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er’s Wise Revenge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이수호가 황급히 강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미국 탈환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팀원들도 모두 모여 있어. 근데 너는 어때? 왜 이렇게 연락이 늦었어?”
이수호는 걱정도 되고 묻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응. 안 그래도 의문의 빛줄기가 나타나서 이미 수색까지 해놓은 상황이야.”
“역시… 넌 이미 던전이구나?”
이수호의 예상이 맞았다.
“쪽지? 그게 뭔데?”
“잠깐… 그렇다는 건 우리와 함께 토벌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거야?”
“…뭐?”
이수호가 순간 놀란 반응을 보였다.
“흐음, 그거야 어렵진 않은데… 일단 알겠어.”
이수호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일단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에 강우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금 전에 말하던 목소리와는 사뭇 달라진 상태였다.
“도대체 어떤 곳인데 그래?”
“잠깐. 조, 종말…?”
순간 이수호의 말문이 막혔다.
“음… 어떤 뜻인지 알 거 같네. 근데 걱정하지 마. 어차피 여기에 모인 최정예 팀은 이미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몸조심하고 꼭 다시 만나자.”
“걱정 말고 너부터 신경 써.”
그렇게 강우와의 통화가 끝났다.
그런데도 이수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한동안 쳐다봤다.
강우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마음가짐부터 남달랐다.
그만큼 이번 던전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형, 대체 통화 내용이 뭐였길래, 표정이 그래요?”
옆에서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임해성이 물었다.
“아니, 그것보다 무사하대요?”
“무사해. 아직까지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해성아.”
이수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임해성을 불렀다.
“네?”
“마음 단단히 먹어. 이번 던전이 지구의 종말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던전이니까.”
“뭐라고요? 종말이요?”
“그래. 꼭 우리 손으로 세상을 지켜 내도록 하자.”
이수호의 말에 임해성의 표정도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임해성은 이수호의 지시를 받아, 즉시 최정예 팀을 한군데로 집결시켰다.
강우가 홀로 분투를 하고 있는 만큼, 더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런 사실들을 어떻게 자세히 아는 거지….’
이수호는 마치 강우가 이미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 * *
뉴욕에 새롭게 발생한 던전으로 인해 일주일째 뉴스가 시끌시끌했다.
보석의 행방도 공개되기 전, 갑자기 상황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주변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실관계야 어떻든 뉴욕에 발생한 최종 던전을 막아내야 했다.
그에 이수호는 최정예 팀을 이끌고 던전 앞에 도착했다.
팀원이 족히 몇백 명은 훌쩍 넘다 보니, 게이트를 완전히 둘러싸고도 남을 정도였다.
“후우….”
이수호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깊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이곳이 세상을 재앙에서 구해낼 마지막 던전이라 했기에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형, 준비 끝났습니다. 얼른 들어가시죠!”
반면 임해성은 긴장도 안 되는지, 오히려 의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수호도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그래, 들어가자.”
이수호가 가장 먼저 게이트를 통과하자, 그 뒤로 모든 팀원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게이트 너머의 넓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앞쪽을 확인해 보니, 강우가 말했던 얼음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저거군.”
이수호는 얼음 장벽 앞으로 갔다.
그리고 딱 눈높이에 붙여져 있는 종이를 떼어냈다.
아무래도 강우가 남겨놨다는 그 쪽지인 듯했다.
곧바로 쪽지에 적힌 내용까지 확인해봤다.
이수호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내릴수록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마치 PC게임 공략법이라도 적어놓은 듯, 던전에 대한 모든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아니…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마치 강우가 이 던전을 이미 와봤던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우를 다시 만나기 전까진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긴 어려웠다.
그랬기에 쪽지에 적힌 대로 우선 움직여볼 생각이었다.
그것의 시작은 앞에 보이는 갈림길 중, 왼쪽을 막아놓은 얼음 장벽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다들 이제부터 제가 지시하는 대로….”
그렇게 이수호를 필두로 최정예 팀의 던전 토벌도 시작될 수 있었다.
* * *
3일 뒤.
강우는 어느덧 오른쪽 갈림길에 있던 중간 보스를 처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 보스는 마티스를 적절히 자극한 덕분에,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 최정예 팀이 향한 왼쪽 갈림길에 있는 중간 보스만 잡아 준다면 보스 방의 문을 여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했다.
무엇보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싸움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삼켜버릴 놈이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야 이, 새끼야!]”
강우의 뒤에는 마티스가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마티스를 견제하기만 할 뿐, 별다른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다.
그를 제대로 이용 해먹을 곳은 보스 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지금은 마티스가 어떤 공격을 해와도 무조건 회피하기만 했다.
‘조금만 더….’
이제 보스 방까지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지름길이라 그런지 확실히 빠르긴 했다.
물론 전생에는 지름길도 몇 달은 걸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더 흐르고 드디어 보스 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보스 방의 문은 개방된 상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최정예 팀은 이곳이 처음이고 서툴렀기에 중간 보스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왼쪽 갈림길의 중간 보스는 비교적 초반 부분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우의 계산이 맞다면 지금쯤, 중간 보스를 만나 상대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곧 있으면….’
강우는 최정예 팀이 별다른 문제 없이 중간 보스를 처리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이 X발 새끼….]”
어느덧 마티스도 보스 방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보스 방? 딱 보니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도망 왔나 본데, 문이 닫혀있어서 어쩌나?]”
“[상관없어.]”
“[애써 태연한 척하지 마라.]”
“[태연한 척? 그것보다 네가 더 보스 방에 관심 있는 거 같은데?]”
강우가 마티스의 속마음을 대신 읽었다.
“[그래 뭐,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어. 무려 여섯 개의 보석을 박아넣고 생성된 던전인데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쯧쯧 역시나.]”
