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12
제412화
“죄송, 끅, 죄송해요. 오늘 혼자가 돼서… 끄흑.”
턱에 호두를 품은 백야가 눈물을 퐁퐁 흘리며 사정을 말하자, 지한의 얼굴도 조금씩 굳어졌다.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어깨를 떨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에 잠시 기다려 주었다.
VJ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 갔다. 일반인의 동의는 촬영 후에 받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 듯했다.
‘…뭐지?’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낯이 익었다.
버킷 햇을 쓴 남성을 유심히 살피던 지한이 옆을 돌아봤다. 유연도 같은 생각인지 서로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너도?’
‘나도.’
뜻이 통한 두 남자는 확인해 보기로 결심한 듯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지한의 손이 모자를 향해 뻗어졌다.
“저,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모자를 벗겨 내자 결 좋은 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리곤 드러나는 아방한 눈코입.
설마가 진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흐엥?”
돌발 행동에 백야가 멍청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으어?”
지한도 놀란 건 마찬가지인 듯,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떴다.
지한이 부드러운 손길로 백야의 어깨를 감싸 쥐더니 이내 재촉하듯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너, 너 무슨 일 있었어?”
지한 못지않게 충격을 받은 유연도 경악에 찬 얼굴로 백야의 차림을 확인했다.
“너 이 옷은 뭐야? 아침에 입고 나간 거랑 다른데?”
그들이 단번에 백야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였다.
옆 건물 주차장까지 돌아보고 온 청은 멤버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에 슬그머니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서부턴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달려오기 시작했다.
“모야! 햄스터가 왜 여기아아악! 누가 얼굴을 조져 놨어!”
백야의 양 볼을 움켜쥔 청이 꽥꽥 소리를 질러 대자 유연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좀 닥쳐. 동네 사람 다 깨울 일 있어?”
“우우웁!”
청이 파닥거리며 유연의 팔에 갇혔다.
한편 멤버들만큼이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백야는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저, 저를… 아세요?”
툭-
햄야를 잡았다는 소식에 막 주차를 끝내고 다가오던 덕진이 차 키를 떨어뜨리는 소리였다.
“……백야 님?”
이건 악몽인가.
백야는 과거에도 비슷한 발언으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전적이 있었다.
털썩-
심약한 덕진은 그만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은 스타들의 최측근인 매니저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들과 스타의 케미를 발견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데이즈에겐 총 세 명의 매니저가 있었는데, 먼저 데뷔 초부터 은쪽이들을 하드 캐리 하며 지금의 데이즈를 있게 만든 남경 매니저가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남매라 불리는 가장 친근한 존재였다.
그는 연차가 쌓이며 개인 스케줄이 늘어난 데이즈의 활동을 위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율무와 함께 지방에 내려와 있었다. 해가 바뀌며 율무의 드라마 촬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저하. 피하십시오. 처리하고 따르겠습니다.”
붉은색 철릭을 입은 율무가 화려한 액션 신을 선보이며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스태프 무리에 섞여 있던 남경은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혹시라도 율무가 부상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오케이, 컷!”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에 남경의 얼굴에 드리웠던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율무 씨, 고생했어요. 연기 너무 좋았어.”
“감사합니당~ 엇. 형!”
율무가 남경과 카메라를 발견하고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었다. 커다란 덩치로 쪼르르 달려온 그는 남경에게 치대며 연습실로 돌아가느냐 물었다.
“가야지. 너 밥은 어떻게 할래?”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은 하루를 꼬박 새우고 나서야 끝이 났다.
“회사 가서 애들이랑 먹지, 뭐. 나 옷만 갈아입고 올게~”
“오냐.”
분장 차 앞에서 율무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남경에게 마침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발신자는 성실이었다.
“어. 성실아.”
“아니? 없는데. 누나분께는 전화해 봤어?”
“알겠으니까 일단 끊어 봐.”
누나의 생일이라며 아침 일찍 백연의 집으로 향한 백야의 행방이 묘연했다.
표정이 눈에 띄게 굳은 남경은 일단 SNS에 백야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서치 방지 용어로 몇 번 검색하자, 아니나 다를까 게시글 몇 개가 나타났다.
