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69)
제369화
피이이잉! 피이잉!
평범한 장침, 그리고 표창과 단도였다.
신출내기 기사도 쳐낼 수 있을 만큼,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무기들.
“우습지도 않은 짓거리를!”
카카캉!
리차드의 검이 세 개의 암기를 일수에 걷어낸다.
걷어내는 과정에서 암기들이 서로 부딪쳤고.
그러자,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암기들로 변모한다.
콰아아아아앙!
“!”
막대한 폭발력이 대기를 흔들고, 그 흔들림에 독연(毒煙)의 움직임이 예상과 달리 뒤바뀐다.
쉬이이이이잉!
독연에 채 대응하기도 전에 다리 하나가 자신의 어깻죽지를 내려찍는다.
다리의 뒤편, 날카로운 칼날이 회전하며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저 다리에 무방비하게 부딪친다면, 아무리 리차드라고 해도 그저 타박상이나 골절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따위 장난질이, 나에게 통할 것 같은가!”
키이이이잉!
내려찍는 미미의 다리를 검면으로 막아선 채 검으로 흘려내 방향을 바꾼다.
거친 기세를 품은 미미의 다리가 그대로 네네의 얼굴을 향하던 그 순간.
덜컥!
“!”
검이 갑자기 빨라지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리차드가 검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옥좌의 힘을 얻은 리차드라 하더라도.
사람의 다리가 도마뱀 꼬리처럼 갑작스럽게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도마뱀처럼 다리를 떨어뜨린 미미가 그대로 칼날이 튀어나온 손바닥을 리차드의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흥!”
리차드가 당황한 것은 그야말로 찰나였을 뿐이다.
곧장 냉정을 되찾은 리차드가 어깨의 갑옷을 이용하여 미미의 손칼을 흘려낸 후 반격하려던 그 순간.
휘이익!
어느새 땅에 떨어진 미미의 다리를 주워 든 네네가 리차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통하지 않는다!”
인상을 찌푸린 리차드가 미미의 다리를 튕겨냈다.
…욱신!
다리를 튕겨낸 그 순간.
튕겨낸 팔꿈치 부근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독.
미미의 다리를 주워서 던진 네네가 그 짧은 순간 독을 묻힌 것이다.
까드득!
“버러지 주제에 잔재주를…!”
리차드의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
자신의 공격에 당해 꼴사납게 곳곳에 처박혀 있던 세 명의 버러지들은 어느새 침입자들이 수습했는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롤랑, 이 병신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계집과 놀고 있는 건가.
리차드는 이번 일만 끝나면 폐하께 말씀드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롤랑을 성기사단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리라 다짐했다.
아무리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까지 계집과 노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머저리를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런 리차드의 생각을 알았다면 롤랑은 억울함에 미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미샤와 장난치려던 생각을 버린 지 이미 오래였으니까.
다만, 롤랑이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 전심전력으로 미샤와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을 리차드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따위 버러지에게 더 이상 시간을 들일 수는 없다.’
비록 자신에게 당한 세 사람이었지만, 부단장 정도와는 능히 자웅을 겨루고도 남을 강자들이었다.
몸을 회복하고 다시 전장에 나타난다면, 다른 기사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되리라.
‘…쓸모없는 것들이지만, 폐하의 손과 발이다. 쓰레기처럼 버릴 수는 없지.’
카아아아아앙!
판단을 마친 리차드가 성가시게 들러붙는 미미와 네네를 거세게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스으윽!
자세를 고쳐 잡으며 리차드가 말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리차드는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이 인형들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은, 지금 이 짧은 순간의 시간으로는 불가능했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오랫동안 주어진다고 해도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만큼 이 인형들의 움직임이나 무기는 기상천외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이 인형들이 변칙적인 공격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들을 움직이는 주체는 살라딘이다.
즉, 살라딘만 처리한다면 더 이상 이 성가신 인형들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타아아앗!
그야말로 한달음에 살라딘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리차드.
‘보고에 따르면, 분명 인형을 내려놓고 실을 사용해 북령을 잡았다 했었지.’
군도의 패자 중 하나인 북령 파르달을 쓰러뜨렸다던, 괴뢰 살라딘이 가진 비장의 한 수.
지금까지 합공을 하며 유일하게 자신에게 선보이지 않았던 기술이니, 인형들과 거리가 벌어진 지금 살라딘이 꺼내 들 기술은 뻔했다.
