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3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30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연이 공평하다는 편견이다.
평등을 부르짖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과거 수렵 시대의 인류의 모습이야말로 이상향이며 진실로 평등한 사회였다고 말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불평등이야말로 자연의 본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시적인 공동체 생활을 하는 영장류나 포유류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심지어 식물들의 군집 속에서도 불평등은 흔히 발견되곤 했으니까.
다만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평등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죽음이 사방에 넘치는 전장이야말로 가장 평등한 장소인 게 아닐까?
샤보슈니코프는 부하들이 묻혀 있는 간이 묘지를 향해 기도하며 생각했다. 돌무더기와 그 자리에 묻힌 사람이 사용하던 소총이 십자가를 대신하고 있었고 개머리판에 걸쳐진 철모는 제 주인을 애도하는 양 축 늘어져 있었다.
“대대장님, 이제 슬슬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프리츠 놈들이 공격해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를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따라온 부하들은 적어졌건만, 샤보슈니코프가 이끌어야 하는 병사들의 숫자는 거꾸로 늘어나 있었다.
젊은 소대장이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대대장이 되는 데는 고작해야 채 1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벌써 말인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항상 이런단 말이지.”
전장에서의 시간은 가끔은 총알보다도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참 요상한 일이었다. 어느 때는 거북이보다도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소대장이 단 1년 만에 영관급 장교가 된 것처럼 마치 압축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샤보슈니코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군복을 털었다. 지금도 중앙아시아에서 이 자리에 누워있는 부하들과 농담을 하던 시간이 생생하건만, 바삐 돌아가는 전장의 시곗바늘은 잠깐의 상념도 용납하지 못하는 듯했다.
소대에서 대대 규모로 늘어난 그의 특임부대의 주 임무는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과거에는 공중 정찰과 같은 사전 조사를 통한 적 참호선으로의 침투와 아군의 공세가 이루어지는 동안 적군의 방어 시설을 무력화하는 등의 공세적인 역할을 맡았다면 지금의 그들은 사단 사령부 직할 예비대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직할이라고는 해도 대대장인 그의 자율권이 매우 큰 사실상의 독립부대와도 같았지만.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부디 바라옵건대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샤보슈니코프는 다시금 참호선으로 돌아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부하들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대대장인 그가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부대의 사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소대장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지휘관용 차량까지 제공받는 입장이었건만, 젊은 대대장은 공을 세우는 것보다는 본인 휘하의 병사들이 한 명이라도 더 다시금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는 걸 바랬다.
그러나 아무래도 하느님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 모양인 듯했다. 복귀하기가 무섭게 독일군의 공세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지는 것과 동시에 독일군의 포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동이 틀 무렵을 기해 공격하는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즐겨 사용했다기보다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 더 알맞은 설명이었다.
지난 러시아의 공세 이후로 전차나 비행기에 대한 대응책은 급하게나마 마련할 수 있었던 독일 제국이었지만, 고작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도 동일한 무기 체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총원 전투준비태세 완료했습니다, 대대장님.”
“좋아, 일단 대기하도록.”
샤보슈니코프는 자신들이 있는 곳보다 몇십 미터 앞에 있는 제1선을 바라보았다.
비록 콘크리트까지 동원해가며 참호선을 구축한 독일과는 달리 고작 땅을 파고 나무로 보강한 참호였지만, 독일군이 저곳까지 도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까지 투입될 일이 없을 거라는 데 내일까지의 부식 건다. 내기할 사람?”
건조한 내용이 담긴 농담들이 부대원들 사이로 지나다니곤 했다. 이러한 내기가 긴장을 풀기 위한 병사들의 방법임을 알기에 부사관들도 제지하지 않고 있었다.
“그건 너무 수지가 안 맞는데. 적어도 이번 주 분량은 걸어야 반대편에 거는 사람이 나오지 않겠냐?”
“그럼 이왕 거는 김에 담배까지 추가해서 하시죠.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오냐, 받아주마.”
오히려 이런 식으로 방금 나온 내기 내용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간부들도 있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들이 투입된다는 것 자체가 예비대가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뜻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이들의 임무가 공세에서 예비대로 바뀐 것은 현재 동부전선에서 독일과 러시아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걸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이제는 독일이 그들이 잃은 땅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그에 응하는 러시아의 주목표는 고토 탈환이라는 독일과 달리 땅, 즉 영토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쾨니히스베르크라는 상대방이 포기할 수 없는 목표를 미끼로 최대한 상대방이 피를 흘리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지독한 소모전의 시작이었다.
