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47)
나는 귀족이다 1449화
[헬조선 편]
83장 듬직한 후손(7)
“어린 나이에 외딴 섬으로 끌려가 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조상님 을 위해서라면,그깟 불꽃쇼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유지웅은 망설이지 않고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다.
물론 백악관은 유령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유령의 존재를 아 는 것은 정효주와 네 명의 과학자들
VS&
죽어서 고향으로 겨우 돌아온 조상 유령을 세상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은 게 유지웅의 마음이었다.
「우주 발사체가 필요하다고요?」
“네,나로우주센터에서 바로 우주 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가 필 요합니다.”
「급히 인공위성이라도 띄워야 하 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아무튼 우주 발사체가 당장 필요해요. 로켓 쇼를 해야 하거든요.”
진지하게 듣고 난 트럼프가 조심스 럽게 제안을 했다.
「그럼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쓰시 죠. 마침 7함대에 물량이 있으니 금 방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아! 대륙간탄도 미사일! 그게 있 었군요!”
그제야 유지웅은 머릿속이 환해졌 다.
그래,왜 상업 로켓만 생각하고 있 었지?
언제든지 갖다 쓸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바로 코앞에 있었는 데 말이다.
「아마 핵탄두 분리 작업을 마친 미사일이 있을 겁니다. 로켓쇼를 하 기에는 적합한 모델이죠. 일반인이 봐서는 미사일인지 로켓인지 그게 그거일 테고요,」
“감사합니다,대통령. 곧바로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지시해 두겠습니다.」
곧바로 지모 대위로부터 연락이 왔 고, 탄두가 분리된 대륙간탄도 미사 일 5기가 나로우주센터로 출발했다
는 보고가 왔다.
7함대 수송선은 5기의 거대한 수 송 차량을 나로우주센터에 가장 가 까운 항구까지 와서 토해 놓았다.
16개의 대형 타이어를 자랑하는 수송 차량은 각각 1기씩의 거대한 미사일을 실은 채 나로우주센터로 향했다.
소식을 들은 연구원장 조철호는 기 절초풍했다.
평화의 상징인 나로우주센터에서 최고의 전략 무기를 발사하게 될 줄 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탄두가 완전히 제거된 안전한 탄도 미사일입니다. 그냥 로켓이나 다를 바 없어요.”
“하지만 여러모로 말이 나올 겁니 다,의장님.”
“핵전쟁의 상징인 대륙간탄도가 핵 탄두가 완전히 제거된 채 평화 우주 기지에서 화려한 로켓쇼를 보입니 다. 그거대로 나름 의미가 깊지 않 을까요?”
잠시 생각해 본 뒤 조철호는 고개 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미사일 발사 준비에 들어간 나로우 주센터는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서 홍보에 나섰다.
「속보입니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사흘 후,핵탄두가 완전히 제거된 대륙간탄도 미사일 5기를 발사하기 로 했습니다.」
「이는 얼마 전 미국 등 핵보유국 이 합의한 완전한 핵 폐기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징적인 쇼라고 합니 다. 미국은 이번 쇼를 위해 핵탄두 가 제거된 대륙간탄도 미사일 5기를
무상으로 제공하였으며…….」
「유럽연합 시라나드 의장은 미국 과 한국의 이 현란한 합작쇼를 적극 칭찬하였으며,핵 위협에 대한 종막 을 고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상징하 는 것으로…….」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는 금세 한 국 전체에 퍼졌다.
그렇지 않아도 군함도를 보기 위해 몰려든 100만 인파는 새로운 볼거 리가 생겼다며 크게 기뻐했다.
대부분은 귀가 일정을 미루고,미 사일 발사까지 보기 위해 며칠 더
머무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외신들도 앞 을 다투어 찾을 정도로,미사일 발 사쇼는 인지도를 넓혔다.
그리고 마침내 미사일 발사일이 다 가왔다.
