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31)
0살부터 슈퍼스타 1131화
이번 오케스트라는 40명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였지만, 제1바이올린 파트와 제2바이올린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래서 제이슨 무어와 최유성은 제1바이올린에, 드미트리와 김수빈은 제2바이올린에 들어갔다.
“/이거 오케스트라라는 거 기억해, 제이슨./”
“/나도 알아./”
흥, 하고 코웃음 치며 제이슨 무어에 드미트리가 웃었다.
그 제이슨 무어가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참가할 날이 올 줄이야.
나이가 들어선지, 서준의 일이라서 그런 것인지 성질을 많이 죽인 게 보여 웃겼다.
“/잘 부탁할게요, 제이슨.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통역을 맡은 코코아엔터 직원이나 영어를 할 줄 아는 단원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얼굴을 아는 자신이 편하지 않을까 싶은 최유성이 말했다.
그리고 단원들도 제이슨 무어나 드미트리, 벤자민 교수를 어려워할 테니, 편해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직접 소통의 창구가 될 생각이었다.
‘저쪽은 김수빈 씨가 있고.’
고등학생 김수빈이 꺄르르 웃으며 드미트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2바이올린 파트의 단원들과 다른 단원들도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하는 얼굴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게 보였다.
처음 보는 사이긴 해도 오케스트라의 막내라서 금방 귀여움을 받을 것 같았고 드미트리도 다정한 성격이니 어려움을 없을 터였다.
“/잘 부탁합니다, 유성. 파리 때처럼만 해보죠./”
“/……그게 제일 어려운 주문이라는 건 아시죠?/”
씩 웃으며 말하는 제이슨 무어에 최유성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진짜 그때는 단체로 신내림을 받은 것 같은 나날이었으니까.
‘뭐,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기는 하네.’
그런 날이 또 올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과 벤자민 교수가 돌아왔다.
“/처음이니 틀려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연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준이 얼마 전에 작곡하고 벤자민 교수와 제이슨 무어가 편곡을 도운, 따끈따끈한 신곡인 만큼 어딘가에서 들을 수도 없는 곡이었다.
‘/어설프게나마 한번 전곡을 들어보면 도움이 되겠지./’
물론 악보에 익숙한 연주자들인 만큼 악보만 봐도 곡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겠지만, 직접 듣는 것과는 다를 터였다.
게다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두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단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른들의 뜨거운 시선에 김수빈이 살짝 뺨을 붉혔다.
오케스트라라고 해봤자 친구들이나 학교 선배들과만 해봐서 이렇게 프로 같은(고등학생 김수빈의 눈에는 전부 프로로 보였다.) 사람들과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 긴장이 되면서도 즐거웠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럼 시작해 보죠./”
벤자민 모튼 교수의 말에 바이올린 솔로를 맡은 서준이 바이올린에 턱을 괬다. 그리고 아래로 내리긋는 벤자민 교수의 손짓과 함께 활을 잡은 팔을 길게 그었다.
현실과 생의 도서관을 오가며 작곡하는 사이, 곡 전체를 외워 버린 서준의 바이올린 연주로 오케스트라의 어설픈 첫 연주가 시작되었다.
* * *
오케스트라의 초반 일정은 개인 연습으로 진행되었다.
일단 악보를 익혀야만 합주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집이나 개인연습실에서 연습해도 상관은 없었는데, 단원들 모두 공연장으로 출근했다. 벤자민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어, 교수님. 이 부분이……./”
물론 상대가 벤자민 교수인 만큼 물어보려면 용기를 많이 내야 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물어보면 상냥하고 섬세한 조언이 나와서 단원들 모두 표정으로 보일 정도로 기뻐했다.
단원들은 벤자민 교수는 물론 서준과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와 김수빈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엄청까지는 아니어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한 달 동안은 같은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아닌가.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수빈아, 이거. 맛있어. 먹어봐.”
“감사합니다!”
“아, 나도 있는데, 잠시만!”
단원들의 갑작스러운 선물 공세를 받고 있는 김수빈의 모습에 드미트리와 제이슨 무어가 눈을 끔벅였다.
“/제이슨. 혹시 오늘 빈의 생일이야?/”
“/아니, 빈은 6월생이야./”
제이슨 무어의 대답을 이어, 옆에 있던 최유성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어린이날이거든요./”
“/아, 한국은 5월이군요./”
러시아는 6월 1일을 기념하고 미국은 어린이날이 따로 없었다.
“/고등학생도 어린이라고 하나요?/”
“/뭐, 생각하기 나름이죠. 여기선 막내잖아요./”
오케스트라의 막내답게 김수빈은 잔뜩 선물을 받았다.
물론 만난 지 정말 며칠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비싸거나 귀한 선물은 없었고, 간식이 대부분이라 단원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오늘 서준이는 늦게 오는 거지?”
“네. 만나러 가야 하는 사람이 있댔어요.”
최유성의 물음에 김수빈이 대답하자, 단원들 모두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궁금해했다.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도.
“누구?”
“하랑이요.”
……!
잠시 그게 누구인가 생각하던 단원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떴다.
“숲속의 어린이집?”
“병아리반 아니에요?”
몇 년 전 서준이 깜짝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주방용품, 생활 가전 할 것 없이 화면에 나왔던 온갖 물건들이 품절됐었고 [먹방2]도 나왔었다. 서준이 인형극을 했던 날다람쥐 피포 인형도 아주 절찬리에 팔렸다.
그리고 하랑이와 주니 선생님과의 이야기도 정말 인기가 많았다.
다시 보는 사람들도 여전히 좋아하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이제 초등학생일 것 같은데, 엄청 걱정했겠네.”
“그러게요.”
