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71)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71화
순수의 성좌의 정체
“우리가 균열의 탑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뭐지?”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
그가 순수의 성좌를 비롯한, 다수의 성좌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
“백신전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순수의 성좌가 답했다.
말마따나 과거, 백신전은 하나였다.
백신전에 오른 백 명의 신은 강력한 신격을 보유하였으며, 종족을 불문하고 판게니아 전역에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멸망’의 출현 이후 백신전은 무너져 내렸다.
화합되었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을 합치기는커녕 도망치거나, 멸망의 쪽에 서는 말도 안 되는 선택들을 연달아 한 결과,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패배를 당했다.
하여··· 남은 신들은 생각했다.
이 일을 반면교사 삼자고.
모든 기억과 지우고, 존재를 잊은 채, 수많은 ‘백성전’을 만들어 판게니아를 새로이 이끌어보자고 말이다.
그러니까.
“영웅의 성좌여. 지금 존재하는 100개의 성전과 만 명의 성좌들. 그들 중에 ‘백신전의 신’이었던 자가 과연 있을까?”
얼굴이 물음표로 그려진 ‘순수의 성좌’가 말했다.
그러자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가 표정을 굳혔다.
“······성좌들이 힘을 합치거나 경쟁하여 백 명의 강력한 신을 만든다. 그게 백 개의 백성전이 존재하는 취지라고 말하지 않았나?”
백성전은 무려 100개가 있다.
그리고 백성전의 성좌는 10,000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과거 백신전의 ‘신’이라 불렸던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나 판게니아에는 백신전의 신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비록 백신전에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불멸과 신격을 보유한 신들의 숫자가 꽤 있었다.
그들 모두가 ‘성좌’라는 이름으로서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순수의 성좌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럼 원래부터 백신전의 신들이었던 존재들은 억울할 듯한데.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는데도 경쟁을 해야 하니.”
“당연히 더 강력한 백신전을 만들고자······.”
“생각보다 ‘신’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다. 당장 멸망의 출현 때 도망가거나, 멸망의 편에 들었던 신들이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결코 ‘평등한 경쟁’은 없다는 것이다, 영웅의 성좌여.”
성좌라고 다 같지 않다.
인정하지 않겠으나 그들이 지닌 격은 모두 달랐다.
뿐만인가.
보유한 ‘별빛’도, 내릴 수 있는 보상의 한계도, 지켜볼 수 있는 인원의 숫자도 전부 가지각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태생이, 갖고 있던 격의 크기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순수의 성좌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대와 나처럼 ‘진리’의 시험을 통과한 자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성좌들은 절대로 그들을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신화의 전당’이 대두되고, ‘신의 탑’이 출현하면서 가능성을 생겼을 텐데. ‘세계수 커뮤니티’에서 답변을 통해 점수도 얻을 수 있지 않나?”
영웅의 성좌는 의아했다.
평등한 경쟁이 없다고 했으나, 적어도 위의 요소들은 성좌들 하기 나름이었으니까.
모든 성좌가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있었다.
만약 진전으로 불공평하다 여겼다면, 경쟁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
순수의 성좌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왜 ‘균열의 탑 3층’이 개방되자마자 ‘신족’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성좌들이 참가하기 시작했을까?”
“‘심연족’······ 그 심연의 괴물들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닌가?”
레메게톤 왕이 출현한 이후.
그림자 군단의 능력을 흡수한 심연족들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균열의 탑 2층’을 순식간에 클리어하며 진화했다.
균열의 탑 2층에 오르기 위해선 ‘5인 파티, 히든 특성 보유’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지만, 심연족에겐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므로.
하지만, 균열의 탑 1층을 막고 있던 ‘군주 솔바렌’을 떠올려보면 2층도 결코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2층이 열리고 한참 동안이나 아무도 클리어하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데······ 그것을, 나타나자마자 올라버렸으니.
“왜 심연족은 땅 위에 오른 즉시 ‘균열의 탑’을 클리어했을까?”
