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87)
제446화. 가능성 1%의 세계 (2)
이건은 뭔가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우주 그 똘추 새끼가, 허무계 왕이란 거지.”
놈은 죄를 지은 자들을 노예로 부리는 자.
헤일리 역시 본인의 업보로 그곳에 끌려갔을 것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보통 업보에 짓눌린 죄인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허무계로 향하는 인지.
아니면 즉각 소멸하는 인지.
하지만 헤일리는 그럴 사이도 없이 끌려갔다. 그리고 아스란은 그 이유를 눈치챈 듯했다.
‘뭐, 허무계 왕이 금기의 아이를 용서할 리가 없으니.’
꼬투리를 잡아 어떻게든 괴롭히겠다는 심보이리라.
뭐, 아무래야 좋았다.
감히 허무계 왕한테 머저리니, 똘추니, 엄청난 폭언을 날린 듯 했지만.
“며늘아가는 걱정 말거라. 내가 데려오마.”
“뭐?”
아스란은 계획이 있어 보였다.
비록 헤일리가 죽음으로써 이건이 살길을 얻은 건 맞지만, 이건이 그것을 납득할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허무계는 내가 갈 테니, 너는 며늘아가에게 면죄부를 쓸 준비를 하고 있거라.”
“…거기 아무나 못 간다며. 가능해?”
아스란은 웃었다.
“형님이 남긴 권능이 있지 않느냐. 네 업보를 내가 대신 받아서 거기 가면 된다.”
악신이 되는 자는 노예행(무기징역)이냐, 소멸(사형)이냐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허무계가 무서워 을 선택하지만, 허무계 왕의 노예가 되는 을 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라도 허무계로 출입이 가능해진다. 거기서 내가 며늘아가를 빼돌려주마.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원래 계획과는 루트가 아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는 원래부터 허무계에 갈 생각이었다.
이건이 헤일리와 휴고를 구하면, 바로 이건의 업보를 대신 받아들여 죽을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이 방법을 쓸 경우 셋은 살겠지만, 헤일리는 이건과 손도 못 잡게 될 것이었다.
룰을 없애지 않는 이상, 이건과 가까워지면 또 다시 저주를 받을 테니까.
하지만 괜히 아스란이 며늘아기라고 하면서 미래를 그리는 게 아니었다.
“원래는 너를 인간으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
신만 아니면, 헤일리와 손잡고 별 짓 다하고 결혼까지 해서 아이도 낳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으로 잠시 인간으로 변하는 걸로는 우주를 속일 수 없겠지만, 이건은 또 달랐다.
“너는 인간과 혼혈이니까. 신의 길을 포기시킬 수 있어. 뭐, 두 번 다시 신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게 아스란이 생각한 모두가 사는 방법이었다.
뭐 자신이야 영원한 고통의 세계에서 영원히 노예로 살게 되겠지만, 그 정도야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만했다.
물론 우주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허무계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들은 게 있었다.
“며늘아가는 허무계 왕의 시선을 피해 몰래 빼돌리면 그만….”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이건은 비웃었다.
“필요 없어.”
“뭐?”
“거긴 내가 간다. 면죄부를 안 쓰면, 나도 악신이 되어서 허무계에 갈 수 있겠지.”
“뭐?!”
이건은 당황하는 아버지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손을 털었다.
“어차피 내가 벌인 일이야. 댁한테 내 업보를 떠넘기면 나 역시 내가 죽인 그놈들하고 뭐가 달라.”
“!”
“날 아버지 죽인 놈으로 만들지 마.”
순간 말문이 막힌 아스란은 당황한 듯 아들을 보았다.
“…하지만 건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로는 전부 못 살아.”
“!”
친아버지를 죽여서 자신들이 살아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디 가서 자랑도 못 한다.
그러나 그 말에 천하의 아스란조차 당황스러운 듯 말렸다.
“허무계에 가면 헤일리는 빼돌릴 수 있어도, 너는 빠져나올 수 없어!”
헤일리는 빼돌릴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하지만 둘은 무리였다.
“네가 간다 해도 전부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닌….”
“애초에 룰을 없애지 않는 한, 헤일리는 계속 저주받는 거잖아.”
“룰을 찾아내 없앨 참이냐? 허무계의 룰은 신계의 룰하고 달라.”
이건이 이번에 우주의 을 만들어냈다지만, 그걸로는 헤일리를 구할 수 없었다.
“애초에 허무계는 이 존재하지 않아. 허무계 왕이 곧 룰이라….”
“그럼 허무계 왕의 모가지를 따면 그만이네. 오, 좋아. 그게 더 알기 쉬워. 깔끔해.”
“뭐?!! 아니!”
“우주 새끼가 말이야. 그만큼 사고를 쳤으면 내 얼굴은 좀 기억할 것이지. 그걸 기억 못해서 대물림도 못 하게 해?”
“?!”
