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689
2부 105화
요마가 잡혔다.
그 말에 가라앉고 있던 두통이 다시 심해진다.
태현의 호흡이 다시 거칠어졌다.
진정해야 한다는 이성과는 별개로 몸이 당황하고 있는 탓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호민관이 입을 열었다.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
그녀는 여전히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찡그린 얼굴이었다.
제 입을 틀어막은 톨킨은 조용히 고개를 젓고 있었다.
태현의 시선이 노인, 탑주에게로 향했다.
그는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하려 해도 흔들리기 시작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쉽지 않다.
‘요마가 잡혔다.’
그 말에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이라고 반응할 수 있다.
‘어째서? 그 녀석이 왜….’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별자리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 자신이 처음으로 내뱉는 말이 그 정도라면….
스스로가 실망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호흡을 가다듬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었다.
짧은 시간. 생각을 정리한 태현이 입을 열었다.
“요마를 구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덤덤히 물으며 탑주와 눈을 맞추었다.
다물어진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진다.
눈가의 주름이 더해지며 인자한 인상이 한층 강해졌다.
휘익.
노인이 손을 휘젓자 비난하던 호민관의 목소리가 차단되었다.
몇 번의 신력이 일었으나, 탑주가 사용하는 건 성력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힘은 결국 성력을 뚫어내진 못했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요마다.
태현이 계속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십이지의 말이다.
그는 회귀한 시간선에서 성장하다 보면 다시 바깥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 했다.
법칙으로 인해 자세히 말하지는 못했으나 분명 그리될 것이라고.
단언하듯 말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런 의미였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탑을 올랐다면. 꼬인 시간선을 떠나 한 층씩 탑을 올라 정상에 다다랐다면.
태현은 모든 격을 회복하고 이곳에 닿아, 탑주를 만나 진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탑주의 또 다른 정체는 노네임.
그 개인에겐 바깥의 일을 언급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을 텐데?”
탑의 법칙을 우선한다면 페널티를 부여하거나 기억을 지우고 돌려보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탑주라는 눈앞의 양반은 그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별자리 전쟁의 진실과 요마가 위기에 처했음을 알려주었다.
무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의미였다.
“그 전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태현의 의심 같은 건 중요치 않다는 듯, 탑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회귀 후 지금까지 듣고 싶었던 진실.
이해하지 못하던 탑에 대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 * *
탑주의 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용과 요마의 회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존재했다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용은 수많은 시간선을 오가며 음모를 획책했다.
요마는 먼저 다녀간 용이 뿌린 씨앗의 잔재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틔우게 된 새로운 가능성을 회수하였다.
상계왕이었던 티폰을 이용한 용.
버림받았던 티폰을 이용한 요마.
각자 다른 의도를 가졌지만, 성장을 위해 접근한 방법은 비슷한 것이다.
마지막 한 발.
그 사소한 차이가 상급 성좌와 중급 성좌로의 격을 나누었다.
“지금의 나는? 여기서 여정을 마무리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루게 되지?”
알다마다.
일전 1층에서 도플갱어가 힘을 개방한 이후.
결계가 잠시 허물어졌었다.
지금쯤이면 신한국뿐 아니라 모든 협회에 탑의 끝이 100층이라는 게 알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고작 5층이 하계의 끝이란 말이지.”
태현은 5층에서 하계왕의 힘을 손에 넣었다.
이레귤러들의 개입이 있었으나 몇몇 대공은 전성기. 또는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6층부터는 상계가 이어지는 건가?”
탑주가 웃음 지으며 긍정했다.
상계는 열 개의 천계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층에 하나의 천계를 배분한다 하더라도, 100층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 한참 많은 층계가 남아 있게 된다.
“그 이후에는? 상계마저 정복하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뭐가 남지?”
“대답을 회피하는 걸로 보이는데. 아직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탑주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태현과 이야기하는 게 여러모로 즐거워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중간계의 인간들을 말하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묻기도 전이다.
탑주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이곳이 탑의 꼭대기라서 그런 건 아니고?”
지하라니.
등탑만 생각했던 태현에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럴 리가.”
당연하다.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최소 그걸 위해서니까.
하지만 태현이 바라던 궁극적인 목표는 상급 성좌가 아닌 대성좌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어느 정도지?”
정령술이라는 힘을 손에 넣긴 했지만, 아직 성좌의 격을 회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고.
탑주가 짤막한 평가를 덧붙였다.
“…….”
예상은 했지만 뼈아픈 말이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중급 성좌도 되지 못하는 건가.’
중급 성좌만 되어도 권능의 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상승할 것이다.
삼천세계에서도 하계와 중간계의 시간 흐름이 다르듯, 바깥과 삼천세계의 시간 흐름은 측정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
“그건 알고 있어.”
회귀를 위한 과정 중에 용의 공격에 당했다 보는 게 타당할 터.
삼천세계에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바깥에서는 얼마 흐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간 문제라 말하는 건 요마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태현의 생각을 읽은 노네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륵.
성력이 몇 개의 홀로그램을 띄웠다.
용과 교전하는 요마.그리고 그 아래에서 소리치며 권능을 행사하고 있는 십이지.
전력으로 전개한 불꽃이 흔들리고 얼굴이 창백하다.
요마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용. 괴이에게 붙어먹더니 더 강해졌군.”
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용의 브레스에 직격당한 요마가 추락하는 모습이 이어져서다.
탑주가 씁쓸한 얼굴로 제 창조물이었던 존재를 쳐다보았다.
용이 한낮 피조물에 지나지 않았던 시기.
그는 드물게 거대한 존재력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피조물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유일신이 되고자 했고, 신살자가 되었으며, 기어이 바깥으로 나와 대등한 존재가 되었다.
“원래부터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었어.”
각혈을 쏟고 있는 요마.
탑주가 그를 제압하는 용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용. 요마. 포식자.
그들이 바깥에서 어떤 여정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얼굴이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던 탑주가 입을 열었다.
“뭐…?”
태현에겐 없던 기억이었다.
“…….”
지금 태현이 돌아간다면 회귀하기 직전. 그러니까 융합우주가 별자리 전쟁에서 패배하기 얼마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리되면 세력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또다시 패배.
최후의 발악으로 십이지의 힘을 빌리려 할 것이었다.
용의 배신은 확정적이지만 태현을 제외하면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다른 동료들이 그랬듯, 태현은 홀로 용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결국 용에게 당해 융합우주는 다시 별자리 전쟁에서 패배.“
이거야 원…. 마치 영원회귀와 다를 게 없잖아.”
십이지가 권능을 잃는다.
그 말에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설마….”
노네임이 싱긋 웃으며 완전히 제압된 요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요마는 스스로의 성장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