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72)
제372화. 에필로그(Epilogue)
– 그리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2)
“끄으응… 왜 부르시는 거지. 어째 영 느낌이 좋지 않은데.”
오드라 궁의 조용한 후원.
살라딘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못했다.
종전 이후, 살라딘은 올리비아에서 방바닥만 열심히 긁어댔다.
마지막 순간에 리차드를 쓰러뜨리기 위해 살라딘이 펼친 자폭기, 새크리파이스.
살라딘의 모든 진력(盡力)을 다한 그 기술은 옥좌의 경지에 오른 리차드를 잡아낼 정도로 전율적인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그만한 힘을 대가 없이 펼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부서지면 보강하고, 또 보강하며 계속해서 미미와 네네를 연결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새크리파이스를 펼치고 난 이후, 살라딘은 더 이상 미미와 네네에게 교감을 할 수가 없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지. 상실감이 장난이 아니긴 했어, 음.’
하루 종일 인형만을 생각하던 이에게서 인형을 빼앗아갔으니, 자연스럽게 방바닥만 긁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던 중, 오드라 궁에서 살라딘에게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의 내용은 실로 간결했다.
-만나요.
세이라 반 이케니아.
“또 무슨 소리를 하시면서 놀리시려고….”
과연 어떻게 포문을 여시려나.
-꺄하하하하! 이제 실밖에 없으니까 실뜨기만 할 수 있겠네?
라던지.
-저기, 살라딘 공자. 울어요? 어머나, 세상에. 오라버니, 아바마마! 살라딘 공자 울어요, 울어! 오호호호호!
라던가.
“아니, 아니야. 어쩌면 똥만 싸는 기계라면서 멸시하실지도…?!”
“…저기, 뭔가 엄청나게 실례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 기분 탓인가요?”
중얼대던 살라딘의 혼잣말을 들은 것일까. 어느새 뒤에 나타난 세이라 공주의 고운 이마에는 한 가닥 혈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그 불편한 심사를 나타내듯이, 그녀의 지팡이에는 전격 마법이 맺힌 채 불길하게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고 말이다.
“엇, 공주님. 그…게 말입니다….”
“일단, 조금 야단 좀 맞고 얘기하도록 할까요?”
파지지지지직!
“으아아아악!”
후원에서 울려 퍼지는 벼락 소리에, 살라딘의 구슬픈 비명 소리는 아쉽게도 묻히고 말았다.
…달그락.
한바탕 폭풍이 지나고 찾아온, 조용한 후원의 티타임.
머리카락 끝이 구불구불하게 타버린 살라딘이 세이라 공주와 마주 앉은 채 쿠키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
“아니 왜 사람을 불러놓고 아무 말씀을….”
달칵!
살라딘의 꿍얼거림이 신호였던 걸까. 차와 쿠키를 즐기던 세이라 공주가 입가를 닦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살라딘 공자.”
“예, 옙.”
“우리, 만나봐요.”
“예…엡?”
나직한 목소리에 그렇지 못한 내용.
살라딘의 사고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 인형이랑만 놀던 사람이라 제가 한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나요? 만나보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로.”
“…그 정도 말도 이해 못 할 만큼 바보는 아닙니다. 한데 왜…?”
“궁금해요?”
스윽!
살라딘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세이라 공주는 오드라 궁의 후원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살라딘이 아무리 인형만 만지는 변태라도, 그걸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을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사박, 사박!
정원의 풀들이 내는 기분 좋은 촉감을 즐기며 걷던 중, 세이라 공주가 돌연 방향을 틀어 살라딘에게 다가와 손을 들어올렸다.
“…으히익!”
그 모습이 아주 익숙했던 탓일까. 살라딘이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아는 세이라 공주라면, 이렇게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곧잘 자신의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렸었으니까.
곧 엉덩이에서 느껴질 따끔한 감각을 예상하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지만, 살라딘에게 느껴지는 감각은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꼬옥!
긴장을 절로 풀어지게 만드는 꽃내음과 같은 향기가 살라딘의 코를 자극한다.
손을 들어올린 세이라 공주가 말없이 살라딘을 꼭 껴안은 것이다.
“…고, 공주님?”
“고생했어요, 살라딘.”
…이미 전해 들었다.
살라딘이, 소중한 인형을 잃은 상실감에 폐인처럼 시간만 보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이라 공주는 수없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살라딘을 위로해줄 수 있을지.
결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내가, 그의 상실감을 채워주자.