“아, 겸사겸사 잘됐네. 직접 얼굴 맞대고 모가지를 따면 좀 기억하려나? 뭐 아무리 멍청이라도 지 죽인 놈 얼굴은 기억하겠지.”
“건아!!”
아스란은 화를 냈지만,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아직 인간이 되는 건 곤란하거든.”
아스란은 피곤한 듯 이마를 짚었다.
“…우선 가능할지조차도 모르겠다만, 우주 모가지를 딴 들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아닌….”
“아니, 있어. 딱 하나.”
“뭐?”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모두 살 수 있는 방법.”
이건은 뭔가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 * *
빛이 보였다.
아주 따스한 빛이었다. 그리고 이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빛.
남자는 그 빛에 이끌리듯 향했다.
머리로는 가면 안 된다고 하고 있었지만, 몸이 가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쪽으로 안 가면 뒤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얼마나 빛을 향해 손을 뻗었을까.
“커헉!!”
휴고는 숨을 토해내 듯이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괴로운 듯이 콜록거리면서 땅을 짚었다.
“젠장… 도대체 뭔데….”
마치 폐까지 물에 찬 느낌에 괴로웠지만, 곧 휴고는 아차 싶었다.
“어? 어어?”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뭐야, 내가 왜 살아있어?!”
휴고는 당황한 듯 주변을 살피며 제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은 우주 공간 같은 곳이었다.
“뭐지? 뭐야! 여기가 허무계인가?!”
하지만 주변을 살피던 휴고는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보이는 이건 때문이었다.
“악!!! 여기 지옥이야!! 컥!”
휴고는 이건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 이건은 핏대를 세우며 주먹을 쥐었다.
“이 새끼가, 뒤지려고??”
“어, 어어??”
당황한 휴고는 눈 앞에 있는 게 진짜 이건이냐는 듯 그를 툭툭 치고 볼도 꼬집어봤다.
“어? 진짜 건이? 어? 어어? 왜?”
분명 자신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크루더들을 처리하고 업보를 맞아 소멸했는데!
“설마 나 니 새끼랑 같이 지옥에 떨어진 거ㄴ… 커헉!!”
“살린 거야 등신아.”
“뭐?!”
“ 썼다고. 너한테.”
“?!”
이건은 업보를 지고 사라진 휴고를 되살린 것이었다.
“업보는 걱정 마라. 이제 없으니까. 이제 휴고 오터스로 평범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말에 휴고는 얼어붙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 그가 아니었다.
“너 무슨 짓이야!! 내가 왜 먼저 뒤진 건데!!!”
휴고는 알았다.
업보를 가지고 자신이 영원히 소멸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되살렸다면 그 업보는…
“는 너희 둘한테 써야지!! 달랑 2장 남은 건데! 너랑 헤일리랑 살라고… 내가…!”
휴고가 화를 냈지만, 이건은 킥킥 웃었다.
“역시 내 조카들 고아로 만들긴 싫었다.”
“……!!”
“막내가 태어났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해줬잖아. 선물도 다 망가져서. 그런데 아빠까지 뺏어갈 순 없지.”
그뿐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까 20년 동안 날 믿고 기다려줬는데, 너한테 뭘 준 적도 없는 것 같아서.”
“!”
“그러니까 가족들하고 행복하게 살아. 그게 내 마지막 선물이야.”
휴고는 말문을 잃었다.
20년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자신은 그 이상으로 이건한테 받은 게 많은데.
휴고가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자 이건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아냐? 니 새끼 데이터가 거의 사라져가지고, 되살리는데 애 좀 먹었다. 시간 능력이랑 이것저것 엄청 고생하며 되살렸어. 평생 감사해라.”
“…나는….”
이건은 괴로워하는 휴고를 보며 웃었다.
“…라고 말하고 폼 나게 사라지고 싶지만 걱정 마. 나도 그냥은 안 죽어. 너 살린 거에도 이유가 있고.”
“……!!”
휴고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이건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그냥 너랑 헤일리한테 쓰고, 나는 폼 나게 사라질 생각이었는데… 헤일리가 생각을 바꾸게 해줬어.”
헤일리가 스스로 소멸을 택했을 때, 이건은 깨달았다.
모두가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헤일리가 지켜준 목숨인데, 끝까지 해봐야지.”
“……!”
“이대로 내가 업보를 받으면 죄인이 되어 허무계로 갈 수 있어.”
“그리고 거기서 헤일리를 빼돌린다고?”
“뭐, 아버지는 그 방법을 추천하며 본인이 가겠다고 했지만.”
“했지만?”
그 방법을 써봐야 결국 저주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거기서 우주 새끼 목을 따서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올 거야.”
“…오, 그런 방법이…. 뭐? 누구의 목을 따???”
“허무계 왕의 목. 애초에 그 새끼가 룰이라며. 그럼 빼돌리고 자시고 깊게 생각할 거 없이 그냥 그 새끼 목만 따면 다 끝 아냐? 룰도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고. 후환도 생각할 것 없고. 알기 쉽지?”
