛 아버지가 장쾌하게 웃어 젖혔다.
“네 강대한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 유쾌해지는구나!”
“흥.”
나는 옛 아버지를 걷어차고는 몸을 돌렸다.
방법은 있다.
옛 아버지와 신국을 함께 뭉개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힘의 근원이 소멸하니 옛 아버지는 자아를 잃고 격도 떨어진다.
신도 아니고 사실상 일개 정령이 되는 거지.
김사제네 교단 신처럼.
스르릉.
검을 뽑았다.
골프백에 꽂혀 있던 묵호검을.
찰싹, 손에 달라붙는다.
이 세상에 떨어지고 가장 많이 쓴 무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내 분신처럼 느껴지는 검.
총보다, 중화기보다, 주먹보다 검을 들었을 때 나는 가장 강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
“하하하!”
옛 아버지가 날 보며 비웃었다.
“그깟 쇠 쪼가리 하나 들었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해 보아라! 천년의 세월을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만 년 동안 고문받더라도 나는 너를 잡아먹을 것이다!”
무시하고 묵호검을 쥐었다.
마르스 검투법.
네피림의 검.
칼라라트리.
내 영혼 회로의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특성들.
전사 계열 3대장을 제자로 삼고,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끝에 얻은 3대 검법이 해와 달과 별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하늘의 일부가 된 검의 주인도.
산이 된 거인의 힘도.
강물이 되어 흐르는 마력혼도.
일기당천, 성관 기사, 용기사, 필살격, 장군, 진화, 소원, 섬전, 우리 집, 귀안, 육감, 대공습, 금강체, 불굴, 불사, 마법 저항, 총잡이, 마법뇌, 장인, 휴거, 용울음, 지고화, 지극빙, 천벽, 희생, 철혈…….
망령왕을 쓰러뜨리고 얻은 역천도.
군단장이 격체전력으로 전해 준 영웅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형상으로 빛을 뿌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피어오르는 빛.
검강?
그런 명칭으로 이 힘을 정의할 수는 없다.
이것은 우주.
어쩌면 세계 그 자체.
초월마저 초월한 초극의 빛.
자세를 취했다.
기본 중의 기본, 상단 베기.
“너…….”
신음처럼 들려오는 옛 아버지의 일성.
그것을 신호 삼아 검을 내리쳤다.
번쩍!
한 줄기 검광이 세상을 갈랐다.
옛 아버지는 물론.
신국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