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69
“중대한 에러라.”
피식.
성지한은 입꼬리를 올렸다.
중앙부의 기계장치에서 나타난 데이터 수용량은 아직 포화라 보기에는 여유가 많았지만.
‘그전에 시스템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건가.’
번쩍. 번쩍……!
성지한은 눈앞에서 마구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며 팔짱을 끼었다.
중대 에러를 감지했으면, 응당 시스템도 여기에 대처하겠지.
그리고 에러에 대처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알아낸 상태지.’
스윽.
성지한은 시선을 잠깐 중앙부의 기계장치로 돌렸다.
일원을 100자루 만들어 내는 동안, 최대한 기기장치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저기서 데이터 수용량이나 시스템과 관련된 정보는 알아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정보 중에는.
이 ‘중대 에러’에 시스템이 대응하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눈빛을 가라앉히며,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릴 때.
이번엔, 사방에서 일원에 대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떠오른 메시지창의 개수는 총 100개.
거기에 아랫줄에는.
평소와는 달리, 감정이 실린 듯한 내용이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기계적으로 떠오르던 시스템 메시지가.
어째, 개인적인 감정을 담는 듯했다.
“그래?”
그걸 본 성지한이 웃으며 손을 들자.
슈우우욱!
아크 중앙부에 꽂혀 있던 일백 자루의 일원이 모조리 메시지창을 향해 날아갔다.
치이이익……!
허공에 뜬 메시지창이 모조리 꿰뚫리자.
일제히 사라지는 100개의 메시지창.
메시지가 모두 사라지고 나자.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으로.
거대한 백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자.
파아아앗……!
지금껏 가만히 있던 초월체 쪽에서 강렬한 빛이 퍼져 나오더니.
번쩍!
아크의 벽과 바닥이 모두 빛에 잠기기 시작했다.
순백의 빛이 강렬해지자.
스스스…….
지금껏 기기장치를 제외하고는 코드로 인식되던 아크 전체에.
글자가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시스템에 분석된 영역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선 아크.
그리고.
아크 중앙부의 바닥에 뒹굴고 있던 투구에.
파아아앗……!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흠…… 이제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기세로군. 사라졌던 흑색의 투구에 빛이 들어가는 걸 보니 말이네.”
“예. 이제 행동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
강상은 가라앉은 눈으로, 아크의 변화를 바라보다.
시선을 한 곳으로 고정시켰다.
그가 바라보는 건 흑색의 관리자가 들어 있는 서버 접속기기.
“이제 드디어, 저걸 부숴도 되겠는가?”
“예. 제거해 주십시오.”
성지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슉!
무극검이 강상의 손을 떠나,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러고 검이 서버 접속기기에 닿는 듯싶자.
스스스…….
흑색의 관리자의 갑주가 들어 있던 서버 접속기기가 완전히 소멸했다.
그리고 접속기기가 사라지자.
지직. 지지직……!
그 안에 들어 있던 흑색의 갑주가 새하얀 빛을 번뜩이며 무극검에 저항하려 들었다.
하지만.
“내 이 순간을, 계속 기다려 왔지.”
서겅!
검은 무참히 이를 베어 내면서 갑옷의 발악을 쉽게 끝냈다.
흑색의 관리자의 최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무극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흑색의 관리자의 투구마저도 베어 소멸시켰다.
미트라가 썼던 가면은 그렇게 손쉽게 사라졌지만.
“…….”
갑옷을 베어낸 강상은 여전히 예리한 눈으로 갑주가 사라진 쪽을 지켜보았다.
마치 이대로 죽을 리가 없다는 확신을 지닌 시선.
그리고 곧.
쿠르르르……!
아크의 바닥과 벽이 흔들리더니.
벽과 바닥을 이루는 구조물이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한데로 모여.
두드드득…….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더니, 흑색의 관리자의 갑주로 뒤바뀌었다.
보랏빛의, 거대한 풀 플레이트 메일로 변한 상대는.
번쩍!
투구의 안쪽에서 새하얀 빛을 일렁였다.
마치 두 눈처럼 움직이는 빛의 구체는.
스윽.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 성지한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 * *
아크를 뜯어내어, 완성된 ‘갑옷’ 형태를 이룬 미트라.