“저주를 완화하기 위해서······.”
“균열의 탑을 오르면 저주가 완화된다는 정보는 어디서 얻었을까? 애당초 ‘균열의 탑’이라는 건 란돌프가 ‘마혈왕’을 소화한 직후에나 나타난 것일진대.”
사막 도시 파이살메르.
그곳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이자벨라는 전대 여왕이자, 마혈족의 여왕이었던 그 괴물이 남긴 ‘오염원’을 스스로 봉인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오염시켜 종국에는 ‘마혈왕’을 소환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란돌프가 나타나 이자벨라의 ‘오염원’을 자신이 먹어치움으로써 상황이 종료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마혈왕’이 란돌프의 몸에 소환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혈왕은 란돌프의 무언가에 의해 소화되어 버렸다.
란돌프의 내부에 존재하는 무언가··· 거대한 ‘눈’과 ‘입’을 목격한 즉시.
“···순수의 성좌.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때 너는 없었을 텐데.”
영웅의 성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순수의 성좌’는 란돌프가 ‘한계 숙련도 레벨’을 돌파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진리의 문을 열고, 101번째 성좌로 등장했다.
저 당시에는 있지도 않았다.
한데,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정보를, 그것도 란돌프와 관련된 극비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내가 ‘진리의 문’을 열게 된 계기가 ‘란돌프’였으니까.”
“아니, 너는 란돌프와 관계가 없는 성좌다.”
영웅의 성좌는 확신했다.
눈앞에 있는 순수의 성좌.
등장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놈의 행동방식을 보건대 결코 란돌프와 관계가 있을 수가 없었다.
얼굴 위엔 물음표가 떠 있고, 성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지만.
“너는 ‘산의 주인들’로부터 완성된 존재다. 란돌프가 ‘숙련도 한계 레벨 초월’을 연달아 이뤄내자 ‘모든 산의 주인’들이 너를 만들어냈지.”
“······.”
순수의 성좌는 답하지 않았다.
허나 내심은 놀라고 있었다.
그의 진정한 정체를 간파한 자는 처음이었으니까.
어느덧 영웅의 성좌가 검을 꺼내어 순수의 성좌를 겨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들어낸 게 아니야. 네놈을 ‘진리의 문’ 밖으로 꺼냈다. 란돌프가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발생시킨 거대한 ‘황금 선율’로 말미암아······ 이제야 알겠군.”
판게니아에는 아직도 많은 의지가 남아있다.
수많은 탑, 수많은 산들이 신의 의지를 남겨놓고 있었다.
영웅의 성좌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순수의 성좌는 그를 자신과 같이 ‘진리의 문’을 열고 나왔다고 표현했지만, 영웅의 성좌는 혼자서 열고 나온 반면 순수의 성좌는 ‘모든 산의 주인’들이 꺼내준 것이다.
왜 순수의 성좌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이해가 된다.
“과거 백신전의 신이었던 자. 모든 산이 염원하는 존재. ‘수련자의 신 임모탈’, 그게 너 아닌가?”
“······.”
“기존 백신전의 신들이었던 자는 ‘진리의 문’ 뒤에 있겠군. 그래··· 그들은 성좌들과 경쟁하지 않겠지. 너와 같이 누군가가 문을 열고 꺼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었어.”
“······.”
“성좌들을 향한 기만이다. 그럴싸한 시스템으로 포장했으나, 우리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 않아. 너는 얼마만큼의 ‘별빛’을 보유하고 있는 거지?”
“이곳 백성전의 모든 성좌가 지닌 별빛보다 훨씬 더 많다.”
그때였다.
순수의 성좌가 가볍게 인정했다.
시작점부터가 다르다는 걸.
굳이 그들과 경쟁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을.
“물론, 영웅의 성좌. 너를 제외한 성좌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네놈은 아주 흥미로운 성좌다. 혼자서 ‘진리의 문’을 열고 나왔으니까.”
