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ld grows up to be the devil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월드컵 결승전 (7)
연장전은 하프타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심의 재량껏, 2분여, 혹은 3분여간의 휴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잉글랜드 선수들은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에서 각자 호흡을 골랐다.
벌컥, 벌컥, 벌컥!
레이 버드는 목이 마른지 물을 냅다 입 안으로 들이부었다.
“그렇게 마시지 말래도.”
코치가 질린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무리한 운동을 하고 급작스레 물을 많이 들이켜면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론 말리지 않았다.
레이 버드의 신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반 선수와는 다른 수준에 있었으니까.
그놈의 장까지도 말이다.
지난 경기에서도 레이는 오히려 하프타임 간 물을 벌컥 들이켜고 난 뒤, 마치 에너지가 100% 차오른 듯한 플레이를 뽐냈다.
그러면서도 귀는 활짝 열어 두었다.
포치는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헤나투 도베르만이 부상으로 나가면서 이탈리아의 수비가 조금은 헐거워졌어.”
“그러니 윙어들은 사이드로 전진하기보단 중원 언더래핑식의 침투를 보여라.”
“중원을 압박하고 또 압박하다 보면 반드시 몇 차례 빅 찬스가 올 거다.”
그 말처럼 이미 후반전 말미에도 포치가 말한 빅찬스가 여럿 나왔다.
존나로가 거의 센터백을 방불케 할 만큼 내려간 이유였다.
또 포치는 감히 예측했다.
“연장전, 아마 존나로는 센터백으로 출전할지도 모른다. 존나로가 있던 자리엔 수비력이 출중한 미드필더를 배치하겠지.”
포치, 자신이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한편, 대길은 포치의 연설이 들릴 만한 위치에서 쭈그리고 앉은 채 미간을 구깃거렸다.
그 주위론 메디컬닥터가 여럿 모였다.
“상태가 심각해.”
“부어올랐군. 연장전엔 빠지는 게 낫지 않겠나?”
“염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건 딱 봐도 탈골 수준이야.”
매디컬닥터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표했다.
대길도 고통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다.
‘존나 아파.’
경기 중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서 고통이 반감됐으나 막상 짧은 휴식이 찾아오니 더 큰 고통이 범람하듯 밀려들었다.
하나, 빠지고 싶지 않았다.
후반전, 대길은 다짐했다.
만약 자신이 팀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그라운드를 벗어나겠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드리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긴 했지만…… 크로스, 패스, 중거리 슛 위주의 플레이만으로도 충분해.’
오히려 어그로마저 끌었다.
멀찍이서 위협적인 패스, 슈팅이 구사되자 지근거리에 있던 두 명, 혹은 세 명의 선수까지 바짝 붙어 온 것이다.
그 덕에 레이 버드, 자밀 갤러해드 등에게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 몇 차례 제공됐다.
대길은 눈썹 끝을 홱 세웠다.
‘연장전에도 후반전처럼만 하면 돼.’
그러다 이를 악물고 한, 두 차례 적극적인 드리블 침투를 보이면 이탈리아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고로,
“뛸 겁니다.”
대길은 확고한 시선으로 말했다.
“스프레이 진통제 좀, 더 뿌려 주세요.”
* * *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쏴아아아-!
존나로 가투소는 주심이 휘슬을 분 지 몇십 초 만에 센터서클 부근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했다.
잉글랜드의 미드필더, 코너 갤리거가 단독 드리블 질주를 강행한 것이다.
발끝은 정확히 굴러가는 볼 끝을 건드렸다.
오오오오오!
아주리 군단은 감탄 어린 탄성을 내질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익!”
발밑에서 볼이 빠졌음을 인지한 갤리거가 두 걸음 주춤거리듯 앞섰다말고 급히 돌아서 강탈을 노렸다.
그러나,
퍼억-!
존나로는 등진 채 그 앞길을 막아 세웠다.
갤리거가 온몸으로 밀어내며 발을 욱여넣듯 스탠딩 태클을 뻗었으나 존나로는 뿌리박힌 나무처럼 버티고 섰다.
그러다 말고,
툭-!
우측 진영,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사이드 미드필더, 가에타노 로카델리에게 둔각패스를 구사.