“조상님.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유지응은 잔뜩 상기된 채 군함도를 찾았다.
유령은 여느 때처럼 군함도에서 가 장 높은 건축물 옥상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볼 수 있는 거야?”
“그럼요. 조상님을 위해서 제가 아 주 근사한 불꽃쇼를 마련했어요. 이 제 곧 저쪽에서 보실 수 있어요.”
유지웅은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방 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령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 로 돌아갔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서늘한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 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린 다.
군함도와 미사일 발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100만 인파였다.
수가 상당하다 보니,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소음이 밀려왔다.
“저 사람들도 로켓 쇼를 보려고 온 거야?”
“네,맞아요. 원래는 이 군함도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이었는데 이번 에는 로켓 쇼를 보려고 왔어요.”
유령은 물끄러미 100만 인파를 주 시했다.
말수가 적고 표정이 단조롭다 보 니,유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유지웅은 불현듯 최윤의 말을 떠올 렸다.
-생전의 인격과 기억이 정보화,실 체화되었다고 해서 그 당사자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기억의 완벽한 백업이라고 보는 게 과학적 으로 합리적이겠지요.
즉 유령의 본신인 조상은 이미 죽 은 사람이고,유령은 그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생전에 미 리 녹음해 두었다고 해서,그 목소 리가 죽은 사람 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냥 어디까지나 녹 음된 목소리일 뿐입니다.
다소 냉정한 시선이지만,아주 틀 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지웅은 유령을 진심으로 조상처럼 대했다.
왜냐하면 완전한 본인의 자아를 유 지하고 있으니까.
인격과 기억의 백업이든 아니든 그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유령 본인이 스스로를 생전의 인물 로 여기고 있는데.
“근데 조상님의 존함을 지금까지 듣지 못했네요.”
“존함이 뭐야?”
“이름이요,이름.”
“내 이름? 말뚝이.”
“……아,그렇군요.”
너무나 조상님다운 이름에 유지웅 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 다.
「이제 몇 분 뒤면 저녁 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 쇼가 개최됨니 다. 핵탄두를 제거한 대륙간탄도 미 사일이 완전한 핵 폐기 세상을 꿈꾸 며,우주를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탄도 미사일들은 대기권을 완전 히 통과한 뒤 미리 정해진 태평양의 좌표에 추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발사 카운트다운 돌입합니다. 10, 9, 8, 7…….」
「발사! 발사되었습니다!j
드디어 첫 미사일이 커다란 불꽃을 뿜으며 저녁 하늘을 뚫고 날아오르 기 시작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100 만 인파 사이에서 우렁찬 환호가 터 져 나왔다.
「보십시오! 핵탄두가 제거된 탄도 미사일이 평화와 희망을 뿜어내며 힘차게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습 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곧이어 2차, 3차 미사일이 시간차 를 두고 연달아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유지웅은 유령의 안색을 흘끔 살폈 다.
망부석처럼 굳은 채로,유령은 미 사일이 남긴 불꽃 궤적을 하염없이 응시만 하고 있었다.
“멋있다……
“그쵸,조상님? 저 로켓 하나하나 가 정말 엄청나게 비싼 겁니다. 세 상에서 가장 비싼 로켓 발사체라 해 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 멋있다…… 내가 죽어 있는 동안 세상은 이렇게나 달라졌구 나……
「주인님! 군함도를 둘러싼 결정
에너지 반응이 몹시 불안정하게 흔 들리고 있습니다!」
-의장님,군함도에서 이상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블리츠랭크와 최윤을 통해 다급한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유지웅은 거기에 응답할 여 유가 없었다.
망부석처럼 서 있던 유령이 날아가 는 로켓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령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 없 는 생기가 가득 넘치고 있었다. 밝 은 환희가 가득했다.
정효주는 눈물을 글씽거리며 유령 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령은 로켓이 상승하는 방향을 향 해,닿지 않는 환상을 만지듯이 손 을 더듬거리며 뻗었다.
