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3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31화
71장 마무리
동부전선에서의 연이은 반격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독일 제국 내부에서는 서서히 불안함과 초조함을 담은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이 그랬듯 러시아를 우습게 보았던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고, 자신들이 무시당한 것에 분노한 슬라브인들이 저 멀리 동토에서부터 폭풍을 몰고 밀어닥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폭풍은 동부전선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독일 제국의 상층부에서도 하나의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폭풍의 이름은 바로 ‘확증편향’이었다.
“지금까지 동부전선에서의 공세가 실패한 것은 병력과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서부가 아닌 동부라고 할 수 있다. 서부전선은 비교적 전선이 안정화되어 있는 데다 프랑스군은 현재 반격 작전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약체화된 상태이니 차라리 서부전선의 잉여병력을 동부로 돌려 쾨니히스베르크와 본토의 선을 이음으로써 동부전선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런 판단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도 했다.
러시아만큼 새로이 다가온 전장인 참호전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가 떨어졌던 프랑스는 여전히 독일과 함께 자신들의 눈앞에 순식간에 당도한 미래 전장에 대한 수업료를 젊은이들의 피와 몸뚱어리를 통해 지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 초반 원래 역사보다 더 집중되고 밀도가 높았던 공세를 마주해야만 했던 프랑스의 역량은 본래보다 떨어져 있기도 했다.
거기에 러시아의 겨울 공세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것에 고무된 프랑스가 무리하게 시행한 대규모 공세마저 기관총과 철조망 앞에서 여태껏 그래 왔던 대로 실패한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 여겨지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군단 단위로 이루어진 소규모 반격으로는 안 됩니다. 러시아군이 이미 밀도 높은 방어선을 구축한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런 식의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현재 독일군의 상태가 대대적인 공세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되어 있고 물자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아닌 공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표로 바뀐 지 오래였다.
만약 공세가 실패한다면 본인들이 여태까지 쌓아 올렸던 모든 성과가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경고 섞인 우려나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병사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말들은 겁쟁이들의 비겁함으로 여겨졌다.
“동부전선만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러시아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 동안 프랑스를 정리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남은 판돈인 해군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영국 또한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이 협상장에 나와 있는 동안 러시아와의 국경선을 전쟁 이전, 아니, 그보다 더 멀리 나아간 곳에서 그어버릴 수 있다! 병사들 사이에서 불안함과 걱정이 퍼져 나가는 것 또한 단 한 번! 딱 한 번의 승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이미 그들의 눈에는 모든 근거와 상황적 요소들이 ‘공세’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이는 이제 확신의 단계를 넘어 광기의 영역으로 접어든 것 같았다.
여기에 프로이센 참모본부가 동부로의 대대적인 공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그나마 전술적, 군사적인 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마지막 이유는 현재 장군참모장인 콜마르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 원인이었다.
본래라면 그가 참모들의 폭주를 막아야 할 위치였음에도 콜마르는 그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장군참모장실에서 나오는 말들은 공세를 위한 작전계획안을 입안하라는 명령들밖에 없었으니까.
그가 전임자인 몰트케를 밀어내고 장군참모장에 취임하게 된 명목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콜마르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반격 작전이 실패했을 당시에도 그의 목이 위태로웠지만, 연이은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쾨니히스베르크에 도착한 지원 병력들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는 걸 방패막이 삼아 간신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작금의 전황은 오스만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러시아의 아랫배를 찌르기 시작한다면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
거기에 콜마르 자신이 호언장담하곤 했던 오스만을 이 전쟁에 끌어들일 사람은 그동안 상층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본인밖에 없다는 말 또한 카이저로 하여금 그를 경질시키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오스만은 조용히 중립만을 지키고 있었으며 발칸 반도에서의 소란을 틈타 그들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대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콜마르를 바라보는 카이저를 비롯한 독일 제국 상층부의 눈초리는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져만 갔다.
그에 비례해 장군참모장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져만 갔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어야만 한다……!”
야간에도 퇴근하지 못한 채 야근을 이어나가던 참모 중 하나가 들은 장군참모장실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는 명언이 안 좋은 방향으로 실현되려 하고 있던 것이다.
현장과 참모본부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참모들과 정치적인 이유에 얽매여 있는 장군참모장이라는 조합은 마치 고장 난 폭주 기관차와도 같았다.
이런 식으로 참모진이 폭주를 한다 하더라도 독일 제국에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하나 남아 있었다.