– 방금 ㅂㅇ 닮은 사람이 울면서 지나가는 거 봄
– 지하철에 힌야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 있었는데 술 꽐라돼서 누워있었음
└ ㅂㅇ아님? 어케 됨ㅋㅋ
└ 울 오빠일 리 없어서 걍 나옴
– 아 지나가다 ㅂㅇ 닮은 사람 있길래 진짜 애기인 줄 알고 들고 튀려 했는데 택시 타고 사라짐ㅠ (쪼그려 앉아있는 백야 뒷모습.jpg)
사고를 예감한 남경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이 흐려서 확실하진 않지만, 체구나 쪼그려 앉아 있는 자세를 봐선 백야일 확률이 높았다.
‘어째 요즘은 조용하다 했다.’
차마 내 가수의 사고 현장까지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던 남경은 최대한 표정을 관리했다.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VJ에게 양해를 구한 그는 외진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지한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어. 지한아.”
순간 남경은 할 말을 잃었다.
“뭐, 뭐라고?”
너무 놀란 나머지 반응이 3초 정도 늦게 튀어나왔다.
“너희는. 너희는 괜찮아? 아니, 거기 어디야.”
혹시 운전 중에 사고가 난 건가 싶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스피커 너머로 유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유연아. 너희 괜찮아?”
“덕진이는?”
“하아……. 다행이다. 그런데 동물 병원?”
남경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는 뒷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시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머리를… 다쳤다고?
밀당을 하듯 하나씩 폭탄을 던지는 은쪽이들 덕분에 남경은 자신도 곧 기절할 것 같았다.
그때 스피커 너머로 익숙한 삐악거림이 들려왔다.
청의 막무가내에 수의사는 결국 청진기를 들었다.
“……백야 거기 있냐?”
차마 더는 듣기 힘들었던 남경은 조용히 제 말만 전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갈게. 끊어.”
* * *
강남의 한 동물 병원.
개업 첫날엔 파리만 날리더니 둘째 날 저녁에는 진상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반려햄을 놓쳤다며 다 큰 사람들이 주차장에 누워 있질 않나, 건장한 성인 남성은 갑자기 픽하고 쓰러지질 않나. 거기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런데 그중 한 명은 아까부터 계속 울기만 하고 대답을 하질 않았다.
“햄스터 말 좀 해 봐. 응?”
특히 저 미친 사람.
재미 교포로 추정되는 날카로운 인상의 냉미남은 저로 하여금 사람을 진찰하게 만들었다.
좀처럼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에 원장은 결국 청진기를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머리가 이상한데 왜 자꾸 배를 보냐며 머리를 위주로 봐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그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청진기를 이마에 대자, 그제야 만족한다는 얼굴로 박수를 치던 도른자였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햄야의 발톱을 깎아 주던 남자는 원장실 문 너머로 보이는 청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딸랑-
그때 자동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났다. 새로운 손님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
“쭈쭈쭈. 어이구 예쁘다~ 우리 햄야 진찰은 다 끝났으니까 이제 집으로 가도 돼요~”
남자는 이동용 케이지에 햄야를 넣어 주며 얼른 다음 환자를 맞을 준비를 했다.
사실 햄야의 진료는 진작에 마쳤지만, 저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시간을 끌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원장이 다음 환자를 맞이하기 위해 직접 케이지를 들고 나갔다.
이제 햄야를 돌려주고 저들을 쫓아내면 되는….
“애기야! 애기 왜 울어? 왜?”
강아지상의 커다란 미남자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아직도 울고 있는 남자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똥 머리?’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도 놀라운데 다 큰 청년 보고 애기라니. 쟤도 정상은 아니구나 직감했다.
원장은 걸음을 멈췄다.
“너 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
“우으으….”
율무를 본 백야는 다시 턱에 호두를 품으며 눈물을 장전했다.
딸랑-
그때 또 한 번 문이 열리며 장정 둘이 들어왔다. 민성과 성실이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일행에 원장은 햄야를 들고 다시 원장실 안으로 도피했다.
달칵-
문을 닫은 원장은 벽에 이마를 기대며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나가 주세요.’
* * *
“뭐야? 백야는?”
“백야 씨…!”
율무와 마찬가지로 맞은편에 멈춰 선 두 사람은 울고 있는 개복치를 발견하고 얼굴을 굳혔다.
민성을 보자 눈물이 왈칵 터진 백야는 그에게 안기며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혀어엉….”
“어. 왜, 왜. 무슨 일 있었어?”
민성이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달래 주었다. 품에 안겨 칭얼거리는 게 꼭 부모를 잃어버렸다 되찾은 아이 같았다.
