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ld grows up to be the devil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월드컵 결승전 (8)
연장전 후반 10분 맞이한 잉글랜드의 프리킥 찬스.
“골! 골! 골! 골!”
관중석에 자리한 삼사자 군단들이 단체로 일어나 소리쳤다.
반대로 아주리 군단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은 비가 오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은 죄다 네가 찰 거라 생각하는데…… 페이크를 줘보는 게 어떨까?”
22m 이격 된 거리.
정지한 볼 앞에서 레이 버드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얼굴도 세차게 쏟아지는 빗물에 흠뻑 젖었다.
“알잖아. 나 우리 아버지 통해서 프리킥 연습 무지 많이 했다고.”
대길은 이번엔 볼 앞에서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후우우-!”
길게 숨을 내쉬고는 수비벽, 그리고 골키퍼의 위치 등을 빠르게 눈으로 확인했다.
레이 버드는 옆에서 자꾸만 속닥였다.
“내가 좀 특이하더라니까. 가까이서 때리는 슛은 못 넣던데 오히려 먼 거리는 잘 때려. 그리고 쉬운 슛도 못 넣는데 가끔 어려운 슛은 잘 넣고.”
이 중요한 순간에, 레이는 프리킥 욕심이 났던 모양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최근 레이는 변태 스트라이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쉬운 찬스는 죄다 놓치면서 어려운 찬스는 요상하게 살려낸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하지만,
“안 돼, 레이.”
대길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헤더라면 모를까.
레이의 슈팅력은 아직 믿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프리킥 찬스는 더더욱.
그 순간에도 이탈리아는 수비벽을 보강했다.
선수 중 한 명이 수비벽 뒤로 다가가 옆으로 드러누운 것이다.
수비벽이 점프했을 때, 땅볼로 향하는 볼을 차단할 속셈이었다.
‘일단 땅볼 코스는 제외.’
대길은 아쉬움 가득한 레이를 향해 덧붙였다.
“넌 박스 안으로 침투할 모션을 취해. 네가 녀석들 부근에 위치해서 찬스를 노리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이 되니까.”
“오오, 그, 그렇지!”
레이의 입꼬리가 대번에 우쭐하니 끌어 올라갔다.
굳이 다음 말을 잇지 않아도 그는 헐레벌떡 에어리어 끝자락으로 뛰어갔다.
그곳엔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킨 채 힘겨루기에 한창이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하여.
그 사이에서도 확실히, 레이 버드는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거인 다 됐네, 저놈.’
존재 자체만으로 듬직해 보였다.
일부 키 작은 선수들은 레이의 가세에 긴장한 티가 확 났다.
어깨로 툭툭 밀어내도 전혀 밀리지 않았으니까.
‘레이에게 기습적인 로빙패스를 차올리는 것도 옵션 중 하나야.’
대길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 예리해졌다.
연장전 후반 10분.
남은 시간은 5분.
추가시간까지 부여되면 8분 여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찬스를 살리게 되면 스코어는 4 : 3.
잉글랜드가 한 점을 더 앞서나가며 우승에 가까워지게 된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탈리아는 조급하게 공격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될 터.
‘그럼 우린 수비적으로 보다 내려앉아서 역습 카운터만 노리면 돼. 리스크 큰 공격을 최소화하는 거야.’
즉, 시간을 끌어버릴 계획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다.
여러모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해.’
삐이이이이이-!
때마침, 주심의 프리킥 휘슬이 울렸다.
일순, 대길은 맹금류처럼 두 눈을 번뜩였다.
그 날카로운 시선의 끝은 이내 수비벽 우측 끝, 두 선수의 머리 사이 협소한 공간에 닿았다.
그리고,
“후우-!”
대길은 짧은 숨을 토해냄과 함께 힘차게 달음박질쳤다.
뻐엉-!
이어 평소보다 더 강하게 왼발 아웃프런트로 볼을 감아 찼다.
발등 외측을 맞은 볼은 빗물을 발산하듯 사방에 퍼뜨리며 삽시간에 치솟았다.
* * *
아주리 군단들은 간절히 바랐다.
제발, 잉글랜드가 이 프리킥 찬스에 실패하기를.
일부는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었으니 제대로 된 슈팅조차 구사할 수 없으리라 못 박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촤락-!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던 잉글랜드 해설진은 그만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치솟은 볼은 수비벽 좌측 바깥으로 향하다 말고 돌연 크게 휘어져 우측 끝, 정확히 두 선수 머리 사이를 통과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직후, 볼이 한 번 더 휘어져 좌측 파 포스트 중앙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마치 역S자를 그린 궤적에 골키퍼 돈나롬마는 제 자리에 서서 허망하게 바라보는 게 최선이었다.
“예스으으으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포채티노는 불끈 쥔 주먹을 허공흥 향해 힘껏 내질렀다.
“교체 안 하길 잘했네요!”
해수스 패레즈는 언제 대길의 상태를 걱정했냐며 팔짝 뛰며 기뻐했다.
벤치에 앉아있던 스태프, 동료들까지 벌떡 일어나 박수 갈채와 포효를 내지르는 순간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 종료 5분여를 앞두고 터진 득점에 삼사자 군단들은 그새 승리에 취한 얼굴로 함성을 내질렀다.
득점에 성공한 대길은 그 즉시 코너 플래그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왼손을 들어 함성 세레머니를 유도하며 말이다.
그 뒤를 레이 버드, 자밀 갤러해드 등이 줄지어 따랐다.
“대끼리이이이이!”