그는 성지한을 향해 완연히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기껏 나와선, 또 짝 이야기냐?”
진짜 그놈의 미트라 신족, 어떻게든 늘리려고 발악을 하네.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리자.
번뜩……!
흑색의 투구 안에서, 강렬한 안광이 터져 나왔다.
“아 그래? 벌써 100년이나 지났나?”
일원을 완성하고, 이걸 100개 만들어 낼 때까지.
시간이 좀 지났겠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백 년이나 지났을 줄은 몰랐네.
그렇게 성지한이 태평하게 대꾸하자.
스스스스…….
성지한의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미트라의 몸에서 강렬한 공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교육을 하시려고?”
지이이잉…….
미트라 옆에서 화면이 떠오르자.
거기엔 정지된 상태로 멈춰 있는 윤세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성지한이 아크에서 100년을 보냈다고 해도 밖은 여전히 멈춰 있는 상태.
화면은 윤세아를 비롯하여 성지한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비추더니.
픽…….
순식간에 꺼졌다.
스으윽.
그러면서 미트라는 강상 쪽을 바라보았다.
서버 2101의 데이터를 실체화하지 않았던 성지한.
그가 자신의 가족이 죽어도 똑같이 실체화를 안 쓸지.
아니면 사용할지 궁금하지 않냐며, 흑색의 관리자가 강상을 떠보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강상은 그 도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슉!
검을 들어 흑색의 갑주에 도달했다.
“넌 여기서 소멸할 테니까.”
치이이익……!
무극검이 닿자, 순식간에 타오르는 갑주.
하나.
스스스스……
방금 전과는 달리, 공허가 피어오른다 싶더니 보랏빛의 갑주는 금방 제 모습을 되찾았다.
무극검의 위력에 부서지기는 하나, 금방 멀쩡해지는 미트라.
그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강상을 대했다.
이 상태에서는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모습.
그러나.
강상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한 눈으로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자네 차례네.”
그리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휙……!
땅바닥에 꽂혀 있던 반투명한 검, 일원이 수십 자루 날아들었다.
그걸 본 미트라는 성지한의 공격을 비웃었지만.
수십 자루의 일원이 그에게 닿자.
지이이잉……!
반투명했던 검신이 순식간에 혼탁한 푸른빛을 띄더니.
스스스…….
보랏빛의 갑주에 암청의 빛깔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표면의 빛깔이 보라색에서 푸른빛으로 뒤바뀌자.
툭…….
공허의 기운을 흘리며 기세 좋게 허공에 떠 있던 흑색의 갑주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극에 의해 소멸당했을 때도.
아크의 구조물을 뜯어내면서, 금방 회복할 수 있었던 ‘흑색의 관리자’ 형상.
하나 일원에 의해, 갑주가 암청색으로 물들고 나서부터는.
힘을 영 쓰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외부와의 소통이 차단된 듯한 느낌에 미트라가 당황할 무렵.
땅바닥에 떨어진 투구 속에서.
지이잉…….
빛이 돌아가며 그의 시야에 아크의 바닥색이 들어왔다.
특히, 성지한이 머물러 있던 예토혼세의 영역이 포착되자.
미트라는 흑색의 갑주를 뒤덮은 암청의 빛깔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눈치챘다.
“그래. 미트라. 너의 권능도 얻은 내가 100년 동안 일원만 갈고 닦았겠나.”
“적색의 관리자가 그렇게 갔는데, 모든 걸 드러냈겠어?”
아크의 기계장치를 다루다, 눈이 돌아가 버린 적색의 관리자.
성지한은 그의 변절을 본 이후로 ‘일원’을 익히는 건 티를 냈어도.
‘예토혼세’를 터득하는 건 끝까지 숨겨왔다.
‘일원의 완성보다 오히려 이게 오래 걸렸지…….’
윤세아의 융합기를 가지고 와서 망정이지.
이게 없었다면, 아마 백 년이 아니라 이백, 삼백 년이 지나도 예토혼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긴 힘들었겠지.
성지한은 미트라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수련을 해 오던 나날을 잠시 떠올리다가.
스으윽.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흑색의 갑주를 바라보았다.