제국이 제국이라 불리는 이유. 아무리 참모본부에서 정신 나간 계획을 입안한다 하더라도 카이저가 최종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힌다면 이는 그저 종이에 쓰인 망상에 불과한 것이 될 테니까.
니콜라이가 설치한 고기분쇄기에서 갈려 나가고 있는 독일 병사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안전장치가 빌헬름이라는 현실은 이미 조종간이라는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 총기의 방아쇠에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망나니의 손가락이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이게 실제로 가능한 작전 계획인가?”
빌헬름 2세의 군사적 재능은 높게 쳐준다 하더라도 막 임관한 소위 이상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유감스럽게도 카이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호엔촐레른 가문에 흐르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피가 군사적인 능력까지 끌어올려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카이저가 보기에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콜베르와 확증편향에 빠진 참모진들이 내민 계획안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어 보였다.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오늘도 동부전선에서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병사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일전에 콜마르가 말했듯 독일 제국의 최고통수권자는 카이저, 빌헬름이었으니까.
그러나 추락하는 비행기에는 날개가 없듯, 망설이던 빌헬름의 등을 떠미는 사람들의 등장은 이미 파국이 예정되어 있었던 독일 제국의 수명을 한층 앞으로 당겨오고 있었다.
“콜린 전투와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십시오, 폐하. 프리드리히 대왕께서도 7년 전쟁 당시 국가가 위태로울 지경에 이를 정도의 현저한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머쥐셨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군참모장을 필두로 한 참모본부가 입안한 이번 계획은 폐하께 있어 7년 전쟁이 프로이센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해준 프라이베르크 전투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난 러시아의 공세로 인해 본인들의 영지를 잃은 융커들이 카이저를 꼬드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는 빌헬름 2세에게 가장 알맞은 설득방법이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군으로 인해 분단되어 고립되어 있는 쾨니히스베르크는 그에게 목에 박혀 있는 생선 가시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대대로 프로이센 국왕들이 즉위식을 열었던 바로 그 도시가 다른 누구도 아닌 러시아로 인해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내심 비스마르크에 대한 열등감과 신체적 콤플렉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호엔촐레른의 영광에 집착하던 빌헬름의 마음속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상태에서는 하나의 카드에 모든 걸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지.”
카이저가 공세를 시행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콜베르의 중얼거림대로 이번 공세는 현재 남아 있는 독일군의 모든 여력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과도 같았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독일 제국에게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패전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랐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져 봤자 독일 제국에게 마련되어 있는 미래는 좀 더 늦게 말라죽느냐, 좀 더 빨리 무너지느냐밖에 없었으니까.
차라리 이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여력이 남아 있을 때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혀 전선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단 하나밖에 없는 탈출구일지도 몰랐다.
이윽고 프랑스와의 전선에서 동부전선으로의 대대적인 병력이동과 함께 반격 작전의 서막이 올랐다.
장군참모장부터 일선 병사에 이르기까지 독일 제국군의 일원인 이들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함께 우울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번 공세가 모든 판돈을 건 도박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예정된 파국을 좀 더 일찍 끌고 오느냐 아니면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최후의 탈출구를 뚫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희망을 담고 실행된 대대적인 공세 작전인 ‘콜마르 공세’의 결말은 작전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전사자만 15만 명이 넘는 ‘도살장으로의 행진’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리고 이는 독일 제국의 파멸을 의미했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 상층부가 다시금 공세 명령을 내리자 전 전선에 걸쳐 대대적인 항명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도축업자, 도살자라. 참으로 어울리는 별명 아닌가.’
최근 있었던 콜마르 공세에서 붙잡힌 독일군 포로들이 나를 가리켜 하는 말이라고 했다.
웃긴 점은 이 단어들이 뜻하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공세 이후로 대규모 항명과 탈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 진영으로부터 넘어온 ‘자발적 포로’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들의 상관이자 장군참모장인 콜베르의 별명 또한 도살자라고 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그와 나의 별명의 의미가 똑같기는 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독일인을 잘 죽인다는 의미에서 도살자라 불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와 나의 국적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반대의 입장임에도 동일한 뜻을 가진 별명을 가졌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하자니 마치 이 시대 자체를 상징하는 별명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깨끗하게 살아온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콜마르와는 달리 아직까지 독일인들 마음속에서의 호엔촐레른 가문에 대한 지지가 굳건하다는 점이었다.
본래 역사와 달리 순무의 겨울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겪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전방의 병사들과는 달리 후방의 독일 시민들은 여전히 빌헬름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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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