이미 그에 대한 대처는 판단을 끝내둔 상황이었다.
“그 잔망스러운 목. 여기서 걷어가도록 하지.”
쾌애애애애액!
리차드의 검이 우악스럽게 공기를 가르며 살라딘의 목을 노려갔다.
치리리리릿!
역시나.
예상대로 살라딘의 왼손이 움직이며 리차드의 검을 휘감았다.
퍼어어어억!
미련 없이 검의 공격을 멈춘 채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무릎을 사용해 살라딘의 명치를 내리찍었다.
뿌드드드득!
“…커헉!”
퉁, 퉁, 퉁!
갈비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살라딘이 피화살을 뿜으며 튕겨 나갔다.
저벅, 저벅!
검에 휘감긴 살라딘의 실을 툭툭 털어내며 리차드가 살라딘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네놈 홀로 심심하게 떠나보내지는 않을 테니.”
감히 제국의 성스러운 황도를 흙발로 더럽힌 자들이다.
단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도륙을 내줄 것이다.
“흐…흐흐….”
살라딘은 입 밖으로 울컥울컥 핏물을 토해 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고통과 두려움에 실성이라도 한 것인가.’
“제롬이… 말…해준 게, 있지. 너희 제…국인들은… 오만함이… 기본값이라, 고….”
“……?”
무슨 개소리인가.
더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살아서.
“웃기는 소리군. 제국은 만세불멸하는 영광의 나라다. 그런 우리에게 있어서, 오만함이란 조금의 흠도 아닌 것을.”
저벅, 저벅!
살라딘의 말을 무시하며 리차드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끝난 싸움을, 계속해서 질질 끌 필요는 없었으니까.
“바로, 그게.”
그런 리차드를 향해, 살라딘이 또렷하게 말을 내뱉었다.
“네가, 지금 죽는 이유다.”
덜커덕!
“!”
후방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인형들의 기척을 느끼며 리차드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파각!
하지만 기습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검 끝에 닿기도 전에 산산조각으로 분해된 미미와 네네의 부품들이 리차드를 꽁꽁 둘러쌌다.
“이게 뭐야!”
트득, 트득!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공격에 당황한 리차드가 본능적으로 몸을 감싼 인형들의 부품을 뜯어내려 했지만, 이미 완벽하게 갑옷처럼 장착된 부품들은 당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내 인생의 보물이다. 네 길동무로 선물, 해주기에는. 아깝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살라딘의 오른손이 올라간다.
그 손의 실들은, 리차드의 몸을 둘러싼 미미와 네네에게서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친우, 를 위해서라면. 그녀들도, 이해해 주겠지.”
부우우우우우우!
자신을 둘러싼 인형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걸까.
“자, 잠깐!”
리차드가 다급한 목소리로 살라딘을 만류하려 했지만.
“잠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살라딘이 리차드의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었다.
…딱!
살라딘의 손가락이 힘없이 튕김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리차드의 몸을 둘러싼 미미와 네네가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 * *
터엉, 텅, 텅, 텅!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살라딘의 몸이 터진 밀가루 포대처럼 힘없이 튕겨져 나가 나뒹굴었다.
“끄으으으윽… 살, 아 있나…?”
옥좌에 오른 무인의 힘을 가졌던 리차드였다.
그런 그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린 폭발이었으니, 비록 주변이었다고는 하지만 살라딘이라고 멀쩡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래도. 이 정도면… 싸게, 먹히긴 했군….”
살라딘이 흐리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댔다.
결코 쓰고 싶지 않았던 기술, 이었지만 말이다.
무려 제국의 심장부로 침투하는 임무였다.
살라딘이라고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아니.
사실 살라딘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한 수를 준비해왔다.
제롬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살라딘은 언제나 자신의 힘에 부칠 만큼 강한 적들을 조우했었다.
후회는 없었다.
그 덕분에, 제롬과 만나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가슴 한편에 자리한 불안감은 그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대한 적을 마주한다면.
그리고 자신의 패배가, 제롬의 꿈과 그림에 결정적인 방해가 된다면.
자신으로 인해, 평생 처음으로 만난 친우(親友)의 뜻이 좌절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매번 임무가 끝날 때마다 과도하다 싶을 만큼 제롬에게 귀한 물건들을 뜯어냈다.
보상이라는 명목하에.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그동안 미미와 네네의 몸 안에 쌓아왔던, 모든 축적한 기운을 담은 코어를 일순간에 터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괴뢰라는 이종의 힘을 다루는 인형술사, 살라딘이 만들어낸 대옥좌용 결전 비기.