“대대장님! 사단 지휘부로부터 명령입니다! 현재 전방에 슈토스트루펜(충격부대) 출현! 특임대대가 대응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사전 준비 포격이 평상시보다 길게 이어지는 듯하더니 오늘은 독일군이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현재 샤보슈니코프가 이끌고 있는 특임대대와 유사한 무장을 갖추고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충격부대까지 투입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일군 지휘부가 아끼고 아꼈던 충격부대까지 투입을 한 마당에 그들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아오, 개자식들. 꼭 내가 내기만 하면 이렇게 되더라. 혹시 첩자 아니십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번 내기에서 이기실 수가 없지 않습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부식하고 담배나 준비해 놔라. 혹시라도 채무를 이행하기 싫다고 오늘 전투에서 나자빠지기라도 하면 지옥까지 쫓아가서 받아낼 테니까. 응?”
“떼먹을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쇼. 그러는 부소대장님이야말로 내기 대금 받으시기도 전에 가시지 않게 몸 조심하십쇼.”
내기 당사자들 간에 악담을 빙자한 격려가 끝나자 부대원들 사이로 가벼운 웃음소리가 지나쳐갔다.
본격적인 투입을 앞두고 이루어진 분위기 환기가 끝나자 그들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오늘도 긴 하루가 될 것 같군…….”
샤보슈니코프의 중얼거림을 끝으로 특임대대는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휴식은 망자들의 몫이었고 산 자들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 * *
독일 제국의 수도인 베를린의 밤은 과거보다 조금 어두워졌을지언정 여전히 밝았다.
거리 곳곳에 놓여져 있는 가스등은 야간에도 일하기 위해 교대근무를 나서는 노동자들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러나 길거리와 공장을 채우고 있는 근로자들의 얼굴은 이전과는 달리 어두운 기색을 띄고 있었다.
전쟁 초기 프랑스와의 전선에서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들이 발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지만, 이후 동부 전선에서의 안 좋은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서부 전선마저 지지부진한 상태가 된 후부터는 거리에서 웃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전보다 적어지기 시작한 배급 물품이나 전선으로 보낼 물품들을 더 이상 자원이 아닌 공출을 통해 충당하기 시작한 것도 이들의 얼굴이 한층 안 좋게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었지만, 거리의 우중충한 분위기는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공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들 중 젊은이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 초기의 자원병 열풍이 지나간 이후 총동원령을 통한 징집은 더욱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직까지 그 누구도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독일인들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물음이 차츰 자라나고 있었다.
‘과연 우리가 이 전쟁에서 정말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인가?’
자신들의 동맹국이던 오-헝 제국과 이탈리아 왕국은 본인들을 돕기는커녕 자신들끼리 싸우고 있었으며 참전하지 않을 것 같았던 영국은 해군뿐이라지만, 프랑스와 러시아 제국을 돕고 있었다.
중앙아시아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오스만 제국은 지난 반격 작전의 실패 이후로 자기들은 중립이라며 독일 제국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미국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극동을 통해 러시아에 막대한 양의 전쟁물자들을 팔아넘기고 있었다.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빌헬름을 위시한 지도부의 위기감 또한 커져만 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해 보였다. 그것도 지난번의 처참한 실패로 끝났던 반격 작전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큰 한 방.
* * *
“최근 들어 독일군의 공세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 또한 더 이상의 포위망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측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쪽에서는 드디어 독일의 여력이 바닥났다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쪽에서도 무언가 행동을 취해주길 바라는 모양새인 듯합니다.”
“이번 기회에 동과 서, 양쪽에서의 대규모 공세를 통해 단숨에 전쟁을 끝내자는 얘기 같은데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쾨니히스베르크라는 거대한 미끼를 통해 소모전을 유도한 지 7개월이 지나자 전선에서는 희망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땅에서 자라나는 것처럼 끝도 없이 밀려들던 독일놈들의 씨가 드디어 마르기 시작했다면서 그동안의 지긋지긋했던 전쟁도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말들이었다.
‘아냐, 너무 빠른데.’
그러나 본래 역사에서 독일 제국이 현재 이루어지는 것보다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도 무려 4년 동안이나 버텼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여력이 벌써 다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그보다는 독일 제국이 일발역전을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부르게 공격해 오는 우리나 프랑스에 한 방 먹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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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