…거 참으로 더럽게 알기 쉬운 방법이다.
이야기를 듣는 휴고는 울 것처럼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는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면죄부를 썼나 했더니!’
이 자식은 지 입으로 말하는 게 어떤 대상인지는 알긴 아는 걸까!
“우주라고 우주!! 허무계는 크루더들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고! 크루더 말고도 온갖 괴물에 태고신을 뛰어넘는 죄수들까지….”
“니가 나한테 재앙신이라 했잖아.”
“!”
이건은 날카롭게 웃었다.
“괴물 따위.”
괴물조차도 재앙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되면 그만.
어떤 의미로는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건의 목적을 깨달은 휴고는 가슴을 쳤다.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허무계 왕을 죽이고 헤일리를 지구로 돌려보내는 건 그렇다 쳤다.
하지만.
“너는 어떻게 돌아오려고! 설령 허무계 왕을 죽인다 해도, 거기서 어떻게 나오게!”
괜히 허무계라 불리는 곳이 아니었다.
“이쪽에서는 그쪽으로 갈 수 있지만, 그쪽에서는 이쪽으로 절대 못 돌아와!”
왜 아스란이 헤일리만 빼돌릴 수 있다고 했겠는가.
“헤일리는 네가 이쪽으로 보낸다 쳐도, 너는 누가 내보내주는데!!”
쉽게 말하면 아주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이었다.
한 명은 구덩이 너머로 올려 보내준다 해도, 다른 한 명은?
“거기서 혼자 쓸쓸하게 죽을 거냐!”
그러니 면죄부를 자신 말고 헤일리와 이건에게 썼어야 했다.
그러면 이건은 인간의 삶을 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둘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이건은 웃었다.
그는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말라며 휴고의 어깨를 쳤다.
“너 신앙심 1000%잖아.”
“……!”
이건은 믿는다는 듯이 휴고를 보았다.
“지금까지 계속 신들이 잘난 듯이 말했잖아. 신은 숭배해주는 대상이 있으면, 계속해서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신은 계속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
“날 잊지 않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난 신이니까 다시 나타날 수 있어.”
휴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 지금까지 대물림 안 된다고 욕 처먹던 거 기억 안나?”
“그래서 내 얼굴 기억하라고 우주 새끼 직접 족치러 가는 거잖아?”
이번엔 직접 우주의 면상에 자신의 기록을 써 갈기고 올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마법 신좌들이 을 불러내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렸을 때.
모두가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휴고는 결국 자신을 기억했고, 그 결과 자신은 다시 힘을 찾아 나타날 수 있지 않았었던가.
그리고 을 죽였을 때도 신앙심을 이용해 원래 시간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고.
‘뭐, 우주를 처리하면 허무계도 사라질 거다. 높은 확률로 죽겠지만.’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가능성이 0%는 아니다.
“누구 하나는 반드시 죽는 0%인 미래 말고. 가능성 1%라도 좋으니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좋아. 그 방법이 너 살리는 거였고.”
“건아.”
“내 영토의 주민은 누구 하나라도 없어지면 안 돼. 감히 누가 지키는 곳인데. 하나라도 죽으면 나 존심 개 상한다.”
그러니 가능성이 있다면. 모두가 살 수 있는 1%에 건다.
그렇게 이건은 웃었다.
뭐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건도 반신반의였다.
실제로 아스란도 끝까지 자신을 말렸고 말이다.
-그래. 그 방법을 택해서 네가 허무계 왕을 처리한다 치자. 오히려 넌 신으로서 강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
-허무계 안에 있는 적들이 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거기가 왜 허무계인데. 네 존재가 지워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 휴고가 말했다.
“알았어. 너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게. 너 안 잊어. 그러니까 헤일리도 보내고, 힘까지 얻고, 그리고 돌아와.”
이건은 쓰게 웃었다.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지난번보다도 더.”
“이미 20년도 기다려봤어. 거기서 새삼 곱하기 된다고 뭐. 이 빚은 너한테 꼭 갚는다.”
이건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할 수 없네. 다시 돌아오면 빚부터 갚아라. 아. 기억하게 써놔야겠다.”
이건은 자신의 손바닥에 펜으로 내용물을 썼다.
그리고 도대체 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 많이 쓰는 걸 보고 휴고는 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웃었다.
“다음에 네 앞에 다시 나타날 땐, 니 등골브레이커 할거다.”
휴고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얼마든지 갚아줄게. 돌아오기만 해.”
이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휴고를 밀쳤다.
동시에 이건에게 업보가 몰려왔다. 엄청난 힘이 그를 감싸면서 이건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은 웃었다.
“니네 두목 목 따러 갈 거야.”
그 말과 함께 바닥에서 우주가 보낸 듯한 거대한 그림자가 이건을 감쌌다.
당황하는 휴고를 향해 이건이 웃었다.
휴고는 당황하며 손을 뻗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건이 사라졌다.
그도, 그가 만들어준 작은 물건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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