“진리······, 내가 본 게 진리인 건 맞나?”
“천상이 향유하는 진리. 그것과는 다른 ‘진리’다. 백신전의 신들은 ‘멸망’을 상대하며 깨달은 것이다. 결국 멸망도 ‘진리’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것을.”
“그래서 새로운 진리를 만든 건가?”
“거기까지 파악했다면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군. 맞다. 우리는 우리만의 진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완성되고자 했다. 100개에 달하는 백성전은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한 미끼다.”
“······!”
“천상이 멸망을 만들었듯, 우리도 ‘절대신’으로 완성될 생각이었다. 새롭게 만들어낸 진리의 안에서 특정 조건이 완성되면 나타날 수 있도록······ 허나, 실패했다.”
“실패했다고?”
“나를 보아라. 내가 ‘절대신’처럼 보이나?”
“······그건 아닌 것 같군.”
그저 물음표일 따름이었다.
절대적인 신격을 지녔다면 물음표로 인식될 리 없었다.
“나는 판게니아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우리가 만든 ‘진리’는 우리를 완성하지 않았어. 반대로······ 성좌인 네놈에겐 기회를 주었지. ‘진리’에게 무엇을 바친 것이냐?”
영웅의 성좌는 자신이 그간 읽은 ‘모든 이야기’를 바쳐, 진리의 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네놈에게 대답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그래. 하지만 짐작은 간다.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란돌프’······ 아니, ‘팬텀’의 이야기이겠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것을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순수의 성좌가 연이어 말했다.
“아무튼, 심연족들이 균열의 탑을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심연족에게 붙은, 나와 같은 ‘미완성의 신’이 있기 때문이다.”
“뭐······?”
“‘심연왕’, “‘심연 그 자체인 자’, ‘심연보다 깊은 자’······ 그리고 그들의 정점에 선 ‘마지막 심연’이라 불리는 괴물이 3층을 클리어하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한다.”
“왜지?”
“심연의 괴물들이 하나의 종족으로 인정받게 될 테니까. ‘신화의 종족’과 ‘신화의 땅’이 주어지며 그곳에 안주하는 순간 이 판게니아는 그들의 손에 넘어간다.”
“하나의 종족으로 인정받는다······ 그럼 성좌들도?”
“아아. ‘신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옛날처럼 세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옛 적의 신들은 판게니아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지금의 성좌들은 헌신조차 불가능하다.
그저 메시지를 통해 내용을 전달할 따름이었다.
아직 이 세계에 인정받지 못한 탓이었다. 옛 신들 스스로가 모든 걸 잊고자 하였으니 세계 역시 그들을 잊은 것이었다.
허나 다시금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났다.
심연의 괴물들도, 성좌들이나 모든 ‘잊힌 존재’들이 반드시 ‘균열의 탑 3층’을 클리어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순수의 성좌가 마저 이야기했다.
“백성전··· 아니, 유일한 백신전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선 우리가 가장 먼저 ‘균열의 탑’을 올라야만 한다.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이지.”
“너는 우리를 도울건가?”
그 물음에, 순수의 성좌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았다.
“··· 팬텀을 만나보고자 한다.”
*
《‘균열의 탑 3층’에 입장했습니다.》
《3층의 끝에 도달하여 ‘신화’를 완성하십시오!》
입장 즉시,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끔찍하군.’
끔찍한 참상이 이어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다.
각기 다른 종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죽여댄 결과다.
헛구역질 나올 것만 같은 냄새.
이미 전쟁은 한참이나 진행된 듯싶었다.
천천히 시체의 사이를 걸어나갔다.
“다, 당신은······.”
어느 정도를 걸었을까.
엘프들의 시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있는 남성 엘프를 발견했다.
상반신밖에 남지 않아 곧 생을 달리하는 자.
그가 간절하게 외쳤다.
“이, 이곳은 지옥입니다. 제, 제발 여왕님을 구해주십시오, 팬텀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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