자폭기, 새크리파이스(sacrifice).
툭, 투둑!
폭발에 휘말려 하늘 위로 치솟았던 파편 하나가 땅에 떨어진 채 굴러와, 살라딘의 얼굴을 간지럽힌다.
…스윽!
피투성이가 된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파편을 들어 보았다.
붉은색 옷감이 녹은 채 들러붙어 있는 파편.
…네네의, 조각이었다.
…툭!
살라딘이 힘없이 팔을 떨어뜨리며 다시금 하늘을 바라보았다.
투둑, 투둑!
흐리게 물든 하늘은, 살라딘의 심정을 이해하기라도 하듯이 때마침 비를 내려 살라딘의 몸에서 흘러나온 핏물들을 씻어주기 시작했다.
“…미미, 네네. 그동안. 정말로, 고마웠어.”
평상시 반파되었던 경우와는 달랐다.
코어가 완전히 소멸한 이상, 더 이상 미미와 네네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능력이 모자란 주인을 만난 탓에, 더 함께하지 못하고 그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벗을 위한 선택이었다.
미미와 네네에게 인격이 있었다면, 분명 자신에게 이리 말해주었을 것이다.
-잘하셨어요, 우리의 주인이시여, 라고 말이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하나둘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차 굵어져 어느새 폭우로 뒤바뀌었다.
빗물이 닿으며 흘러내리는 물줄기 사이로, 살라딘의 눈가에서 따듯한 한 줄기 빗물이 흘러내렸다.
“…지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테야.”
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랑한 여인들을 떠나보내며 선택한 일이었다.
만약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친구고 뭐고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 *
쿠우우우우우우우!
곡도에 내려앉은 대제가 선보이는 압도적인 패기(覇氣).
주변의 대기가 일그러져 보일 정도로 파괴적인 기운은 그 무엇도 자신의 위에 올라서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이 오연하고, 또한 패도적이었다.
과연.
‘유아독존. 이라….’
실로, 이바렐라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심상기이지 않은가.
대륙 아래, 나 홀로 고고히 존귀할 따름이니.
그 무엇도 나의 위에 존재할 수 없고, 나의 의지에 따라 세상을 뒤바꿀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스으윽!
그녀의 뒤에 강림한 대제(大帝)의 환영이, 오연하게 검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큐우우웃!
가볍게 검을 내리긋는다.
콰드드드드드득!
그 가벼운 움직임과 달리, 뒤따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바렐라의 기운을 담은 검격에 거대한 어전이 반으로 갈라진다.
투두둑! 투둑, 쿠웅!
어전의 천장에 조각되어 있던 멋들어진 장식품들과 예술품들이 부서져 내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반으로 갈라지던 어전이, 어느 한 부분을 기점으로 양 갈래로 분리되어 어전을 갈랐다.
제롬이 팔을 교차한 채 이바렐라의 검격을 막아서며,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제롬의 뒤에도 지금껏 그와 함께 수많은 적들을 쓰러뜨려온 황금빛의 철탑거인이 떠올라 있었다.
선황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위에 올라 대륙을 노리는 이바렐라의 심상기, 유아독존(唯我獨尊).
그리고 연맹의 존속을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대륙을 지키려는 제롬의 심상기, 국사무쌍(國士無雙).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심상기는 마치 거울의 이면처럼 비슷했다.
홀로 존귀한 이가 되어 대륙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이바렐라의 심상.
나라의 가장 뛰어난 인재가 되어, 그런 이바렐라의 폭주를 막겠다는 제롬의 심상.
어쩌면, 이 둘의 충돌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몰랐다.
이바렐라 또한 같은 생각이었을까.
“하하하, 그게 남부의 철권이라 불리는 네가 가진 심상기인가 보지? 재밌네, 재밌어. 우연이라기에는 나와 너무 비슷해.”
쿠우우우우우우!
이바렐라에게서 흘러나온 거센 투기가 요동쳤다.
“좋아,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누가 옳은 길을 걷는지. 누구의 생각이 더 확고한지.”
제롬에게 외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이바렐라가 대제의 환영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과연 누구에게, 이 대륙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있는지 말이야!!”
황제, 이바렐라.
대륙의 운명을 결정지을, 과거로 돌아온 제롬의 마지막 싸움이.
마침내, 그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