짝짝짝짝짝!
아주리 군단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존나로의 입꼬리는 씰룩, 씰룩거렸다.
3년 전과 비교해 봐도 자신의 패스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으니까.
암만 노력해도 발밑 슈팅 능력에 있어 미비한 발전밖에 이루지 못하는 레이와는 천지 차이였다.
‘그 멍청이와 난 성장 속도부터가 다르지!’
물론 존나로의 패스 실력은 겨우 평범한 수준으로 올라왔을 뿐이다.
채 몇 초 되지 않아선 두 눈에 힘을 팍 주었다.
툭-!
제게 패스를 받아 보다 속도를 드높였던 로카델리가 이내 상대 레프트백 잭 오스카에게 봉쇄당한 것이다.
뻐엉-!
해설진은 크게 외쳤다.
존나로는 급히 뒷걸음질 쳤다.
고개는 홱 돌아갔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그라운드를 가로지른 볼이 정확히,
툭-!
반대편 하프라인을 막 넘어선 대길의 발아래 떨어졌으니까.
‘좋아!’
투웅-!
존나로는 비장한 표정으로 급히 대길을 향해 뛰어갔다.
녀석이 후반전 부상 이후 장거리 패스, 슈팅 위주의 플레이를 구사함을 잘 알았다.
그러니 진즉부터 바짝 붙어 압박할 계획이었다.
쉬이 정교한 슈팅, 패스를 구사하지 못하도록.
“나머지는 내려앉아!”
힘차게 내디디면서 수비 조율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마테오! 넌 레이 버드를! 페데리코! 넌 자밀 갤러해드를 견제해!”
“프란체스코! 내려앉아서 사이드 진영을 지켜! 누구도 파고들지 못하게!”
경기 내내 보았다.
대길이 볼을 잡는 순간 그들은 어떡해서든 박스 안으로 몸부터 던지고 들었다.
수읽기에 능한 존나로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서 이내 대길과 두 걸음 앞까지 접근했다.
“어깨가 시큰거려 죽겠지?”
존나로는 씨익 웃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섣부르게 태클을 뻗지도 않았다.
뻗는 순간……,
‘날 얼릴 거야.’
자존심이 팍 상했으나 대길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설령 어깨 부상을 당한 녀석이라도.
“냅다 들이받지, 왜 망설여?”
대길은 오른발, 왼발 인스텝, 아웃스텝으로 볼을 툭툭, 천천히 전진시키며 도발을 걸었다.
존나로는 오직 볼만을 응시했다.
상체 페인팅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였다.
‘결국 녀석이 내 배후를 침투해도 볼만 내보내지 않으면 돼.’
두 사람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대길은 볼을 천천히 굴리며 헛다리 짚기를 시전했다.
존나로는 끊임없이 발을 굴리며 뒷걸음질 쳤다.
무게중심은 최대한 낮췄다.
언제든 제 좌측, 우측을 봉쇄할 목적으로.
그러다 한순간,
툭, 탓!
대길이 우측 바깥으로 볼을 차는 척, 채 0.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갑자기 인사이드로 방향을 틀었다.
볼이 발에 딱 달라붙는 플립 플랩이었다.
“어딜!”
이때다 싶어 존나로는 상체를 우측으로 급히 틀었다.
오른 다리는 힘껏 내질렀다.
쏴아아-!
아니, 반쯤 내질렀다말고 급히 반대 방향으로 주저앉듯, 왼 다리를 안으로 굽힌 채 좁혔다.
대길이 플립 플랩으로 치고 나가는 척, 존나로의 열린 가랑이 사이로 넛 메그를 먹이려 했기 때문이다.
툭-!
타앗-!
인터셉트에 성공한 존나로는 우쭐할 새도 없이 중심이 뭉개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와중에도 피치를 쓸 듯이 발을 휘둘러 볼을 툭! 후방으로 물렸다.
대길의 수를 읽어 버린 존나로에 해설진은 격정적이게 외쳤다.
대길은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씨부럴.”
이후로도 두 사람은 치열한 1대1 경합을 벌였다.
일단 대길이 볼을 잡으면 존나로가 맨 투 맨으로 즉시 전환해 붙었다.
