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11
제411화
* * *
“학생. 학생 일어나 봐요.”
조심스러운 손길이 백야의 어깨를 흔들었다.
좀처럼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자, 어둠 속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실루엣이 보였다.
“정신이 드세요? 여기 종착역이라 얼른 내리셔야 해요. 이 열차 차고로 들어간다고요.”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온 역무원이 백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여기 안경. 아이고… 깨졌네. 이거 본인 거 맞죠?”
넘어지면서 짓눌렸는지 안경다리 한쪽이 부러져 있었다.
부서진 안경을 건네받는데 순간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입고 있던 옷이 달랐다.
분명 셔츠에 한복을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우으으….”
그제야 실감 나는 현실에 턱에 선명한 호두가 생겨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연장이었는데….’
저희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 속에서 멤버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였다.
말없이 눈물을 퐁퐁 흘리기 시작하는 개복치의 모습에 역무원은 당황했다.
“아니, 이건 제가 그런 게 아니라 학생이 넘어지면서 부러진 거…. 괜찮아요?”
뿌애앵!
그러다 역무원의 괜찮냐는 말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앉은 자리에서 오열하던 백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혔다. 그리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저기, 학생! 모자랑 핸드폰 가져가야지!”
“후에엥. 가, 감사… 끄흑.”
우느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백야는 엉거주춤하게 고개를 숙이며 액정이 나간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액정을 건드려 봐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이것마저 고장 난 듯싶었다.
“흐으으, 우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우는 사람을 처음 보는지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상당했다.
개중엔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데이즈로 활동하면서 익숙해진 건지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훌쩍.
그래도 지하철 울보남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황급히 모자를 썼다.
조금 전보단 진정됐지만, 눈에선 여전히 복숭아즙이 퐁퐁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소매를 끌어당겨 무지막지하게 눈물을 닦아 낸 백야는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개찰구를 통과했다.
재현과 유경에게 갈 생각이었다.
“끄으… 끕.”
울음을 참느라 백야에게선 별 이상한 소리가 다 나는 중이었다. 지나는 곳마다 저를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바닥에 처박은 백야는 열심히 걸었다.
훌쩍.
눈물을 닦느라 소매는 이미 축축해져서 더는 닦이지도 않았다.
‘휴지….’
역을 나가기 전, 휴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백야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어 내고 휴지로 대충 물기를 닦아 냈다.
힐끔.
옆에서 저를 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마음 깊은 곳에서 괜한 반항심이 올라왔다.
째릿-
슬퍼하는 사람 처음 보냐!
어차피 안경도 부러져서 눈에 보이는 것도 없겠다, 조폭 햄스터는 눈에 힘을 주며 노려봤다.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야를 관찰하던 상대는 순순히 사과하며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다시 모자를 눌러쓴 백야는 택시를 잡기 위해 역 바깥으로 나섰다.
휴지로 얼굴을 대충 문댄 탓에 한쪽 뺨에 휴지 조각을 달고 있는 채였다.
훌쩍.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늘은 자신의 소집 해제일이었고, 저는 친구들과 홍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요즘은 앱 없이는 택시도 못 잡는다는 말에 핸드폰을 다시 켜 보려 했지만 여전히 먹통이었다.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바닥에 콩콩 찍어 보았으나, 흠집만 날 뿐 도무지 켜질 생각을 않았다.
“씨잉….”
핸드폰이 켜져야 친구들과 연락을 하든, 뭐라도 검색해 볼 텐데.
툭-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투정을 부리듯 핸드폰을 손에서 놓은 백야가 다시 눈물을 장전했다.
휘리릭-
그런데 그때, 바람을 타고 날아온 전단지가 백야의 얼굴에 정면으로 붙었다.
착!
“끄앙!”
중심을 잃은 개복치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허우적거리며 시야를 가린 물체를 잡아 내리자 익숙한 전단지가 보였다.
★타로&사주★
마음이 힘드신가요?
인생의 방향점이 필요한 당신.
버들 타로가 행복한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안내합니다.
익숙한 문구를 보는 순간 백야는 강남의 점술사를 떠올렸다.
“헉!”
이내 희망을 얻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백야는 도로변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10분을 넘게 앞발을 흔들고 나서야 겨우 택시 한 대를 잡을 수 있었다.
“강남이요!”
눈이 퉁퉁 부은 게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모습에 택시 기사의 시선이 계속해서 백야에게 닿았다.
“놀러 가시나 봐요. 친구들 만나러?”
겨우 울음을 멈췄는데 ‘친구’라는 한 마디에 다시금 서러움이 북받쳤다.
뿌애앵!
백야가 울기만 하자 택시 기사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괜히 말을 걸었다는 표정이었다.
손님이 울음을 그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 기사는 조용히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40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 택시가 멈춰 설 때쯤에야 백야의 울음도 멎었다.