민성의 옷에 눈물과 콧물을 잔뜩 묻힌 백야는 끅끅거리며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파들거리는 앞발로 반대편 편의점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다섯 명만 나온 음료 광고 포스터를.
“저, 끄흡, 저거는 왜, 다섯 명이야… 요?”
멤버들의 반응을 봐선 자신을 기억하는 것 같은데, 편의점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이상한 반존대에 민성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뭐가 다섯 명인데?”
모두의 시선이 앞발을 따라 편의점을 향했다.
그 순간 성실이 외쳤다.
“어? 저거 잘못 인쇄돼서 전량 회수 들어간 포스터인데 왜 아직 붙어 있지? 제가 얼른 떼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올게요.”
성실이 헐레벌떡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잘못 인쇄? 전량 회수?’
원래도 아방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 멍청해 보였다.
“데이즈는 원래 다섯 명….”
백야가 자꾸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자 결국 염병 토끼의 방언이 터졌다.
“염병, 이게 본가 가서 뭘 잘못 처먹고 왔나…. 우리가 왜 다섯 명이야? 여섯 명이지. 너 진짜 어디 아프니?”
민성의 손이 백야의 이마를 짚었다. 온종일 울어 댄 탓에 몸에 열이 올라 이마가 뜨끈뜨끈했다.
“열나잖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숙소로 돌아가자.”
“…숙소?”
“야, 실어.”
민성이 눈짓하자 율무가 백야를 번쩍 들어 어깨에 들쳐 멨다.
“끄악!”
“애기, 누나한테 혼났구나? 아주 그냥 혼이 쏙 나가서 정신을 못 차리네~ 얼른 집에 가자.”
“잠깐, 잠깐만. 여기는 게임 아닌데? 진짜인데?”
찰싹!
“아야…!”
율무의 옆을 따르던 남경이 백야의 통통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야 이 화상아. 어떻게 된 게 맹하게 생겨서 사고는 제일 많이 치고 다니냐.”
“아니이…. 저는 정말 사정이 있는데. 여기는 진짜잖아요. 아, 아닌가…? 이것도 꿈인가?”
계속해서 이해하기 힘든 소리를 중얼거리는 백야의 모습에 남경이 고개를 저으며 멀어졌다.
율무에게 잡힌 상태로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던 백야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지, 저기요…. 제가 핸드폰 충전을 맡겨 놨는데….”
“……저기요?”
처음 들어 보는 호칭에 또양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단 백야가 원하는 대로 핸드폰을 가져다주자 앞발이 전원 버튼을 성급하게 눌러 댔다.
그리고 잠시 후, 밝은 빛과 함께 로고가 나타나며 핸드폰이 켜졌다.
“헉.”
핸드폰이 켜진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지한이 백야의 이상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듯 백야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왜 그래?”
“이, 이게…. 잠깐만. 그럼 나 군대는?”
“군대?”
“나 오늘 소집 해제 했는데?”
“……네가?”
“응.”
말문이 막힌 지한은 입술을 할짝대더니 이내 율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나율무. 얘 좀 이상해.’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지한과 눈이 마주친 율무는 배시시 웃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괜찮아~ 당백이 이상한 거 하루 이틀도 아니구~’
한편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된 동물 병원 원장님을 찾아간 남경은 가까이에 있던 유연과 청을 잡아다 내밀었다.
오늘 본 일은 비밀에 부쳐 달라는 일종의 뇌물이었다.
“죄송합니다. 너희가 사인도 해 드리고 사진도 찍어 드려. SNS에 마음껏 올리셔도 됩니다.”
뜻밖의 횡재에 간호사들의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그렇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 애쓰는데, 바깥에서 백야의 발악이 들려왔다.
“잠깐만. 나 또 가? 어? 아니, 나 좀 내려 봐!”
백야가 율무의 똥 머리를 잡자 율무의 목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어어? 쓰읍. 당백이 그거 흔들면 호온나.”
“동기화할 거면 다 해 줘야지! 왜 그건 안 하는데? 어? 야 이 나쁜 놈아아악!”
“아아아! 아파, 아파.”
“하, 한백야…!”
조폭 햄스터의 난동에 동갑즈가 한데 엉켜 바닥으로 넘어졌다.
“아악! 내 햄스터 찌그러진다!”
“백도!”
“염병….”
* * *
동기화가 완료되어 게임이 정상 종료되었습니다.
– 그룹 : 데이즈
– 예명 : 백야
– 칭호 : 천재 아이돌
– 동기화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