“근데 너, 생각보다 약하구나?”
“일원에 숨겨진 기운이 예토혼세임을 알았음에도, 별 대응을 못하잖아? 아.”
툭. 툭.
성지한이 주저앉아서, 땅바닥을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파아아앗……!
아크의 내부가, 순식간에 암청의 빛깔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아크가 예토혼세에 뒤덮여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
“그런 눈치는 있네.”
성지한은 피식 웃곤,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럼, 이제 그만 끝내자고.”
저벅. 저벅.
그러면서 정작 성지한이 발걸음을 옮긴 쪽은.
흑색의 갑주가 있는 위치가 아니라 기계장치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어디 가긴. 여기에 네가 있잖아? 그 고철 갑옷이 아니라.”
툭. 툭.
성지한은 기계장치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이놈만 색이 안 변하고 홀로 잘 버티는데…… 당연히 진짜는 여기 있는 것 아니겠어?”
그의 말대로.
일원에 담겨 있던 예토혼세의 기운이 아크를 완전히 잠식했음에도.
침식을 당하지 않은 곳은 기계장치가 있는 중앙부와 초월체뿐이었다.
이 중, 초월체야 그렇다 쳐도.
아크와 서버의 기능을 조절하는 기계장치가 무슨 수로 예토혼세를 버텨 냈겠나.
“정말 자네 말대로 흑색의 갑주도 침식되었는데…… 저 장치만은 끄덕이 없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스윽.
성지한이 손가락을 펼치자.
100자루의 검이 둥둥 떠오르더니.
기계장치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번쩍……!
기계에서 빛이 퍼지더니.
미트라의 음성이 들렸다.
성지한은 그러며 말을 이어 가려는 미트라를 보곤.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왜 취소해?”
“그냥 계속 실망해.”
그러며 그가 손가락을 접자.
푸슉……!
100자루의 검이 모조리 기계장치에 꽂히며.
암청의 빛깔이 서서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기계의 색이 변해 가는 걸 보고는.
허탈한 심정을 드러내던 미트라는.
“왜?”
자신의 본체가 잠식당해 가는 와중에도 당당히 이야기했다.
“……너, 나한테 목숨 맡겨 놨냐?”
파지지직……
그러면서 코드로 변해 가는 기계장치.
이는 성지한이 본 그 어떤 코드보다도 길고 복잡했다.
저게 미트라가 스스로 내보인 코드인가.
성지한이 언젠간 자신을 살릴 거라고 확신하면서 개방한.
“패자는 유구무언이라 했거늘…… 마지막까지 참 말이 많은 녀석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얌전히 죽을 것이지. 끝까지 질척거리는군요.”
죽을 때까지도 짝이니, 반려니 할 줄은 몰랐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곤 색깔이 변한 기계장치를 발로 쾅 찼다.
그러자, 뭉개져서 보이는 코드.
‘기억에서 아예 삭제해야겠어.’
성지한이 그렇게 미트라의 코드를 짓밟아 없애버릴 즈음.
강상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놈은 생각보다 쉽게 제압했네만…… 저게 문제군.”
그러면서 그가 가리키는 것은 초월체.
기계장치가 부서지고 난 후부터 빛을 강하게 번뜩이며 부풀어 오르는 초월체는.
딱 보아도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저건, 제가 마무리 짓겠습니다.”
“짐이 도울 일은 없겠는가?”
“황제께서는…….”
스으윽.
성지한은 아크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아크가 예토혼세에 잠식되어 색이 변했다지만.
그래도 놔둘 둘 필요는 없겠지.
“아크를 파괴해 주십시오. 잔해 하나 남지 않도록.”
“알겠네. 그럼…… 무운을 빌지.”
스윽.
강상이 아크를 외곽에서부터 파괴하기 위해 떠나자.
성지한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거대한 빛무리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저 빛에 직면했다면, 대번에 홀렸겠지만.
‘……지금은 버틸 만하군.’
예토혼세를 일원에 담아 낸 현재의 성지한은.
초월체에 대항할 힘을 갖추고 있었다.
‘가자.’
저벅. 저벅.
그가 초월체의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곧.
파아아앗……!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