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dicate the world to my Russia RAW novel - Chapter (203)
081. 내 러시아에 세계를 바친다(1)
1.
막심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 받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유럽연합을 소집하는 것이었다.
널찍한 회의실 안.
내 부름에 달려온 대사와 실무진들은 눈알만 떼굴떼굴 굴렸다.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농담 삼아 던진 말에도 입꼬리만 씰룩할 뿐 죄다 표정 관리하느라 바빴다.
심지어 무슨 의도인지 헤아리고자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하아. 이래서 정상에 오르면 삶이 재미없어진다는 건가.’
분위기 좀 살리면서 지루함을 떨쳐내려 했건만.
이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그대들을 부른 이유는 영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네 갈래로 찢어져 다툼을 계속하는 꼴을 보고 있을 순 없잖느냐.”
그 말에 누군가 물음을 던졌다.
“폐하께서는 이 땅에서 공산주의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셨지요. 마르크스가 살아있는 한 영국은 언제든지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확실하게 뿌리를 뽑기 전까진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후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조선이란 나라에서 공산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를 잡아들였으니까.”
영국, 그리고 마르크스!
화제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못해도 몇 년은 족히 더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러시아 제국의 정보력과 군사력이 엄청나구나.’
‘조선? 그건 머나먼 극동에 있는 나라가 아닌가. 그 넓은 영토를 전부 장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나이가 많은 자들은 과거의 러시아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소 결이 다른 감정도 밀려들었다.
‘이제 니콜라이 1세에게 반기를 들 자는 아무도 없겠군. 아무리 멀리 도망친들 그의 눈과 손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과거 로마 제국을 능가하는 역대급 제국이 탄생할 줄이야. 다른 나라들과 뭉쳐서 최소한의 견제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나라가 러시아 제국의 자치령이 될지도 모르잖나!’
‘어차피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을 텐데 영국의 한 귀퉁이라도 뜯어먹었다면 좋으련만.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게 한이로구나.’
불안, 경계, 초조, 공포, 아쉬움 등.
나는 그 시선들을 즐기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영국을 빅토리아 여왕에게 전부 넘겨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나선 그대들의 의견도 고려하는 게 옳으니.”
가볍게 손짓하자 시종들이 큼직한 지도가 걸린 판을 들고 왔다.
그곳엔 영국 내 주요 도시까지 제법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우선 아일랜드는 제국 내 자치공화국으로 두기로 하지.”
여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제국이 아니었다면 아일랜드 대기근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을 겁니다.”
“막대한 식량과 물자에 치안 유지를 위한 군대까지 파견했으니 아일랜드인들도 당연히 찬성할 겁니다. 현지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게 옳으니까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건 자기네들의 공적도 인정해달라는 뜻인가.’
각국 대사들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어 본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왕에 충성을 바치던 왕당파들은 스코틀랜드 쪽으로 이주했다는데. 미처 캐나다로 이주하지 못한 영국인들을 위해 남겨놓는 게 좋아 보이고. 남은 건 웨일스와 잉글랜드인데…… 여기는 기여도 순서로 분배하여 감시하면 되겠군.”
“기여도순이라면 얼마나 많이 투자했느냐에 따라 점령지가 달라진다는 뜻입니까?”
“그래. 나는 장차 영국을 세계 각국이 모이는 협력이 장이 되길 원한다. 그런 만큼 최대한 골고루 분배되는 게 이상적이겠지.”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린 나라답게 영국은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계속 혼란에 빠진 것보다는 이쪽이 활용도가 높으리라.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
비교할 대상이 없을 만큼 강해진 러시아는 앞으로 수많은 견제와 질시의 눈초리를 받으리라.
이건 각국의 지도층을 포섭했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민족, 다른 국가의 민중들 사이에서 반러 감정이 퍼져나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테니까.
‘이걸 대비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여론을 주도하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다른 나라들이 영국에서 땅따먹기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비할 기간이 늘어나는 셈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조건을 추가로 달았다.
“하지만 절대로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고 교화하는 게 최우선 목표인 만큼 폭력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겨루거라. 만약 이를 어긴다면 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노라!”
“…..!”
내 엄포에 다들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거나 러시아 제국의 영향력을 피할 길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뒤이은 말에 허겁지겁 긍정의 뜻을 표했다.
“다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알아서 나눠 가지도록 놔두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게냐?”
“아, 아닙니다. 저희 같은 약소국에도 기회를 주시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구나 피로 진압한다면 나중에 또 다른 피를 부르기 마련이잖습니까.”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해보겠습니다.”
빈말을 내뱉을지언정 감히 내 결정에 반기를 드는 자는 없었다.
‘그나마 다른 의견을 제시할 만한 곳은 프로이센과 프랑스 정도인가.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미 빌헬름 1세와 나폴레옹 3세는 나의 강력한 우군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대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기회에 러시아 제국이 수호하고자 했던 가치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어떤 사상가가 반기를 들더라도 확실하게 대응하겠나이다.”