마치 옛날 맨유 소속이던 박지송이 AC 밀란의 핵심, 안드래아 피를로를 찰거머리처럼 괴롭혔듯이 말이다.
물론 경합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승리는 없었다.
툭, 탓!
타아앙-!
대길은 어깨 통증이 있는 와중에도 존나로를 상대론 현란한 드리블을 구사했다.
직후 배후를 털면 어김없이 문전으로 파이널 패스를 시도.
“으아아아아!”
뚝배기에 있어 정점을 찍은 레이 버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박스 안으로 몸을 던졌다.
헤나투 도베르만이 사라지면서 레이의 제공권 능력은 보다 살아났다.
지금도,
타앙-!
수비수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낙하한 볼을 레이가 먼저 이마로 때려 맞혔다.
츠윽-!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비켜 나가자 삼사자 군단은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 * *
연장전 13분.
퍼억-!
툭-!
존나로는 우측 하프에서 스탠딩 태클로 볼을 빼앗자마자 뒤쪽으로 백패스를 구사했다.
이어,
뻐엉-!
헤나투 도베르만만큼은 아니나 로빙패스 능력이 출중한 센터백이 긴 롱볼을 차올렸다.
때마침 이탈리아의 두 젊은 공격수들이 발 빠르게 침투.
애석하게도……,
삐이이이이-!
고작 1분 뒤엔 대길이 다시 한번 경합 과정에서 볼을 따냈다.
뻐어어엉-!
이번엔 페널티 아크까지 볼을 몰고 가다 말고 기습적인 중거리포를 구사했다.
오우우우우우-!
아슬아슬하게 좌측 파 포스트를 비켜나간 슈팅에 아주리 군단은 머리를 감싸 쥐며 기겁했다.
전체적으로 찬스는 대길과 존나로의 경합 직후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즉, 두 사람이 양 팀의 핵심이자 승리의 키라는 소리.
해설진은 끊임없이 부딪치는 두 선수를 보며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
툭, 퍼억!
툭, 탓!
퍽-!
한 번은 대길이 불시에 박스 안으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침투해 들었다.
그 순간,
쏴아아아아아-!
투욱-!
바짝 쫓아간 존나로는 박스 안에서조차 슬라이딩 태클을 망설임 없이 구사했다.
해설진은 외쳤다.
* * *
연장전 전반전은 득점 없이 마무리되었다.
주심은 재량껏, 선수들이 코트를 옮기는 동안 약 3분여의 휴식시간을 부여했다.
툭, 툭.
쏴아아아아아아-!
한두 방울 내리던 빗방울은 그새 거세져 필드를 빠르게 적셨다.
“후우, 후우, 후우우!”
연장전에 접어든 만큼 이제 존나로의 체력도 크게 소진했다.
하지만,
씰룩, 씰룩!
입꼬리는 자꾸만 꿈틀거렸다.
‘이대로만 한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대길을 상대로도 자신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비록 상대가 부상 중이라 할지라도 월드클래스 중의 월드클래스!
다친들, 어지간한 월드클래스는 평범한 선수로 만들어 내는 선수가 바로 대끼리였다.
그리고 지금,
“하아, 하아, 하아……!”
존나로의 눈에 선명히 드리웠다.
부상을 당한 탓에 체력이 더욱 깎여나간 듯한 대길의 힘겨운 모습이.
얼굴은 하얗게 질렸으며 벌어진 잇새는 닫힐 새가 없었다.
중간중간 우측 어깨를 감싸는 것을 보니 고통이 더욱 크게 퍼진 듯 보였다.
‘만신창이야.’
완벽한 상태로 붙고 싶었으나 뭐, 그게 아니어도 불만족스럽진 않았다.
힐끗.
단상 위에 굳건히 놓인 월드컵 우승컵을 보자니 그새 열망이 화르륵 피어올랐으니.
솔직히 말해 오늘이 아니면 잉글랜드, 아니, 대끼리를 상대로 저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으로.
고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
* * *
연장전 후반 10분.
퍼억-!
삐이이이!
“제기랄.”
존나로는 짧게 투덜거렸다.
미간은 어느 때보다 움푹 파였다.
대길이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상대 차징에 넘어지며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직후 존나로는 불안함을 느꼈다.
하필 해당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