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300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300화
63. 평화를 위해(3)
“지, 지금 함내에서 칼질한 걸로 외부의 적을 양단한 겁니까?”
“심검이란 기술입니다. 9서클과 동급으로 간주되는 검사 고유의 능력이죠.”
나는 미 해군 출신인 부사령관의 물음에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이런 내 미소는 오래 못 갔는데…….
“!!!!!!”
이유는 양단된 솔방울의 표면이 붉게 물들며 기폭했기 때문이다.
침몰로 인한 단순한 폭발이었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솔방울이 내뿜는 에너지는 나라고 해도 감히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폭발과 동시에 발산된 무형무색의 에너지는 더없이 파괴적이고 방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뿐만이 아니다.
솔방울이 터지자 일정 영역의 빛이 왜곡되어 사라지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치 블랙홀이 발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근거리에서 폭발에 휩쓸린다면 어찌 될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끼이이익!
공기 충만한 대기권에서 폭발한다면 대륙 하나는 우습게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준의 위력이었다.
“괜히 신이 빚어낸 최고위 종이 아니네. 대단한 걸 만들어냈어.”
솔방울은 자폭을 위해 만들어진 무기였다.
공간마저 왜곡시키는 막강한 폭탄.
덕분에 잠시 잊고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론델의 지방 귀족의 자식으로 환생하고 20살이 막 되었을 때.
당시 나는 배다른 형제와 그 어미의 압박에 떠밀리듯 전장에 나서야 했다.
전장에서 마주한 적은 이제 멸망해 없어진 크로이센 제국이었고, 그 전쟁에서 적들은 자폭하는 천공요새를 선보였다.
인생이란 게 돌고 돈다지만, 데자뷰 같은 상황이 아닌가.
첫 전쟁에서 자폭 병기를 상대하고, 마지막 전쟁으로 여겨지는 이곳에서도 자폭 병기를 상대하다니.
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건 분명해.’
저 정도 공격력이면 충분히 전황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 추측을 지지하듯 총사령부 상황실은 패닉과 공포에 빠져 있었다.
“인명 피해는요?”
“천공요새 10대, 뱅가드 238기, 전투기 73기가 당했습니다. 인원은 1,325명입니다.”
방어막을 펼친다고 펼쳤으나, 솔방울의 공격력은 전력으로 펼친 내 방어막의 일부를 깨부쉈다.
덕분에 예기치 않은 희생자까지 발생했다.
“초, 총사령관님! 자폭 병기가 또 다가옵니다! 이번엔 무려 5기입니다!”
“총사령관님! 전방의 자폭 병기로 인해 전진 속도가 늦춰지면서 적군에게 뒤를 잡힌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솔방울이 연이어 우리를 향해 다가오자 부관들이 비명과도 같은 보고를 해왔다.
‘인명 피해는 애석하지만, 우선 저것부터 처리해야 해.’
상식 밖의 위력을 내는 병기의 등장.
당혹스럽긴 하지만 이 역시 예상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보였다.
저 병기는 분명 대단하지만, 한 번 당한 것에 계속 당해줄 정도면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르시아, 한 번에 날려.”
“네.”
“자, 잠시만요! 총사령관님!”
내가 망설임 없이 대응을 이어가니 부관들이 기겁하며 나를 말렸다.
하나만 터져도 난리인데, 여러 대가 거의 동시에 터지면 어느 정도일까?
그들로선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걱정을 일축하고는 다시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는 아르시아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다들 그런 우리를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척.
이번에도 아르시아는 발검 자세를 취했다.
그에 맞춰 나는 손가락을 튕겼고, 홀로그램으로 표기되던 영상이 아닌 눈앞으로 진짜 우주 공간이 나타났다.
마법으로 선체에 구멍을 만든 것이다.
“헉!”
그에 사람들은 엉거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내가 만든 구멍은 선내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어서 아르시아가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다.
-핏!
하지만 그녀는 검을 뽑지 않았다.