서준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졌으니, 아무리 초등학생이라도 모를 수가 없었을 터였다. 그 소식을 들었을 유하랑이 얼마나 슬퍼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 * *
“으아아아앙!!!”
아이고.
서준이 자신을 보자마자 다가오지도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유하랑을 쓰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유하랑의 부모도 웃기면서도 난처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많이 걱정했어?”
서준이 얼른 다가가 유하랑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리고 콧물 방울이 생길 정도로 엉엉 우는 유하랑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서준의 옷을 잡는 작은 손이 매우 간절하게 느껴졌다.
둥게둥게.
서준이 위로하듯 몸을 가볍게 움직이고 등을 토닥여 주니, 하늘이 떠나가라 울고 있던 유하랑도 천천히 울음을 그쳤다.
“주니, 주니 선생님 이제 안 아파?”
“응. 선생님 이제 안 아파. 엄청 건강해.”
흑흑 숨을 몰아쉬며 말하는 유하랑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서준이 말했다.
“선생님이 미안해. 걱정하게 해서.”
그게 또 유하랑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눈물이 펑펑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다 눈이 퉁퉁 붓는 거 아닐까.
“아니야……. 주니 선생님 안 나빠……. 병이 나쁜 거야…….”
유하랑의 부모님이 어떻게 설명해 줬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나쁜 병이 선생님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겠지.
“선생님이 나쁜 병 다 물리쳤으니까, 이제 안 아플 거야.”
“……응.”
초등학생 2학년.
이제 슬슬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나이지만 유하랑은 주니 선생님의 말을 믿었다. 주니 선생님은 엄청엄청 멋지고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니까!
“자, 여기 하랑이 어린이날 선물!”
“와아!!”
코를 훌쩍이면서도 어린아이답게 금세 기뻐하는 유하랑이었지만, 그러는 중에도 작은 손은 여전히 서준의 옷을 꽉 잡고 있었다.
그에 서준과 유하랑의 부모가 작게 웃고 말았다.
* * *
며칠 후.
서준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서은혜와 이민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펑펑 울었던 어버이날이 지나고.
언제나처럼 오케스트라 연습이 이어졌다.
벤자민 교수는 물론이고 서준과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와 최유성도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고, 단원들도 농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수빈아, 있잖아. 이 부분 말이야.”
“아,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김수빈도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물어보는 단원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린아이로 보지 않는 게 참 기뻤다.
코코아엔터 소속의 메이킹 필름 담당팀이 그런 모습들을 화면에 담았다.
가수팀의 자체콘텐츠도 찍는 팀이라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연주도 저 팀이 찍어?/”
제이슨 무어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전문가분들을 부르려고요. 음향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가수팀에서도 도와준다고 하니 든든했다. 촬영이라 음향기기에 문제가 있어도 곧바로 대처할 수 있을 터였고.
“/음./”
고개를 끄덕인 제이슨 무어가 입을 열었다.
“/촬영할 때 뭐로 연주할 건데?/”
“/어, 제 바이올린이요?/”
서준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자신의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3대 명기만큼은 아니지만 비싼 브랜드인 데다가 서준의 손도 많이 탄 바이올린이었다.
“/그냥 내 거 써./”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제이슨 무어는 서준이 좀 더 좋은 악기로 새 곡을 연주하길 바랐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그럼 제이슨은 뭐로 연주하려고요?/”
그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오케스트라니까 일반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도 괜찮잖아./”
지금도 연습은 일반 바이올린(엄청 비싸지만)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엔 과르네리를 연주해 보는 게 어때, 준?/”
드미트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과르네리요?/”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우스, 아마티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해 보고 싶어 하는 3대 명기 중 하나였다.
“/내가 과르네리를 가지고 있거든. 파리 연주회는 오케스트라로 참여한 거라 안 썼었었어./”
드미트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몇 번 연주해 봤으니까, 이번 기회에 과르네리도 한번 연주해 보는 게 좋지 않아?/”
“/과르네리는 무슨. 익숙한 게 낫지./”
“/바이올린마다 느낌이 다르잖아. 너도 준이 과르네리를 연주하면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이번 곡에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어울려./”
“/과르네리도 한번 시험해 보자는 거지./”
갑작스러운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의 등장에 서준은 눈만 끔벅이고 있는데,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 지금 스트라디바리우스랑 과르네리 이야기하신 거지?”
“미쳤다. 나 3대 명기 한번 보는 게 꿈이었는데.”
“저도요.”
이야기를 들은 단원들이 우와아아, 하고 감탄했다.
수십억이 넘는 바이올린들이 등장하니 조금 친해진 것 같았는데 다시 멀어진 기분이었다.
“/준 넌 뭐가 좋아?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당연히 스트라디바리우스겠지./”
드미트리와 제이슨 무어의 말에 서준이 눈을 끔벅이다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좋을 것 같은데, 둘 다 써봐도 돼요?/”
물론 농담이었는데,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는 진담으로 받아들였다. 아주 환하게 웃으며.
“/그것도 좋지./”
“/바로 보내달라고 할게./”
아니, 잠깐만요.
“/둘 다 연주해 보고 더 어울리는 걸로 촬영하면 되겠네./”
“/그러게. 아, 아마티 가지고 있는 사람 아는데 빌려달랄까?/”
저기요?
“/스승님 친구분도 가지고 계신 것 같던데./”
“/그럼 더 오래된 걸로 고르면 되겠다./”
농담이었습니다만?
자신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눈 깜짝할 사이에 휴대폰을 꺼내 연락하는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에 서준이 할 말을 잃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원들의 입도 쩌억 벌어졌다.
‘……이러다 3대 명기 모두 연주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라면 좋은 경험이지만.
왜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 바실리예프가 친구인지 잘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