손상된 인형들이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아니 그 아픔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어떻게 말을 꺼낼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역시, 이게 제일 나을 것 같아.’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주는 울림이 더더욱 깊은 법이니까.
…스윽!
이윽고 살라딘과 떨어진 세이라 공주의 눈에,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살라딘의 모습이 들어왔다.
정말이지, 자신 같은 미인이 포옹을 해주었는데도 저런 어벙한 얼굴이라니.
‘뭐, 어떡하겠어.’
똑똑하고 이해심 많은 자신이 잘 보듬어주는 수밖에.
“공자는, 참 운이 좋아요.”
나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예?”
저 봐, 여전히 모르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원의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은 세이라가 혀를 내밀며 살라딘을 놀렸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다량의 투석기에서 쏘아낸 바윗덩이들이 견고한 성벽에 계속해서 부딪치며 성벽을 뒤흔들었다.
대륙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 성벽이 이렇게 공격을 받으리라고 과연 그 누가 생각했었을까.
“계속해서 밀어붙여! 지금이야말로 바로 제국의 영토를 정벌할 때다!”
“연맹의 큰 별이셨던, 연맹을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신 공작 각하들의 원수를 갚는 거다! 진격하라!”
병사들을 독려하는 수많은 외침.
그 가운데, 과연 진짜 진심은 무엇일까.
-와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런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는, 자신이 새로운 역사의 주역이라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으니까.
신성제국의 남하는 분명히 끝났다.
하지만, 그것이 곧 대륙의 모든 전쟁이 끝났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촤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기세 좋게 성벽을 오르던 병사의 머리 위로 펄펄 끓는 기름이 쏟아져 내린다.
피부를 태우는 기름의 온도에 병사는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와 함께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 참혹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릴 법도 했지만, 제국의 성벽을 바라보는 귀족들의 얼굴에 병사의 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의 얼굴을 가득 채우는 감정은, 다름 아닌 탐욕이었다.
“후후후! 제국의 강자들이 쓰러진 바로 지금, 이때야말로 영지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아니들 그렇소?”
“실로 옳은 말이오. 이는 타락한 제국을 정벌하여 바로 잡으라는 신의 뜻이건만. 이케니아 왕가도 그렇고, 다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소이다. 왕국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이런 역사에 다시 없을 호기를 놓치고 전쟁을 멈추다니. 영명하신 분들께서 하나 같이 시류를 읽지 못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오.”
거짓말이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앞선 전쟁에 나섰던 이들이 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면,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테니까.
그나마 솔직한(?) 한 귀족이 입을 열었다.
“하하하! 뭐, 그래도 그들이 나서지 않은 덕분에 우리가 차지할 제국의 영토가 더욱 늘어나게 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이런, 그게 또 그리 되나?”
“하하하하하!”
귀족들은 국적이 다양했다. 여러 왕국에서 제국의 땅을 노리고 진격을 시작한 탐욕스러운 귀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제국의 영토를 이미 집어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두 가지 사실이 있었다.
첫 번째. 아무리 제국의 강자들이 지난 전쟁에서 쓰러졌다 하더라도, 제국군은 기본적으로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강병들이다.
그들의 전투력은, 일개 약소 귀족들의 사병 따위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 이들이 간과한 결정적인 요소는 따로 있었다.
제국의 강자들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뿌드드드득!
귀족들과 대치하고 있는 성벽의 위.
화려한 성복을 갖추어 입은 젊은 남자는 마치 부서질 것처럼 이를 악물었다.
“이, 빌어먹을 연맹 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쓰레기 정리를 시켜?”
남자는 바로 서부 전선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돌아온 제국의 교황, 리비아 드 크루세이더였다.
영민한 그는 연맹측에서 북진을 시작한 병력과 부딪치자마자 눈치챌 수 있었다.
전선의 정면에 나섰던 정예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음을 말이다.
후방에서, 단지 제국을 상대로 모든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말만 듣고 제국의 역량조차 파악하지 않고 달려든 불나방들.
그것이 지금 밀고 들어온 군대의 실체였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연맹의 수뇌부는, 지금 진심으로 북진을 통해 제국의 영토를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 내부에서 곪아가던 종기를 도려낼 수단으로서, 제국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그 사실은 리비아로 하여금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제국은 언제나 고고해야만 했다.
제국은 언제나 모든 일들을 계획하는 나라이지, 다른 이들이 만들어둔 판 위에서 광대 짓을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게, 영원불멸의 시간 동안 찬란한 영광을 누려야만 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
리비아를 포함한 신성제국의 이들은, 연맹의 환부를 수술하기 위해 준비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빌어먹게도,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와 제국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응하지 않으면, 저 쓰레기들이 제국의 영토에 더러운 발을 디딜 테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번쩍!