“본국의 전하께서도 분명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회의는 허무하리만큼 빠르게 끝나버렸다.
협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러시아 제국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리였다.
2.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막심을 비롯한 러시아군 함대는 예정 시간보다 며칠이나 빠르게 수도에 도착했다.
전국 각지에서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은 저 멀리서 배가 보이자마자 열띤 함성을 토했다.
“막심 장군 만세!”
“세상을 구한 영웅이 돌아오셨도다!”
막심이 배에서 내리자 함성은 더더욱 커졌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막심. 오랜만이구나. 다른 배는 아일랜드에 정박해두었느냐?”
“예, 그렇습니다. 마침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항구를 깔끔하게 만들어두었더군요. 그들도 적선하듯 던져주는 걸 받아먹는 것보단 땀을 흘리며 대가를 받는 게 더 보람찰 겁니다.”
“그건 그렇지. 이제 아일랜드인들도 제국의 일원이니까.”
한참 전부터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해군기지 프로젝트.머나먼 극동을 정벌하고 온 배들까지 합류했으니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얘기할 만했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나는 막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젠 아무런 걱정도 없이 편히 살거라. 필요한 무엇이든 지원해줄 터이니.”
“폐하……. 크흑!”
과거로 돌아간 듯 친근한 목소리에 울컥하는 감정이 전해져왔다.
이대로 두면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아 서둘러 어깨를 붙잡았다.
“어허. 이 좋은 날에 눈물이 웬 말이냐. 적당히 얼굴 좀 비춰주다가 집무실로 오거라.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알겠습니다.”
막심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온갖 곳을 거치며 들여온 물품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개중에는 철창에 갇힌 죄수, 마르크스도 있었다.
정체를 알아본 사람들은 이번에도 뜨겁게 반응했다.
“저 녀석이 바로 공산주의를 세상에 퍼트린 괴물이다!”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살아 돌아왔느냐! 죽어라!”
병사들이 엄중히 경고를 날린 터라 뭔가가 날아들진 않았다.
하지만 민중의 싸늘한 시선과 욕설은 마르크스의 속을 후벼파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마르크스를 실은 수레가 항구 구석에 도착했을 때.
그 틈을 노려 재빨리 다가갔다.
“마르크스여. 나를 알아보겠는가?”
“…..!”
그동안 고문에 시달렸는지 그의 얼굴과 몸은 상처투성이에 반응도 느렸다.
하지만 선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만큼은 살아있었다.
“마르크스여. 이번 기회로 설익은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을 터. 너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
“……”
“듣자 하니 네 총에 맞은 엥겔스도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죽었다던데. 그게 정말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느냐?”
“……”
거듭된 물음에도 마르크스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 했소. 한데 그걸 이뤄보기도 전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견제하더니 급기야 판을 뒤집기까지 했지. 어째서 당신은 되고 나는 안 된단 말이오. 어째서!”
처절함이 한가득 담긴 외침에도 내 반응은 싸늘했다.
“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무작정 벌여놓기만 하니 수습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네 덕분에 다음 세대의 러시아 역시 찬란하게 빛날 테니까.”
“대체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위대한 사상가라 하더라도 어쨌거나 사람은 사람인 것일까.
목소리에 담긴 떨림이 고스란히 내 귀에 전달되었다.
“그건 나중에 가서 확인하도록. 뭣들 하느냐? 어서 죄인을 이송해라!”
마르크스를 감방으로 보내버린 뒤.
집무실로 걸음을 옮기자 자바도프스키, 게오르기가 막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 중이었다.
“이보게. 동아시아 삼국의 정세는 어떠한가? 청나라와 일본, 그리고 조선까지 손아귀에 넣은 셈인데. 서로 다른 민족이 한데 힘을 합칠 수 있겠나? 따로 청산해야 할 과거 같은 건 없고?”
“조선에서 이환이라는 왕이 대단한 기개를 보였다지? 한데 그자를 중심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겠군. 혹 짚이는 바 있나?”
“그, 그것이……”
막심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끝을 흐렸다.
하나같이 천생 군인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물음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속으로 한숨을 쉰 나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급한 일이 있으니 그건 나중에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지. 막심 너는 이만 물러가도 좋다.”
그에 막심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모처럼 만에 고향에 왔으니 회포를 풀어야지. 내 특별히 무도회도 준비해놨으니까 신붓감이 있으면 골라봐도 좋아.“
막심이 얼굴을 붉히며 물러간 뒤.
자바도프스키와 게오르기는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 동아시아 삼국의 정세를 살피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이 있습니까?“
”청나라와는 달리 일본과 조선은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지 않았잖습니까. 그러니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 파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은퇴할 날이 머지않은 녀석들이 이렇게나 흥분할 줄이야.
제국의 영토가 넓어진 게 어지간히 좋았나 보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나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그보다 본국의 미래를 이끌 주인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 각 지역에 나가 있는 총독들을 전부 불러오거라. 그들에게 내 아들, 알렉산드르의 자격을 검증해달라 요청할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