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99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99화
63. 평화를 위해(2)
우주에서 벌어지는 전쟁.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지구와 론델,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이, 이길 수 있는 거야? 저런 적을?”
잠정 적대세력으로 치부하던 론델이 아군으로 함께 전장에 나서는 건 더없이 든든하다.
하지만 그런 론델의 주력 병기라 할 수 있는 천공요새조차 꼬마로 만들어 버리는 적의 거대병기를 보며 지구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천공요새의 거대함이야 워낙 비교 영상이 많으니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굳이 보지 않고도 천마족의 인공행성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믿어야지.”
“빌어 처먹을. 무슨 종교냐. 방구석에 처박혀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니.”
“저곳에 나가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우린 평범한 사람이니까.”
아드리안이 지속적으로 위기라 외쳐왔지만, 적의 실체를 직접 마주한 것과 이야기로만 듣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전장의 상황은 모든 사람에게 더욱 큰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상상 속에 그리던 악마와 천사들의 모습과 전혀 다른 천마족의 군대.
수천 줄기의 광선을 내뿜으며 론델+지구 연합군을 압박하는 인공행성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전쟁을 송출하는 방송국 중엔 전문가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해설을 덧붙였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자료를 띄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배경설명을 붙이기도 하고, 영상을 클립으로 따서 분석하기도 했다.
현 전황을 탐색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아직 서로가 뒤엉키는 개싸움이 아닌 라인전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는 신중하게 서로 탐색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방송 진행자들과 시청자 모두 무시무시한 광선과 이능의 향연에 굳어진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전장 한가운데 끼어든 소행성 두 개가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더욱 그러했다.
견제 공격이 저 정도인데, 전면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덕분에 모두가 긴장감 가득한 영상을 지켜보며 기도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천마족 진영에 변화가 생겼다.
강렬한 백광과 함께 날카로운 폭음이 촬영 중인 드론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어떻게 진공인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소리를 드론이 녹음하고 있는지는 론델의 마법 앞에 불필요한 물음이었다.
모두의 기도가 통했을까?
이어진 상황은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희망적인 진행자의 목소리와 감탄사.
그리고 쐐기가 되어 넓게 펼쳐진 적 라인을 꿰뚫는 장면은 모두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뭐야? 좋은 상황인 건가?”
“그런 것 같지 않아?”
당연히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역시 아드리안 형님!
-와 저걸 뚫어 버리네!
-론델에서 유명한 지장이라던데 정말이구나
-못하는 게 뭐임?
└못하는 걸 못하지.
-정말 다행이다. 아드리안이 없었다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거 아냐?
-에이 한 명 없다고 대세에 영향을 줄까?
└영향 조낸 크지. 아드리안은 단순한 지휘관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무장이기도 하니까.
└천족과 마족이 저렇게 조심스레 전투를 이어가는 것도 전부 아드리안 때문이잖아.
-아드리안은 인간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야?
└어느 시대에나 상식을 넘어선 돌연변이는 있게 마련이지
-덕분에 희망이 생긴 거니 다행 아냐?
실시간 반응을 볼 수 있는 온라인도 뜨겁게 타올랐다.
아드리안은 사람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하면서 두 세계가 함께 이겨냈다는 승리감을 안겨주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 가지 부수익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들에게 아드리안이란 영웅의 존재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제발 이겨라.”
“아드리안 님…….”
론델과 지구의 미래가 달린 유례없는 대규모 전쟁.
모두가 기도를 올리며 승리를 기원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인 아드리안은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 * *
여신 세피아가 부탁했다.
론델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나는 그 부탁을 이루기 위해 천족과 마족을 끌어들인 우주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측근 몇 명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전쟁의 내막.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아채면 욕을 하기 이전에 이런 의문을 표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어째서 일을 키우면서까지 여신의 부탁에 충실히 따르는 거냐고.’
여신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아니면 여신이 나의 어머니기 때문에?
아니다.
실은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내가 두 세계의 평화를 완성하기 위해 극단적인 계획까지 실행한 이유는…….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였으니까.
새롭게 태어난 딸아이가 증오와 혼란으로 가득한 세계를 살아가지 않게 하게 위해서.
지극히 뻔뻔하고, 전쟁이란 무거운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개인적인 이유다.
하지만 어쩌랴.
내겐 그럴만한 힘과 권력이 있는데.
다시 태어났기 때문인지, 나는 손에 쥔 것을 지켜만 보다가 소멸한 케이어스(지구의 창조주)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라는 게 있고 능력이 된다면 당연히 손에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평화는 덤인 거다.
‘내 가정의 안녕을 위해 세상의 명운이 걸린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라.’
누구라도 미친놈이라 외칠 테지만, 이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된다면 지금의 상황은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나는 빗발치는 광선 공격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우린 반드시 승리합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네!”
이런 연극은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필요했다.
내 독려에 참모진과 론델+지구 연합군의 군인들이 공포심을 쫓아내듯 악에 찬 대답을 내뱉었다.
생사의 갈림길을 거닐고 있는 만큼 겁을 먹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쟁 중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는 최소한으로 막을 생각이니까.
“오오!”
“저것도 총사령관님의 능력인가?”
순식간에 세모 형태가 되어 적의 중앙을 돌파하는 아군.