솔방울들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돌연 모습을 감추고 말았기 때문이다.
‘텔레포트.’
왜 안 나오나 했다.
자폭 병기는 다르게 말하면 미사일과 같다.
이능을 가진 자들이 미사일을 어찌 사용하는지 우리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바로 핵무기를 텔레포트 시키는 것으로.
그런데 천족과 마족씩이나 되는 녀석들이 자폭 병기를 느릿느릿 진군시키기만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다.
‘소용없다.’
뭐…….
결국엔 쓸데없는 짓이었다.
텔레포트를 사용한 접근을 허락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캔슬시킬게.”
“네.”
나는 즉시 권능을 발동했다.
내 권능은 ‘공간 장악’.
말 그대로 일정 공간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능력이다.
권능을 사용하자 우리 코앞에 등장할 예정이던 자폭 병기의 텔레포트가 캔슬되며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휙! 휙!
기다렸다는 듯 아르시아의 검이 뽑히며 자폭 병기 5기가 일제히 양단되었다.
천공요새 수십 대 분량의 질량을 가뿐히 썰어버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검신 그 자체다.
-콰콰콰콰콰쾅!
이어서 자폭 병기 5대가 일제히 폭발하고 무형무색의 막대한 에너지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더욱 강해진 파괴력.
저건 방어막을 펼친다 해도 온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다시 한번 권능을 사용했다.
‘장악.’
권능은 아군 진영 앞에 방패 같은 꼭짓점을 생성하여 에너지들이 빗겨 나가게 했다.
-콰아앙! 쾅!
하지만 그냥 빗겨 나가기만 해선 재미없지.
나는 실시간으로 경로를 조종해 우리 군의 후방을 쫓던 적군의 좌우익이 휩쓸리게 만들었다.
우린 중앙 돌파를 위해 똘똘 뭉친 상태였고, 적은 넓게 포진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방법이다.
“이게 무슨?”
“적의 공격으로 적을 타격한 건가요?”
뜻하지 않은 이득에 총사령관 참모부의 부관들이 언제 당황했냐는 듯, 환해진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들의 눈엔 자폭 병기들이 텔레포트로 모습을 감췄던 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워낙 찰나와 같았으니.
“이대로 계속 전진합니다. 천계와 마계를 잇는 게이트를 파괴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전진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자폭 병기가 게이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전진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게이트를 파괴하지 않으면 신병기를 비롯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는 무언가가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게이트 너머의 공간은 두 종족의 근간이 되는 땅이다.
아예 그곳과의 연결을 끊어야 이후의 전쟁이 쉬워진다.
“어? 적이 게이트에서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천왕과 마왕들이 너무도 쉽게 게이트를 포기한 것이다.
‘뭐야?’
녀석들은 총 14기의 자폭 병기를 더 소환한 상태에서 뒤도 보지 않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브랑기슈 님.”
덕분에 우린 아무 방해 없이 게이트에 닿았다.
내 지시로 드래곤들은 게이트를 향해 일제히 브레스를 내뿜었고.
천계와 마계를 잇는 게이트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게이트 소멸했습니다.”
“후방에 쫓아오던 병력도 추격을 멈추고 거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작전 성공이 기쁘긴 하지만, 부관들 역시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다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무슨 생각인 거지?’
현재 적들의 병력은 우리를 가운데 두고 둘로 나눠진 상태인데, 그대로 후퇴한다는 게 너무도 비상식적이었다.
나는 놈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법은 세 가지로 판단했다.
1. 대장인 나와 아르시아를 노리는 것.
2. 차륜전으로 이쪽의 전력을 갉아먹는 방법.
3. 게릴라전으로 전환하여 지구와 론델, 우주 할 것 없이 전장을 넓게 만드는 것.
그런데 천족과 마족들의 선택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잠깐 게릴라전을 생각하는 걸까 싶었는데, 그럴 거였으면 진작에 흩어졌을 것이다.
-띠딕!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마침 에아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은 연락이.