“어휴. 징글징글하게도 우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요. 내가 택시비는 안 받을게.”
“안니에여…. 저 돈,”
“됐으니까 얼른 마음 추스르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요. 우리 아들 같아서 그래.”
“그래도….”
“됐다니까. 얼른 내려. 그런데 잘생긴 청년은 울어도 멋있네.”
의 외모로 살아온 날이 길어, 원래의 얼굴이 어땠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인사치레로라도 잘생겼다는 소릴 들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지만 슬픔 max 개복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카드를 내밀었음에도 극구 사양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인사만 하고 내렸다.
비교적 인파가 드문 곳에 내려 주신 덕분에 골목엔 백야만 오도카니 서 있었다.
터벅터벅-
개복치는 기억을 더듬어 점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과 찾아갔을 때 가게가 없어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백야가 기댈 곳은 이곳뿐이었다.
“끄으….”
골목을 걷자 낯익은 편의점이 보였다.
‘저기서 유연이가 소금 뿌려서 청이가 엄청 뭐라 했는데.’
멤버들과의 추억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편의점에 붙어 있는 데이즈의 음료 광고 포스터에도 역시나 제 모습은 없었다.
‘그렇지. 이게 원래 데이즈지.’
다시금 눈물이 차오른 백야는 훌쩍이며 근방을 둘러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맞은편에 있어야 할 점집은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대신 웬 동물 병원 하나가 개업을 했다며 화환 하나가 그 앞에 세워져 있었다.
편의점 앞 연석에 쪼그려 앉은 백야는 몸을 둥글게 말아 훌쩍이기 시작했다.
‘정말 끝인가 봐. 이제 두 번 다시는 못 보나 봐.’
훌쩍.
이제는 그때의 추억으로, 그때의 영광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었다.
“끄으으…. 끄흑.”
울음을 억지로 삼키느라 어깨가 들썩였다.
그때 차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서더니 근처에 멈춰 섰다.
드르륵-
차 문이 열리자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야, 야! 문 열지 마!”
“아악! 햄야!”
문이 열리자 이동용 케이지를 탈출한 햄야가 차 밖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익숙한 하이톤의 비명은 백야도 잘 아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자 청과 유연, 지한이 우르르 내려 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Noooo! 햄야가 죽었어….”
“안 죽었거든?! 빨리 찾아!”
찰싹!
재수 없는 말을 한다며 유연의 손이 청의 등짝을 찰지게 내리쳤다.
“햄야야 지렁이 줄게.”
남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지한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차 밑을 살폈다.
벤에서 함께 내린 스태프들은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촬영했다.
난데없는 소동에 햄야를 밟을까 봐 주차도 하지 못한 채 시동을 끈 덕진도 차에서 내려 햄야를 부르짖었다.
“해, 햄야 니임. 어디 계세요?”
안절부절못하는 덕진의 모습을 찍으며 따라다니는 VJ도 보였다.
멤버들이 어떤 촬영을 하는 중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백야는 외다리 안경을 코에 걸친 채 아련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그때, 하트 무늬 털의 낯익은 생명체가 백야의 발치로 다가왔다.
뀨?
“……햄야?”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안경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에 놀란 햄야가 신발코를 밟고 올라와 끈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해.”
쪼그려 앉아 궁상을 떨고 있던 백야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사람을 가리는 햄야는 웬일로 백야의 손바닥 위로 뽀르르 올라왔다.
“햄야야아….”
오늘 아침에도 제가 밥을 주고 나왔는데. 몇 년 만에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 훌쩍이기 시작한 백야는 눈물을 꾹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해 소원으로 돌아가더라도 멤버들을 딱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하늘이 그 소원을 들어주신 모양이었다.
두 손으로 햄야를 소중하게 안은 백야는 훌쩍거리며 동물 병원 앞 주차장으로 다가갔다.
햄야를 핑계로 멤버들과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저기….”
낯선 이의 등장에 납작 엎드려 주차장 바닥을 살피던 멤버들이 분주하게 일어났다.
“혹시… 찾고 계신 게 이 햄스터인가요? 저쪽에 앉아 있다가 잡았는데….”
백야가 의기소침하게 말하자 지한이 달려와 햄야를 데려갔다.
“감사합니다. 건강 검진을 받으러 왔는데 차 안에서 탈출해 버려서요.”
지한의 다정한 목소리에 백야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끄흑.”
고개 숙인 채 훌쩍거리며 소매로 눈가를 닦기만 하자 지한의 목소리가 멎었다.
“저… 괜찮으세요?”
“죄송, 끄흐, 죄송해요…. 제가 슬픈 일이 있어서….”
“아…….”
곁으로 다가와 이동용 케이지를 내미는 유연에게 햄야를 넘긴 지한은 이마를 긁적이며 난감해했다.
“형, 뭐야?”
“모르겠어.”
두 사람이 낮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