그런 아군 진형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좌우변은 내가 펼친 방어막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충격량이 상당하네.’
방어막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량은 메테오 수십 발이 한 번에 쏟아지는 수준이다.
덕분에 소모되는 마력의 양도 상당했지만, 계속 이렇게 싸우는 것도 아닌지라, 몇 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곧 내 보호를 받은 연합군은 신나게 정면의 적군(중앙)을 깨부쉈다.
“최고위 천마족의 등장이군.”
그러다 우리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들이 있으니, 드래곤급이라 할 수 있는 최고위 천마족이 등장한 것이다.
녀석들은 이를 갈며 우리의 전진을 막으려 했다.
현재 출격한 아군의 초월자는 드래곤과 지구의 신들뿐, 자칫 돌파가 저지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핵이요.”
“네, 알겠습니다.”
내 손짓에 미리 준비해 놨던 핵탄두 10발이 전송되고, 최고위 천마족의 바로 뒤에서 폭발했다.
초월자들이 핵탄두가 기습적으로 전송해 온다고 해서 당할 리가 없다.
하지만 시선을 끌 순 있었고, 이는 찰나의 싸움에 승패가 나뉘는 초월자들에겐 돌파의 여지를 주었다.
“바보 같긴.”
아무래도 녀석들은 개인 능력치가 높아서 이런 협력전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간단히 넘어가는 거 보니.
천계와 마계에서 귀족이라 할 수 있는 최고위 천마족들이 부랴부랴 우릴 막아서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으로 사천왕이 출동한 상태였으며, 지구의 초월자들이 사천왕을 백업했다.
드래곤을 중심으로 한 삼각 편대의 꼭짓점은 그대로 적의 중앙을 유린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인공행성 한 대가 드래곤들의 집중포화를 버티지 못하고 조각조각 터져 나갔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용을 지녔다 해도 외장 장갑 전체를 아다만티움이나 오리하르콘으로 덮지 않은 이상,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아낼 순 없었다.
시각적 위용이 엄청났던 인공행성.
그 존재는 아군에겐 압박이요, 적군에겐 든든한 방벽이었다.
그런 병기가 침몰하니, 중앙돌파를 하던 아군은 더욱 힘을 냈고, 단 한 번의 돌파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것도 잠깐.
1년 전까지만 해도 마족 진영에 속했던 아크 스칼렛이 마왕과 천왕들의 등장을 알려왔다.
적들도 시간을 끌어봐야 나아지지 않으리라 느낀 것이다.
“이상하다니?”
“병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관들에게 지시를 했고, 곧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다.
그건 천공요새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금속체였다.
굳이 따지면 솔방울과 비슷한 생김새랄까?
인공행성에 이은 두 번째 신병기의 등장이었다.
나는 만경으로 그 거대 솔방울을 살폈다.
그러자 이런 식으로 정보가 떴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만경은 드래곤 이상의 초월자와 성검 이상의 물건은 제대로 해석해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만경을 사용해본 이유는 혹시나 싶어서였다.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돌발상황을 위해 끄나풀을 심어 놓은 거니까.
-띵.
내 생각을 읽었을까?
때마침 에아에게 연락이 왔다.
기대와 달리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에아는 완전히 꺾였다.
남은 거라곤 생존 본능뿐인 존재.
이 점을 잘 알기에 짧게 혀를 찼다.
“쯧.”
생각보다 천왕과 마왕들의 준비가 철저한 느낌이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도 종족의 명운이 걸린 전쟁이니 이해는 되지만, 나로선 썩 내키는 상황은 아니었다.
“총사령관님! 적의 신병기가 돌격해 옵니다!”
마침 적진의 중앙을 돌파한 덕분에 천계와 마계를 잇는 게이트를 빠져나온 신병기와 딱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자 솔방울이 긴장감 없는 모습으로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애매한 속도로 다가왔다.
“아르시아 부탁할게.”
“네.”
사람에겐 느낌이란 게 있다.
보통 느낌이란 건 허구의 상상이 더해져 만들어낸 추측이지만, 가끔은 적중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나 아르시아처럼 격이 높은 존재에게 느낌이란 건 직감이나 다름없다.
지휘선으로 사용 중인 천공요새에서 내 곁을 지키고 있던 아르시아가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갔다.
-척.
이어서 허리춤에 채워진 오리하르콘 소드에 손을 얹으며 발검 자세를 취했고.
-챙!
그녀의 눈이 감기나 싶더니, 어느새 검이 뽑혀 허공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르시아는 감았던 눈을 뜨며 무기를 수습했다.
“이게 무슨?”
그녀가 지금 뭘 한 건지 모르는 지구와 론델의 부관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의 눈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칼질을 한걸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테니까.
그나마 론델인들은 검사의 능력이 극에 달하면 어떤 능력을 갖게 되는지 대충이나마 안다지만, 지구인들은 잘 모르는 만큼 황당해하기만 했다.
-핏!
그런데 그때였다.
위험한 분위기를 솔솔 풍기던 솔방울 형태의 병기가 자로 되고 커터칼을 그은 것처럼 사선으로 분리되었다.
“어?”
“허…….”
그 모습이 어찌나 비현실적이면서 또 자연스러운지, 사람들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르시아는 선내에서 검을 휘둘러 외부의 적을 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