리비아의 분노에 찬 신성마법이 전장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의 분노에 찬 괴성은, 연맹의 탐욕스러운 귀족들이 일소(一掃)할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어쩌면, 이 또한 전쟁을 일으킨 자로서 책임져야만 하는 숙명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오드라 궁의 어전.
이제는 율리우스에게 모든 업무를 미룬 채 은퇴나 다름없는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던 현왕, 호른 반 이케니아가 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구구, 오랜만에 왕관을 쓰려니 무겁구먼.”
“그러니 제가 알아서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괜히 직접 나와서 하신다고 하셔서….”
“이 자식이? 애비 아직 안 죽었다. 벌써부터 왕 노릇하려고?”
“뭐, 어차피 실질적인 왕 행세는 이미 제가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만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그러니까 아들아, 그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하다 하지 않았더냐.”
아들인 율리우스와 투닥거리면서도 호른 왕은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왕국을 넘어 이제는 명실공히 연맹 최고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남자의 승작식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제롬 폰 카르비어트 남작의 승작식이 말이다.
“그러면 준비를 좀 서두르시지요. 광장에 모여든 인파가 점점 늘어나서 슬슬 통제가 어려울 지경이랍니다.”
“에고, 내가 미쳤었지. 어쩌자고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수여식을 한다고 했을꼬?”
엄살을 피우는 호른 왕의 호소에도 율리우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라를 구한 영웅의 가장 영광된 순간을 귀족들만이 보게 할 수 없다 라고 주장하신 것은 아버님이셨습니다만.”
“끄응… 알겠다, 알겠어.”
그렇게 준비를 마친 호른 왕과 율리우스가 왕성 밖으로 향했다.
호른 왕의 늦장으로 인하여, 광장은 승작 준비로 인한 인원과 승작식을 구경나온 인파들이 뒤섞여 이미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미어터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롬의 승작식을 위해 깔린 카펫 위로는 그 누구도 다가가지 않았다.
저 붉은 카펫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카펫이 연결된 단상 위.
현왕 호른 반 이케니아가 자리에 착석하자, 카펫 옆으로 왕성의 로얄 나이트들이 일제히 도열하였다.
“지금부터!! 제롬 폰 카르비어트 남작의 승작식을 거행하겠다!!”
둥! 둥! 둥!
군악대의 북소리와 함께, 카펫의 끝에 제롬이 나타났다.
“남작은, 카펫을 걸어 왕국의 지존에게 다가오라!”
촤아앙!
제롬 폰 카르비어트의 발걸음이 떨어지기 직전. 양측으로 도열한 로얄 나이트들이 검을 교차하여 제롬에게 예를 표했다.
저벅, 저벅!
제롬은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호른 왕을 향해 걸어갔다.
“남작은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하라!”
스윽!
“그대는….”
정중히 무릎을 굽힌 제롬에게 호른 왕이 검집째 들어 올려 제롬의 양어깨와 머리에 가벼이 올려두며 질문을 던졌다.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과,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광장에 있는 그 누구 하나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고양되어 가고 있었다.
“…이로써 나, 호른 반 이케니아는 나라를 위해 분골쇄신한 영웅, 제롬 폰 카르비어트 남작이 백작으로 승작하였음을 온 왕국에 선포하는 바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호른 왕의 선포와 함께 제롬의 승작이 결정되자, 광장이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단지 함성뿐만이 아니었다.
짝짝짝짝짝!
그 함성 소리에 못지않은 열화와 같은 박수 소리가 광장을 뒤덮었다.
“이건…?”
제롬의 표정에 일견 당혹감이 깃들었다. 이 환호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받았던 것보다도 우렁찼으니까.
이번에 승작한 것은 제롬뿐만이 아니었다.
제롬의 아버지, 바쿠스 또한 공작으로 올라간 것이다.
나라의 유일한 공작이었던 브라움 공작이 전사하여, 그 자리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이는 바쿠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아버지의 승작 때도, 이런 함성은 듣지 못했건만.
“뭘 그리 놀라?”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살라딘이 제롬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전부, 네가 해낸 일들의 발자취에 따른 보상이야.”
“…….”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걸음걸이에는, 그 사람의 향기가 묻어난다고 했던가.