“미쳤어, 방금 꺼 미쳤다고오오!”
각국 해설진은 감탄에 또 감탄을 연발했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해설진까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 *
연장전 후반 14분.
“뛰어! 뛰란 말이야!”
존나로 가투소는 동료들을 향해 거듭 외쳤다.
얼굴은 하얗게 질린 지 오래다.
체력은 이미 연장전 전반에 모두 소진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두 다리가 덜덜 떨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존나로는 멈출 수 없었다.
“한 골이야! 한 골만 넣으면 돼!”
그는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열정을 쏟았다.
“모두 정신 차려! 모두 집중해! 남은 체력! 아니 없는 체력까지 짜내자!”
“토악질하고 싶으면 토악질해! 그러고도 뛰어! 경기가 종료된 후에 주저앉아 패잔병처럼 울기 싫으면!”
이렇게라도 동료들을 자극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한 골이야……!’
스코어 4 : 3이다.
정말 한 골만 넣는다면 이 판을 뒤집을 수 있었다.
이제 역전 골을 바라진 않았다.
그저 동점 골.
직후 승부차기를 원했다.
어느덧 연장전 후반전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대기심은 추가시간 판을 들어 올렸다.
추가시간 5분.
털썩!
결국 버티지 못한 한 명이 왼쪽 다리에 쥐가 나며 쓰러졌다.
아주리 군단으로 가득 찬 관중석에서도 침묵이 내려앉았다.
일부는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졌다.
그때, 존나로는 힘차게 조르조 알렉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어 그의 왼쪽 다리를 쭉 편 채 들어 올려 발등을 최대한 앞으로 밀었다.
근수축을 풀어주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알렉스는 채 몇십 초가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알렉스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1초도 아까운 시간에 쓰러져버렸으니.
“미안해, 하필 이 순간에…….”
“괜찮아, 조르조. 1분이 남았대도 우린 찬스를 제대로 살리기만 하면 돼.”
존나로는 그런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남은 시간 3분.
한편으로 존나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들끓던 승리욕이 갉아 먹히듯 사그라듦을 느꼈다.
‘이길 수 없는 건가…….’
역전 골을 허용한 직후 잉글랜드는 나인 백을 가동했다.
내려앉아서 좀체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듯 일부러 아군 지역까지 볼을 물리며 라인을 끌어내려 했으나…… 자기들의 진영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찬스가 나오지 않잖아.’
역습에 가담하는 선수는 오직 대끼리 한 명.
그 한 명만으로 이탈리아는 흔들리고 있었다.
워낙 스피드가 출중한 탓에 번번이 라인이 뚫린 것이다.
그를 제외한 레이 버드까지 박스 안에서 이탈리아가 차올리는 슈팅을 죄다 헤더로 걷어내고 있기까지.
추가시간 종료까지 약 2분.
뻐어어어엉-!
촤라아아악-!
누구도 예상치 못한 득점이 터졌다.
자그마치 30m 바깥에서, 조금 전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던 조르조 알렉스가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득점을 뽑아낸 것이다.
“우오오오오오!”
그 순간 존나로 가투소는 팔짝 뛰며 기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감독, 벤치에 자리한 선수들까지 팔짝 뛰어오르며 기쁨을 표출했다.
언제 눈시울을 붉혔냐며 아주리 군단은 세찬 파도처럼 들썩였다.
“됐다, 됐어어어!”
존나로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확신했다.
이대로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으리라!
그새 꺼져갔던 승리에 대한 불씨는 화르륵 불타올랐다.
‘이길 수 있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 * *
퍼억-!
쿠당탕!
삐이이이이이이-!
존나로는 미간을 구깃거렸다.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또 한 차례 프리킥을 허용해 버렸으니까.
피파울을 끌어낸 선수는 역시나 대길이다.
전진하는 척, 상체 페인팅을 연속해서 주다 아군이 그만 대길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가격한 것이다.
‘저 자식…….’
좋지 않은 위치이면서 좋지 않은 시간대였다.
이제 추가시간도 모두 지났다.
즉, 잉글랜드의 이번 공격으로 연장전은 끝난다는 소리.
이대로 득점 없이 경기가 종료된다면 승부차기로 이어지겠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풀백 한 명을 제외하고서 잉글랜드 선수들이 모두 박스 안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키커는 조금 전, 아크로바틱한 프리킥 골을 기록한 강 대길.
“…….”
불길했다.
그래도 존나로는 레이 버드를 전담하며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외쳤다.
“이것만 막으면 돼! 이 순간만 지나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그 외침에 동조하듯 동료들은 보다 억세게 잉글랜드 선수 개개인을 밀착 마크했다.
점프를 시도하는 것, 배후를 파고드는 것조차 허용치 않겠다는 듯이 살을 부대껴가며.
그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고자 아주리 군단은 응원가를 열창했다.
물론 삼사자 군단도 누구 하나 앉아있는 이 없이 단체로 기립해 응원가를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오오! 삼사자! 우리는 잉글랜드!
축구를 제패하기 위해 우리가 태어났지!
오오! 삼사자! 우리는 잉글랜드!’
그 순간 대길은 코와 벌어진 잇새로 긴 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삐이이이이이이-!
다시 한번 주심의 프리킥 휘슬이 울렸다.
뻐어엉-!
대길은 이번엔 왼발이 아닌 오른발을 짧게 휘둘렀다.
레이 버드가 바짝 붙은 존나로를 어깨로 튕기며 박스 안으로 뛰쳐나간 것도 그때다.
툭!
촤락-!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