“조상님? 조상님? 저기요?”
불길함을 느낀 유지응이 조심스럽 게 불렀다.
마침내 마지막으로 발사된 미사일 마저 대기권 너머로 사라졌고,화려 한 로켓 쇼는 끝났다.
유령은 비로소 유지웅을 돌아보았 다.
그 얼굴은 더 이상 죽은 사람의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뜨거운 생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조상님,왜 그러시죠?”
유지웅은 다급해졌다.
유령의 몸이 거듭해서 투명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급격한 변화가 유지응의 마음에 커다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 다.
“고마워. 마음이 가라앉았어.”
“가시려는 거예요?”
정효주가 목이 살짝 멘 음성으로
불렀고,유지웅은 유령을 향해 벌떡 달려들었다.
“아니,조상님! 이러시면 안 돼요! 제가 백악관에 읍소까지 해가면서 조상님을 위해 준비해드렸는데,설 마 지금 성불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안 돼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안 돼애애애! 성불 따위 하지 마 요! 내 유령 빨대가 돼서 후대를 위 한 좋은 방송 컨텐츠가 되어주셔야 할 분이……!”
마침내 유령의 몸이 완전히 투명하 게 변해서 사라졌다.
겉보기에는 허공에 녹아든 것처럼 보인다.
이미 나가사키현 바다에 있을 때 몇 번이고 겪었던 현상.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느낌이 달랐 다.
유령이 마지막으로 남긴,모든 번 뇌를 멸친 후련한 미소가 상황을 말 하고 있었으니.
「군함도에 있던 결정 에너지 반응 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블리츠랭크가 보고했고,곧이어 최 윤도 같은 내용의 연락을 취해왔다.
유지웅은 허탈한 나머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가,문득 정효주를 돌아보았다.
“효주야,내가 뭐 잘못한 거야?”
“아니,네가 잘못한 건 없지.”
“근데 왜 조상님이 성불을 해버리 신 거냐고! 아니,진짜 유령이 아니 고 인격과 기억이 백업된 거라며? 그럼 성불을 할 게 아니라 업그래이 드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쇼를 준비했는데, 나한테 이렇게 매몰찰 수 있는 거 야?”
그만큼 모든 업을 다 내려놨다는
뜻이 아닐까? 얼마나 후련해졌으면 그대로 성불을 했겠어. 넌 정말 유 령한테 최고의 선물을 준 거야.”
“……최고의 선물?”
“응,유령은 아마 소멸해서도 너를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정효주가 그렇게 위로했지만,유지 응의 마음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성불이라니,성불이라니……
조상 유령 빨대라는 희대의 찬스를 거머월 수 있었는데,한순간에 날아 가 버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유지 응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앉아 있
었다.
로켓 쇼가 끝나고,미국 등 핵폐기 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핵 폐기 작 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군함도는 황거,루보르,대영박물관 에 이어 제니스타운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리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SNS에 묘한 소문 이 돌기 시작했다.
“군함도 근처에 유령이 산대.”
“무슨 소리야?”
“진짜야. 가끔 밤마다 유령이 나타
나서 주변을 돌아다닌대. 나로기지 에서 목격된 적도 있다니까?”
“에이,말도 안 돼. 요즘 세상에 유령이 어딨어?”
군함도를 둘러싼 묘한 괴담이 SNS 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지웅은…….
“오늘도 가는 거야?”
“응,조상님을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겠어. 분명 어딘가에 고양이 괴수 같은 걸로 환생했을지도 몰라.”
조상 유령 빨대 획득이라는 집념을
잊지 못하고,매일 밤 외나로도를 헤매고 있었다.
“조상님! 말뚝이 조상님! 제가 활 주로가 달린 집도 지어드리고 매일 로켓 발사 쇼도 볼 수 있게 해드릴 게요! 제발 한 번만 모습을 보여주 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