앞에선 별 도움이 안 됐으나, 지금은 녀석을 심어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규모 공간이동을 준비한다? 혹시 자폭 병기를 지구와 론델로 전송할 셈인가?”
무심코 흘러나온 추측.
그에 부사령관이 경악하며 끼어들었다.
“적들의 목적은 지구와 론델의 파괴란 겁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확실치는 않다.
상황 봐서 정 불리하다 싶으면 같이 죽자란 전법을 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뭘까?
녀석들에게 다른 수가 있을 것 같단 느낌이 드는 건…….
“안 되겠네요.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네?”
결국, 처음으로 적의 행동을 유추하는 데 실패한 나는 구멍이 뚫린 천공요새의 벽면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 다시금 검둥이의 분신을 소환했다.
“여유가 되면 분신을 통해 지휘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지휘권을 부사령관께 양도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나는 전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기 이전에 가장 뛰어난 무력을 가진 전투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내가 자리를 비우는 건 예고되어 있던 바다.
지금까지 감탄사만 내뱉던 참모진을 보면 썩 믿음이 가진 않지만, 사천왕도 있고, 만약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녀석들의 목적이 우리를 불러들이는 거라면 성공했네요.”
“그러게.”
아르시아의 이야기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대로 우주 공간으로 나섰다.
* * *
“역시 경계한 만큼의 수준이라는 건가?”
“빌어먹을, 저런 괴물들이 인간 세상에 있어도 되는 건가?”
“저 둘은 아마도 여신이 마련한 안배겠지.”
지상의 기습 공격부터 무장의 무기를 동원한 우주에서의 전투까지.
무엇 하나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천왕과 마왕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길게 따질 것 없어. 직접 쳐들어가서 아드리안과 아르시아란 자의 목을 따기만 하면 우리가 승리하는 거니까.”
“맞아, 지금처럼 데스스타만 날리니까 다 막아내는 거잖아. 전투로 정신없게 만든 다음 데스스타를 날리면 녀석들도 막지 못할 거야.”
천족의 신성력과 마족의 흑마력을 융합시키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발생한 강력한 에너지.
그것을 이용해 만든 게 아드리안이 솔방울이라 부르던 ‘데스스타’였고, 이들은 그 병기의 효용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데스스타의 공격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몇몇 천왕과 마왕들의 눈이 돌아가 버렸다.
“음…….”
이들의 가장 큰 전력은 데스스타가 아닌, 천왕과 마왕 본인들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죽어버리면 모든 게 꽝이 된다.
그래서 일단 아드리안과 아르시아의 무력 수준부터 파악하잔 생각으로 움직인 건데…….
문제는 비장의 무기인 데스스타를 20기 중 6기나 잃었음에도 둘의 능력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저들과의 전투는 포기한다. 계획의 2단계로 넘어가자.”
그때, 아크 스칼렛의 라이벌로 여겨지던 천왕 미카엘이 입을 뗐다.
다만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힘든지, 다른 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계획 2단계는 이들로선 도박 수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무슨?”
“제정신이야?”
“이대로 데스스타를 더 잃으면 2단계는 실행조차 못 해.”
“아직 승패가 결정 난 건 아니야!”
“아니, 승패는 결정 났어. 바늘도 들어가지 않는 적의 단단함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다들 느끼고 있지 않아? 이쪽엔 여유가 없는 반면, 저쪽엔 여유가 있단 사실을.”
모두 입을 닫고 앓는 소리를 냈다.
미카엘은 그들을 둘러보며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어쩌면 2단계가 더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세피아를 상대하는 건데도?”
“세피아는 많이 약화된 상태야. 이 자리에 모인 천왕과 마왕, 그리고 데스스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
계획 2단계.
그것은 바로 여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하계에서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세상의 주인을 상대로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것.
창조주를 향해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신의 규칙 잊었어? 여신은 자신이 빚은 피조물을 죽이지 못해.”
천왕과 마왕들은 아드리안의 압박 속에 극단적인 선택지를 만지작거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