“[크흐흐… 어찌 됐든 나를 대신해서 지금까지 모든 보석을 모아줘서 고맙다. 그렇다면 마무리 지을 건 짓자고.]”
마티스는 걸림돌인 강우부터 제거할 참이었다.
“[마무리? 뭐가 그렇게 자신 있는 거냐?]”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넌 어차피 내 밑에 깔린 한낱 애송이에 불과하니까. 네까짓 게 감히 날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어리석군.]”
“[풉. 괜한 자존심하고는. 지금이라도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빈다면, 이 던전만큼은 조용히 빠져나가게 해주지. 그게 아니라면… 남은 건 죽음뿐이야. 선택해.]”
“[…….]”
강우는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정말 어리석긴.’
마티스는 아직도 강우가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우가 마력 30%를 증폭해주는 고대 반지를 끼기 전, 이미 미국 플레이어 협회가 엇나가며 랭킹 시스템 집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자신의 마력이 강우보다 몇천 정도는 더 높은 상태인 줄 알고 있었다.
‘쯧쯧.’
강우는 그저 한심할 뿐이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군. 그렇다면 슬슬 네 녀석을….]”
마티스가 말하던 그때, 갑자기 한쪽 편에서 상당량의 중압감이 느껴져 왔다.
둘은 동시에 그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성공했군.’
강우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최정예 팀이 중간 보스를 물리침과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보스 방의 문이 열렸다는 걸 말이다.
“[뭐, 뭐야….]”
마티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갑자기 보스 방의 문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최정예 팀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강우는 다음 작전을 실시했다.
곧장 빙결 능력으로 여러 개의 얼음 창을 만들어낸 뒤, 마티스를 향해 날렸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보스 방으로 뛰어갔다.
넋 놓고 있던 마티스는 자신에게 날카로운 얼음 창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몸을 검은 기운으로 뒤덮었다.
그러자 얼음 창이 아무렇지 않게 통과되어 뒤쪽의 벽에 박혔다.
“[어디서 감히…!]”
하지만 강우의 공격 목적은 타격이 아니었다.
일명 시간 끌기였다.
마티스는 부랴부랴 보스 방 안쪽으로 향하는 강우의 뒤를 따라갔다.
“[보스는 나의 것이다!!]”
절대 강우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뭐야… 이놈 어디 갔지….]”
하지만 보스 방에 들어왔음에도 강우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다.
대신 엄청난 녀석이 바로 앞에 떡하니 있었다.
강우를 급하게 따라 들어온 터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젠장….]”
녀석의 정체는 바로 이 던전의 주인이었다.
강우는 한쪽에 숨어서 마티스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당하네… 멍청하긴.’
이 모든 건 강우의 계획이었다.
마티스를 조급하게 만들어, 보스 방에 무지성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강우는 잽싸게 투명 망토를 사용함으로써 마티스를 함정에 빠트리게 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
이제 마티스는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 *
최종 던전을 지키는 보스 몬스터.
강우는 전생에 이 녀석을 처음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려 머리통이 여섯 개나 달린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껏 토벌한 여섯 개의 S+등급 던전에 나타났던 드래곤을 모두 합쳐놨다는 걸 말이다.
이론상으로 6배는 강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각각 머리마다 속성이 달랐다.
불, 얼음, 대지, 번개, 빛, 어둠.
상황에 맞춰 속성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다만 이런 녀석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모든 속성을 동시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지금껏 토벌해온 모든 드래곤들의 약점이나 공략법을 알고 있다면 비교적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강력함은 물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속성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X발!]”
최종 드래곤은 마티스를 주시했다.
그러더니 여섯 개의 머리통에서 각각 포효를 시작했다.
전투를 시작한다는 총성과도 같았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강우는 마티스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며, 떠오른 게 있었다.
최종 드래곤의 어그로는 처음 대상이 됐던 자가 죽기 전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걸 말이다.
그 말은 즉, 마티스가 죽지 않는 이상 강우에게 어그로가 옮겨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보스 방으로 마티스를 끌어들인 뒤, 자신은 곧바로 투명 망토를 쓰고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그리고….’
강우의 머릿속에서 기억 하나가 끄집어내 졌다.
지금 마티스가 처한 상황을 자신도 비슷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해당 사실을 몰랐기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못하지만, 다음 행동이 가관이었다.
추후 그 사실을 알아낸 마티스는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용하기만 했다.
지금 강우가 숨은 것처럼 불리한 상황일 때마다 전장을 이탈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강우는 혼자서 분투해야 했다.
그에 몇 번이고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보스 방에 도달하기 전, 모든 팀원이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강우가 공략법을 알고 있으니, 비교적 쉽게 여기까지 왔지만 처음 공략을 시작할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래서 보스 방까지 오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던 기억이 있었다.
‘그럼 어디 구경이나 해볼까나.’
강우는 마티스가 최종 드래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차하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다.
보스 방에 들어오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타임 어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강우가 던전 입구에서 봤던 쪽지에도 나온 것이었다.
그중 ‘토벌에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지구에 재앙이 찾아온다.’라는 말에 정답이 나와 있었다.
실패라는 그 단어.
정해진 시간 안에 보스를 잡지 못하면 실패로 판정된다는 것이다.
그 정해진 시간은 숫자로 표시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드래곤의 몸통 한가운데에 박힌 커다란 보석이었다.
지금은 맑고 투명한 보석이 점차 어둡게 바뀌다가 끝내 완전히 새카맣게 변하면, 토벌은 실패한다.
이 내용 또한, 쪽지 가장 아랫부분에 상세히 나와 있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마티스를 끝까지 이용하다가, 시간이 다 됐을 때쯤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어디 끝까지 발악해봐라….’
강우는 매의 눈으로 마티스를 주시했다.