제롬은 이번 삶 속에서 자신의 향기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각을 느꼈지만, 애써 감정을 숨기며 살라딘에게 말했다.
“부마가 된 사람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걸, 뭐.”
“크, 크흠! 아니,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좀 됐네….”
쑥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르는 살라딘의 어깨를 제롬이 가볍게 토닥였다.
“잘해드려. 좋은 분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 인마.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자꾸 내 엉덩….”
“그만.”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아.
“아무튼, 혼인하는 날에 다시 보자고.”
성대한 승작식을 마친 제롬은 에디르네를 뒤로 하고, 며칠 후 올리비아로 돌아갔다.
돌아온 제롬을 수없이 많은 이들이 환대로 맞이했다.
“승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백작 각하!”
영지가 떠나가라는 듯이 우렁차게 인사를 건네는 블리자드 기사단과 단장, 베스킨.
“아니, 그러니까 이번 물건은 솔직히… 어라?”
“거, 젊은 양반이 더럽게 쪼잔하구먼. 나도 이번에는 절대 양보 못… 음?”
노인과 잘생긴 청년이 투닥거리다가 제롬을 발견하고는 축하를 건넨다.
“하하하, 축하하네! 제롬 백작!”
“이야, 이제는 진짜 대귀족이 되어버리셨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니 글쎄 이 영감님이….”
“뭐, 뭐? 영감?”
이제는 해적 태를 완전히 벗겨낸 머메이드 상단과 필라도르에서 직접 협상하러 온 미다스 후작.
“오셨습니까? 얼른 이것부터 결재 좀 해주십쇼. 서류가 실시간으로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공자는 눈치도 없어요? 각하께 승작 축하는 올려야지!! 백작 각하, 승작 축하드려요. 자, 그럼 이제 축하드렸으니. 이 서류 좀 빨리 결재해주시겠어요?”
올리비아를 위해 밤낮없이 불철주야 고생하며 영지를 관리해주는 제레미아와 드웨인.
그리고.
“왔어?”
“흘흘흘! 금방 돌아왔구만.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그새 이 올리비아가 그리워진 모양이야?”
이제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린, 스승 카르마와 사저 람팡.
‘…그래.’
지극히 평화롭고, 평범하디 평범한 광경들이었다.
과거, 왕국이 멸망하고 그토록 원하고, 또 원했던 광경들.
지켜냈다.
대륙에 숨은 강자나 야망을 품은 권력자는 해변의 모래처럼 많다.
이바렐라가 죽기 전 남겼던 말처럼, 어쩌면 새로운 위협들이 계속해서 생겨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제롬 역시도 과거에 걸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길이었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제롬 폰 카르비어트라는 남자는 지켜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말이다.
카르비어트 백작가의, 이케니아 왕국에 내려오는 왕국의 방패는.
바로 그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
펄럭!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망토를 나부끼며 제롬이 웃어보였다.
“다녀왔습니다, 모두들.”
비로소 모든 짐을 내려놓은 제롬의 미소는, 눈이 부실 만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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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독자님!
품바입니다.
제가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 드디어 완결이 났네요.
우선, 이런저런 감상을 말씀드리기 전에 부족함이 많았던 제 글을 좋게 봐주시며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처음으로 집필한 작품이라 부족함이 많았고, 스스로 좌절감도 많이 느꼈지만… 분에 넘치는 애정을 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2023년은 제게 있어서 많은 의미가 담긴 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사건들 때문에, 삶에 있어 아무런 행복도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길 잃은 미아처럼, 힘겨운 시간들로 채워져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 덕분에,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언제나 제가 힘낼 수 있게 해주신 건, 다름 아닌 독자님들이셨습니다.
에필로그의 소제목은, 독자님들로 하여금 힘을 얻은 제가 깨달은 바를 소설에 작게나마 녹여낸 것입니다.
힘든 순간은 언젠가 지나가고, 살다보면 또 다시 좋은 일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힘든 일을 마주하였을 때 독자님들과 만나는 행복한 경험이 찾아왔듯이 말이지요.
그렇게 저희 모두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하.
제가 독자님들로 하여금 힘든 순간을 극복해냈듯이, 제 부족한 작품이 독자님들의 일상에 잠깐의 즐거움으로 남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정들었던 제롬을 떠나보내고, 곧장 차기작을 구상하여 집필할 예정입니다.
빠른 시일을 약속드리기보다는, 더더욱 재미있는 작품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고 싶네요.
제 글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고, 늘 좋은 일만이 가득하시길 소망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년 2월의 어느 날,
품바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